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화 속
    2023년 11월 08일 19시 04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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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코토의 집에 온 지 어느덧 반년.

     어느새 마코토가 옆에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들이 즐겁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곁에 있는 행복한 매일이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내가, 어떤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바로 11월의 첫날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마토코와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감각이 아닌, 마법 같은 이질감을.



     신경 쓰여서 알아보니, 마코토에게 걸었던 세뇌 마법의 상태가 이상한 모양이다.



     도대체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자세히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마코토에게 어떤 불이익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이상했다.



     그래서 한 번 제대로 확인하고 대처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 그리고 그 대처가, 지금 현재 내가 고민하는 원인이 된다.



     대처방법은 현재로서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경우의 방법이다.



     단순히 유지보수를 하면 된다.

     이 경우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상태가 안 좋을 때의 방법이다.



     정말 심각할 때는 유지보수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대처법은 단 하나다.



     ...... 세뇌 마법을 해제하는 것.

     내가 아는 한, 그 방법밖에 없었다.



     



     ◆







    "유우? 괜찮아?"

    "...... 어? 마코토?"



     어느새 눈앞에 마코토가 있었다.

     언제 다가왔을까. 생각에 잠겨서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유우,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하늘이 높은 것 같은데?"

    "어?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 얼굴을 들여다보는 마코토의 얼굴은 걱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 걱정해주고 있다.

     그 사실이 기쁘면서도, 동시에 미안했다.



     왜냐면, 질문을 받아도 거짓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네게 걸었던 세뇌 마법의 상태가 이상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



     ...... 만약, 만약에, 말이다.



     만약 세뇌 마법의 상태가 너무 나빠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자세히 조사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세뇌 마법을 풀 수밖에 없다면, 나와 마코토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남을 세뇌시켜서 마음대로 조종하려 한다니,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저주에 묶여 있던 입장이기 때문에, 조종당하는 것이 얼마나 화가 나고 기분 나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싫은 일을 당했다는 분노도 있지만, 그보다 자기 몸을 조종당한다는 것에 대한 생리적 혐오감이 더 크다.



     ......마코토는 예전에 행복하다고 말했었다.

     내가 오기 전보다 내가 온 후가 더 즐겁다고, 내가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 세뇌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세뇌당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마코토가 그런 짓을 당했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걸 알 수 없어서, 한없이 무서웠다.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 정도의 짓거리를 나는 하고 있다.



     보상하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해도 거절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만약 마코토가 미워하게 된다면.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그 생각을 하면 너무 힘들어서, 냉정해질 수가 없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아파서,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다.

     

    "저기, 마코토."

    "왜?"



     가슴 속을 가득 채우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애원하듯 진심을 다해 말을 건넨다.



     말도 안 되는 행동이다.

     이보다 더 웃긴 상황은 없을 것 같다.



     끔찍한 짓을 하고 있는 건 나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내가, 피해자에게 매달리려 하다니.

     

    "저, 저기, 말이야?"

    "응."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지만, 이어지는 말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말이 있을 리가 없다.



     죄책감에 가슴이 아파서 차라리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만일 한번 푼 다음에 세뇌 마법을 다시 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세뇌 마법은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 번 풀고 나서 다시 걸 수는 없다.

     단시간에 계속 세뇌를 당하면 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우?"



     마코토는 방금 전과 다름없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 요즘 정말 행복했던 탓에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기억하지 않으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와 마코토의 관계는, 세뇌를 바탕으로 비롯된 관계라는 것을.

     그러한, 왜곡된 관계라는 것을.



    "미,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유우......"



     언제까지나 도망치고 있을 수는 없다.

     마코토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 이상,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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