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1부 381화 초명탐정의 미식가 사건부?(3)
    2023년 10월 23일 17시 55분 2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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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터 씨의 지시에 따라, 노급사 라이벤토스가 평소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빈티지 술병에 담긴 술잔을 나눠주었다. 박스터 씨의 설명에 따르면 이 술은 어디선가 만들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난 비장의 술이라며, 뭔가 대단해 보이는 말을 늘어놓지만, 솔직히 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발언할 때 주위가 놀라는 걸 보면 그만큼 대단한 술인 것 같다. 장사를 하려면 이런 지식은 좀 더 제대로 갖춰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 올리브나 로리에, 버질이 슬쩍 귀띔해 주고 보완해 줄 수는 없으니까. 언제까지나 의존만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물건의 가치를 모르는 젊은이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들키면 곤란하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쓴다.



    "꼬마도 조금 핥아보련?"



    "아뇨, 괜찮아요. 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면서 잠이 드는 성격이라서."



    "그건 아깝지! 모처럼의 귀중품인데!"



    "자자. 술을 못 마시는 상대에게 억지로 권해도 어쩔 수 없죠."



    "그럼, 대신 이 아이의 몫까지 내가 마시도록 하지."



    "응, 내 몫은 할아버지에게 줘!"



    스승님께 도움을 청하고서, 나는 라이벤토스 씨에게 주스를 더 달라고 부탁했다. 역시 좋은 레스토랑답게 나오는 과일주스도 주문 후 주방에서 방금 짜낸 100% 신선한 과일주스다. 아까는 블러드 오렌지를 마셨으니 이번에는 핑크 자몽을 주문했다.



    내가 남들 앞에서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스승님은 환한 미소로 기분 좋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모두에게 술잔이 돌아간 것을 확인한 후, 뚱뚱한 박스터 씨가 두 손을 의자 팔걸이에 대고서 일어서자 모두들 그를 따라 일어섰다. 이때 암브로시아 부인이 비틀거려서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이 쏟아질 뻔했지만, 박스터 씨가 재빨리 팔을 잡고 받쳐준 덕에 그녀와 술은 무사했다.



    "어이쿠, 괜찮아? 암브로시아."



    "그래, 고마워. 그냥 조금 어지러웠을 뿐이야."



    "당신은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 식단 조절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역시 좀 더 자주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 빈혈을 해소하고 싶다면."



    "지금은 그런 얘기는 괜찮아. 그보다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어."



    "오오! 그랬었지, 실례했습니다."



    부인의 권유에 따라 다시 한번 건배 인사를 하려고 잔에 손을 뻗으려는 그에게, 부인이 다가와 귀에다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뺨에 뽀뽀를 받아서, 곧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암브로시아 부인의 대담한 행동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었고, 박스터 부부는 서로 볼을 붉히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보통 신분이 높은 여성이 대중 앞에서 이런 애정표현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지 않은 일로 여겨지지만, 이 자리에는 그런 말을 꺼낼 만한 야바위꾼이 없다. 붉게 상기된 얼굴의 박스터 씨는 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다시 한 번 테이블에 놓여 있던 자신의 잔을 집어 들었다.



    "멋진 요리를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닥터 헬만. 이 좋은 날에! 미식 길드와 미식가 마스터즈의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



    건배! 라고 모두가 잔을 들어 올리고, 모두가 입에 가져다 댄 지 수십 초 후.



    "푸훕!"



    "여보!?"



    비틀거리던 박스터 씨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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