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살베니아 자작은 실종되다(3)
    2023년 10월 29일 19시 22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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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때는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랜 민원 대응을 하며 몸에 밴 반응으로, 어떻게든 대답을 한다.

     도우미라면서 참여한 학생들과 책임감을 가지고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무관 사이에는 그 업무의 무게감이 크게 다르지만, 지금의 윌리엄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윌리엄은 내 약혼남이다. 앞으로 살베니아 자작 대리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피곤하기도 하고, 상대가 윌리엄인 것도 있어서, 결국 나는 어이없어하는 마음을 표정에 드러내고 말았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윌리엄이 아니다.

     

    "......!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주일에 이틀은 제대로 쉬고 있고, 장남인 형도 마찬가지야. 네가 일하는 방식이 이상해."

    "...... 그래."

    "요령이 나쁜 게 아닐까. 이제 그만 갈 테니, 내가 만들어 준 시간으로 생긴 여가 시간에, 효율성에 대해 생각해 봐."



     그렇게 말하면서, 윌리엄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방을 나갔다.



     나는 멍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들었던 여러 말들, 지금 윌리엄의 말, 삼촌네 식구들의 웃음소리, 가훈의 말들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효율성.

     효율성이란.



     나는 왜 여기에 있는 걸까?



     숨 쉬는 것도 그만두면, 아주 효율적으로 편해지지 않을까 .......





     어느덧 해가 기울어지고 뺨이 젖어있었기 때문에,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한참을 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어오른 눈을 닦고 복도를 따라 자기 방으로 가던 중, 삼촌 가족의 목소리가 들린다.



    "윌리엄 님도 참 불쌍해."

    "그래, 그토록 훌륭한 분이 우리 집의 걸레짝과 결혼을 하다니."

    "그런 말 하면 안 돼, 너희들."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춰버렸다.

     하지만 지금 내 주변에는 시녀가 한 명도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



    "왜냐면 아빠. 머리도 항상 하나로 묶고, 섹시함은 하나도 없고, 데이트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대잖아?"

    "윌리엄 님은 학교에서 우수하고 인기가 많아. 여러 여자애들한테 데이트 신청이 쇄도하는 것 같고."

    "...... 지금의 사샤가 그런 상태니까. 뭐, 학생 때는 놀아도 우리 가문에 사위로 올 생각은 있는 거겠지?"

    "다른 적당한 여성 후계자가 생기면 갈아탈 것 같기도 한데..."

    "음~ 그건 곤란해. 웰닉스 백작에게 못을 박아 놓을까......"



     그 후 삼촌 일가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지만,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래, 윌리엄은 분명 귀족학교에 다니는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여자아이들을 더 좋아할 거야. 원래부터 내게서 마음이 떠나서, 그래서 내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분노를 억누르지도 않고, 자신을 우선하여 방을 나갔어.......



     머리가 멍해진다.



     분노도, 슬픔도, 머리와 몸을 무겁게 할 뿐 나를 움직여주지 않는다.



     아니, 다르다.



     분노와 슬픔은 언제나 나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홉 살 때부터 도망치려는 내 몸을 움직이게 했고, 그러다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다.



     해가 기울어진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자, 문득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이제 다 필요 없지 않을까?



     나는 집무실로 돌아와 편지 한 통을 쓰고, 마도구로 내용증명을 위한 마법을 걸고, 밀랍으로 봉하고, 자작의 도장을 찍고, 하인에게 지금 당장 보내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하인이 떠나자 작은 손가방에 지갑과 자작의 인장, 그리고 몇 개의 인장을 넣고 하인들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저택 밖으로 나갔다.

     거의 빈손으로 시내까지 걸어서, 은행에 도착해 돈을 인출했다ㅡㅡ사리에라 라이아트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열여덟 번째 생일날, 나는 집을 나왔다.





     참고로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친애하는 국왕 폐하



     사샤 살베니아 자작은, 성인이 된 오늘 자작의 지위 및 살베니아 자작령을 모두 국가에 반납합니다.

     또한, 왕명에 따라 맺어진 살베니아 자작가와 웰닉스 백작가의 영자와의 약혼은 본가의 자작 지위 포기에 따라 무효가 됨을 알려드립니다.



     추신

     국왕 폐하의 충실한 신하로서, 이 편지를 찢는 것은 한 달 후에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샤 살베니아』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 후, 교통의 요지인 살베니아 자작령의 주인, 살베니아 자작의 실종은 온 나라에 큰 뉴스가 되어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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