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살베니아 자작은 실종되다(1)
    2023년 10월 29일 19시 20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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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등장인물

     

     

      나, 사샤-살베니아 자작(나이 18세)은 그날따라 매우 매우 피곤했다.





    ****



     아홉 살 때 부모님을 잃고 자작가의 마지막 후계자로 남겨진 외동딸인 나에게는, 어린 시절의 자유 시간이 적었다.

     아이로서, 아니 사람으로서의 여가 시간이 너무 적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자마자 삼촌이 자작 대리가 되어 삼촌의 가족이 살베니아 자작 저택에 들어왔지만, 삼촌 사이러스는 영지 경영에 대한 기술도, 감각도 없었다.

     한 달 만에 영지 경영에 지친 사이러스 삼촌은 당시 아홉 살이었던 나에게 자작의 일을 떠넘겼다.

     나는 거세게 항의했지만, 우리 자작가의 핵심인 집사가 이에 동의해 버린 것이다.

     아무래도 삼촌 사이러스에게 맡기는 것보다는 꼭두각시로서 내가 위에 서는 것이 낫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나는 삼촌의 가족들이 옆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며 놀고 있는 동안, 꼭두각시로서 자작의 일을 하게 되었다.



     ㅡㅡ그런데 전혀 꼭두각시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하게 경영을 하게 되었고, 어렸기 때문에 몇 년 동안은 진두지휘를 하지는 않았지만, 기초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업무 내용을 주입당했고, 친구들과 차 한 잔 할 시간도 없었고, 귀족의 후계자들이 다닌다는 귀족학교에 다닐 시간도 없이 그저 자작가를 위해 오로지 일만 했다.

     참고로 삼촌 부부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째선지 귀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영주의 대리인의 자녀에 불과한 그들은 앞으로 자작가의 경영에 관여할 일도 없고, 영주로서의 사교도 필요 없고, 공부할 필요도 없을 텐데 .......



     내가 열두 살을 넘긴 즈음부터, 관계자들은 사이러스 삼촌을 건너뛰어 나와 대화하게 되었다. 눈앞에서 허둥대는 대리 자작과, 질문에 적절히 대답하고 대응하는 어린 자작을 보고는 쓸모없는 대리 자작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우리 자작령, 민도가 낮아!!



     사실 살베니아 자작령은 교통이 편리하고, 작은 광산도 있다.



     그래서 세금 수입은 많다.



     하지만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그 결과인지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고 권리주장이 강한 주민들이 많다. 그들은 영주에 대한 요구만 크고, 그에 비해 토지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협조를 요구하면 도망간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고만 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



     또 광산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친 자들이 많고, 말투도 거칠다. 그것만이라면 익숙해지면 되는데, 우리 광산의 노동자들은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중의 절반 정도는 우리가 아무리 공정하게 판단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려고 든다.



     나는 무서웠다.

     다 큰 어른들이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고, 호위들 뒤에 숨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는 것이 두려웠다.



     사전에 설명하고 문서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았다'며 소리치는 광산발굴대의 대장.

     왜 자기 마을의 요구사항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지 않느냐며 매일같이 전화와 편지를 보내며 항의하는 마을 회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정중한 대응을 칭찬했으면서, 자신의 요구가 최종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인격 부정을 하며 욕설을 퍼붓고, 전 자작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비아냥거리는 변호사.

     사업 협조를 요청했는데 거절해 놓고는, 반년이 지나서야 왜 그 사업의 진행이 더디냐며 소리치는 상인.



     모두들 어린 나에게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찔리는 마음은 없는 것일까.

     자신의 과거 행위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일까.



     나는 무서웠고, 싫었다.

     이기적인 영민도, 도와주지 않는 삼촌 사이러스도, 돈 쓰는 것만 즐기는 삼촌의 아내도, 두 사촌동생도 정말 싫었다.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내 가문의 영지니까 어쩔 수 없다며 버텼다.

     10대 특유의 정의감이라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약혼자의 존재였다.

     바로 옆인 웰닉스 백작가의 셋째 아들 윌리엄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그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남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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