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스승님도 꽤나 자연스럽게 인간 세상에 녹아드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예전에는 신사답게 행동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노골적으로 '사실은 인간을 초월한 이방인이 인간인 척하는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는데, 세련된 행동과 경쾌한 말투, 최신 유행의 옷을 입는 등 어쩌면 나보다 훨씬 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은 것 같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 드디어 왔는가."
연회도 중반에 접어들 무렵, 한 명의 돼지 수인의 중년 남성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다가왔다. 길드마스터가 말했던 '늘 그렇게 늦는 약 1명'이 바로 이 사람인 것 같다. 고급 양복을 비좁아 보이게 입은 그가 동행한 에스코트 상대는, 설마 하던.
"어?"
"응?"
"오오!"
설마 하던 이그니스 마마이트 황제 폐하(현역)의 연락 없는 등장이시다. 매번 그렇지만, 뭐 하는 겁니까 당신.
"오해하지 않도록 미리 말해두지만."
"예."
"짐은 특별히 그대들이 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온 것이 아니다."
"그렇죠?"
뭐랄까, 얼핏 보면 우중충한 인상을 주는 돼지 아저씨는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음악가답게, 지난달 폐하의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였을 때 '사실 이러한 모임이 있는데, 폐를 끼치지 않는다면 폐하께서도 어떠신지?'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래서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정말 우연인데요."
"그래. 하지만 인연이란 언제나 이렇게 묘한 법이지."
"저, 저기, 아는 사이인가요?"
"아니요, 완전 처음 뵙는 분입니다. 황제 폐하,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우리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느니라. 만나서 반갑네, 황제. 나는 헤이미쉬. 이번 회의에 처음 참석했으니, 당신과도 처음 보는 셈이로구먼."
"아, 그, 그렇군요. 저는, 그, 마카로니라고 합니다. 음, 제가 직접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조금 유명한? 좀 유명할지도 모르는 피아노 연주자입니다. 그, 피아노 말고는 별다른 특기가 없어서. 음, 잘 부탁드립니다."
모처럼 용기를 내어 초대한 폐하의 지인이, 그것도 두 사람 모두 미식가 모임에 참석했다는 사실에 울먹이며 확인을 하는 돼지 수인의 남자. 음~ 이 첫 대면임에도 전해지는 소통장애.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사람 사귀기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역시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서, 우리는 모르는 체하며 얼굴로 거리를 두었다. 이그니스 님도 역시 이 상황에서 그를 버리고 이쪽으로 올 만큼 비도덕적이지 않기 때문에, 오들거리는 마카로니 씨를 도우며 그와 함께 주최자인 박스터 씨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세상은 참 좁네요, 스승님."
"그래. 발라질리 회장처럼, 특히 삼각형을 그리기 쉬운 인류의 번영의 구도에 비추어 보면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옆의 연결고리가 좁아지는 일도 있겠지."
폐하는 예상치 못한 거물급 인사의 등장에 놀란 미식가들에게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순식간에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를 순식간에 풀어주셨다.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한 거리감으로 손쉽게 사람들 사이에 녹아들어, 발라질리 회장과 철덕후의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운다.
마카로니 씨는 그런 주위의 반응에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평소에는 오들거리던 태도로 있던 자신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거물급 손님을 에스코트한 것에 엄청난 기쁨을 느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타쿠 기질이구나, 이해해.
"자, 여러분. 모두 모였으니 다시 한번 건배합시다. 라이벤토스! 내 비장의 병을 모두에게!"
"알겠습니다, 미스터 박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