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군들, 잠시 괜찮을까."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지려는 분위기를 끊어낸 것은 이그니스 님의 차분한 미성이었다. 이럴 때 미성을 가진 남자는 교활한 법이다. 이유 모를 설득력을 가진 힘으로 순식간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진정시켜 버린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황제로서 사람 위에 군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익숙한 모습으로 우아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짐은 국제 탐정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미스터 박스터. 여기선 수많은 난제를 해결한 명탐정인 짐에게 사건 해결을 일임하는 것은 어떠한가. 적어도 경찰의 협조 없이 혼란에 빠진 모두의 힘만으로는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지 않겠는가?"
"......"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운데, 무언가를 말하려 한 것은 암브로시아 부인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말을 하지 못하겠는지, 몇 번 입을 뻐끔거리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입을 다물어버렸다.
"걱정하지 말게. 짐은 기밀 유지와 약속을 잘 지키는 탐정이니, 사정을 충분히 배려하고 말고. 어떠한가, 미스터 박스터."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아무쪼록 부탁드리겠, 습니다."
"여보!?"
"진정해라! 기절했을 뿐이다! 호흡도 맥박도 있으니! 문제는 없다!"
자신이 죽을 뻔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다. 이그니스 님이 타협안을 제시했고, 그것을 받아들이자 안심했는지 박스터 씨는 기절해 버렸다.
그 후 혼란 속에서 헬만 의사의 진찰을 통해 그의 생명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협조를 받아 급히 독극물 검사를 한 결과 독극물이 검출된 것은 박스터 씨의 잔에서만 검출되었을 뿐 다른 잔이나 술병, 코르크 마개 등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졌다.
"자, 그럼. 길드 마스터로부터 직접 의뢰를 받은 이상, 짐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 우선은 모두의 소지품 검사다! 이제 와서 싫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반박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ㅡㅡ
"폐하! 죄송합니다!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진정해라, 마카로니. 그대 때문이 아니다. 게다가 짐은 알다시피 세계 최고의 명탐정이 아닌가? 이런 사건에 휘말리는 건 일상적인 일. 이 정도 사건이라면 금방 해결해 주겠노라! 겁먹지 말고 기대하며 기다리도록 하라."
"역설적으로, 탐정이 왔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거 아닐까요?"
"그 말, 그대로 그대로 돌려주어도 좋을 것 같다만. 달걀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어쨌든 미수라고는 하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상,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국가 공인 국제탐정 자격증이 울지 않겠나! 자, 평소와 다름없이 가자, 짐의 조수여!"
"협조할 의향이 없지는 않지만요!"
역시 마지막은 국가 권력. 국가권력으로 묻지 마 식 밀어붙이기 전술을 취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인 방법일까. 왜 저런 아이가 나서냐 시선을 받으면서, 나는 또다시 이그니스 님과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섰다.
"나도 한다."
"예?"
"제자들끼리만 친하게 지내고 스승만 빼놓으면 외롭지 않으냐. 나도 함께해야 한다."
스승님은 그렇게 말씀하시며 이그니스 님께 끌려갈 뻔한 나를 양손으로 고양이를 안아 올리듯 번쩍 들어 올리셨다. 키가 3m인 스승님에게 안겨서는 키가 2m 50cm인 이그니스 님을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꽤나 신선하다.
"그럼, 셋이서 열심히 해볼까요?"
"그래! 흑금탐정단, 결성이다!"
""오~!""
그렇게 해서 이번에는 3명이서 수사를 하게 되었다. 주위의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라는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있지만, 뭐, 그건 화려하게 사건을 해결하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테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아직은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