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함께 침대에서 자고 싶다.
평소 같으면 거절했을 히나미의 그런 부탁을, 그날의 세이이치는 받아들였다.
좋아하는 상대와 함께 자는 밤.
평소 같으면 금방 잠이 들었을 텐데, 히나미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 안에서 느껴지는 세이이치의 온기에 가슴이 매우 두근거렸다.
"오빠. 잠들었어?"
대답이 없다.
세이이치는 이미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고, 꿈속의 주민이 되어 있었다.
히나미는 왠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이토록 동침에 가슴 설레고 있는데. 세이이치는 옆에 있는 히나미를 신경도 안 쓰고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에잇."
세이이치의 뺨을 꼬집었다.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잠들어 있는 세이이치의 모습에, 히나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한동안 세이이치의 얼굴을 가지고 놀자 "으으......"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역시 장난이 지나친 것일까?
하지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만, 해 ....... 그녀들에게 ...... 그런 짓, 하지 마 ......."
"오빠?"
세이이치는 고통스럽게 잠꼬대를 중얼거렸다.
"그만, 해 ....... 이제 그만, ...... 보여주지 말아 줘. 제발 ...... 사라져 ...... 난 그저...... 그녀들이 행복해졌으면 좋았을 뿐인데........... 그만해...... 나는, 너와는, 달라...... 난, 너와 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아."
세이이치가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세이이치의 트라우마와 직결되는 끔찍한 꿈을 꾸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제, 용서해 줘...... 더 이상은, 이제 ......"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세이이치.
그런 세이이치 앞에서, 히나미는 .......
"괜찮아, 오빠."
당연하다는 듯이 세이이치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얇은 잠옷에서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깊은 가슴골로 세이이치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이젠 무섭지 않아. 히나가 곁에 있어 줄게. 히나가 무서운 것들로부터 오빠를 지켜줄게."
예전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히나미는 풍만한 가슴을 쿠션처럼 눌러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귀에다 속삭였다.
그러자 점차 세이이치의 모습이 차츰 차분해졌다.
호흡이 규칙적으로 되고, 고요한 숨소리로 바뀐다.
게다가, 마치 모성을 갈구하는 어린아이처럼 히나미에게 달라붙어 왔다.
"괜찮아. 이리 와, 오빠."
히나미는 거절하지 않았다.
어린 자신에게 매달리는 소년이 결코 한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쁘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그 세이이치가 이렇게 자신에게 몸을 맡겨준다는 것이.
히나미는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이 본래의 세이이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정말 상냥하고 강한 세이이치.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매일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사람의 온기에 굶주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사실은 이렇게 누군가가 안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세이이치는, 히나미의 가슴속에서 아주 편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 따스함이 좀 더 많다면, 세이이치가 안고 있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저기, 오빠 ...... 오빠는 사실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일찍 성숙해졌지만 아직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큰 가슴으로 세이이치를 안아주며, 히나미는 물었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났을 때, 내면의 계율에서 벗어났을 때, 도대체 세이이치는 히나미에게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인가.
당연히 잠들어 있는 세이이치에게서 대답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 말이 아닌 육체가 반응을 보였다.
"앗 ......♡"
어린 소녀가 내뱉어서는 안 되는, 요염하고 모성애가 넘치는 목소리가 히나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세이이치가 더 깊숙이 히나미에게 매달린다.
작은 몸에 팔을 감고, 입술을 하얀 피부에 밀착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