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겉

 

　11월이 되었다.

　집 밖은 이제 완전히 겨울로 접어들었고, 외투를 입지 않고는 밖에 나갈 수가 없다.



"...... 올해도 벌써 10월이 다 지나갔구나."



　방에 걸린 달력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어느덧 두 달만 지나면 내년이다.

　한 해의 끝자락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말 순식간이었네......"



　올해는 정말 시간 가는 게 빨랐다.

　유우가 오기 전과 후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5월 초에 유우가 오기 전의 4개월과, 온 후의 반년은 확실히 전자가 더 길게 느껴진다.



　...... 이제 연말의 귀향길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어느새 크리스마스가 끝났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연말연시에는 전철이 많이 붐비니 빨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급할 때는 신칸센의 자유석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지만, 올해는 그럴 수 없으니까.



　게다가 생각해 보면 여름에도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이번엔 좀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다.



"...... 음, 유우는......."



　당장 상담하려고 달력에서 눈을 떼고서 유우를 찾는다.

　자신의 방을 나와 거실로 나오자, 유우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유우, 지금 잠깐 시간 괜찮을까...... 유우?"

"......"



　평소처럼 유우에게 말을 건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반응이 없었다.



"...... 유우?"

"......"



　잘 보니, 유우는 그저 멍하니 아무 것도 없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별히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 또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요 며칠 동안, 유우가 이렇게 될 때가 있다.

　아마 처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은 11월의 첫날이었을까.



"유우? 괜찮아?"

"어? 마코토?"



　가까이 다가가 다시 한번 더 말을 걸자,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유우가 놀란 얼굴로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나를 올려다본다.



"유우, 무슨 일 있어? 아까부터 위만 쳐다보던데."

"......뭐? 괘,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손을 흔들며 유우가 부정한다.

　

　......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멍하니 있는 횟수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된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는데, 내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 번은 넘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유우의 눈은 나에게서 떨어져 있다.

　지금까지 반년 동안 같이 지내며 알았지만, 이것은 유우가 거짓말을 할 때의 버릇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유우는 어떻게 봐도 괜찮지 않다.

　

　......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 유우의 고민이라면 무엇이든 기꺼이 들어줄 생각이다.



"저기, 마코토."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유우가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 저기, 말이야?"

"...... 응."



　분위기로 보아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나는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다.



"그 ......"

　

　하지만 거기까지 말한 유우는 입을 몇 번 뻐끔거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

"유우?"



　다시 물어봐도, 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무릎에 놓인 유우가 주먹을 쥐자, 치마에 주름이 생겼다.



　...... 정말로 무슨 일인 걸까.



　무슨 계기가 있었는지, 필사적으로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하지만 역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미, 미안해. 아무것도 아니야."

"유우......"



　한참 후에야 겨우 돌아온 말은, 그렇게 얼버무리는 말이었다.



　...... 역시 뭔가 고민이 있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유우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알고 싶고, 가능한 한 도움을 주고 싶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치마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억지로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었다.



　......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하다.

　대체 유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