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마지막 날
무엇을 할 것인지는 루카이야가 결정해도 좋다고 하여
그녀는 신랑감 후보들을 처음의 방으로 모이게 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루카이야를, 시침한 얼굴의 아멘호텝이 따른다.
방에 들어가서 공주의 자리에 앉는다.
"얼굴을 들라."
울려 퍼지는 공주의 목소리에 얼굴을 든 신랑감 후보들은
그곳에 우아하게 앉아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를 보고 눈을 부릅떴다.
"루카이야 네페르티티이니라. 어제는 모두가 본녀를 즐겁게 해 준 점, 고맙게 생각하느니라."
확실한 공주의 고귀한 목소리로, 모래쥐처럼 수수하고 평범하며 느긋한 얼굴의 소녀가 고귀한 몸짓으로 말한다.
전사 멜라엔라는 내뿜으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뭔가 부자연스럽게 과장되었다는 점, 특히 가슴이 가짜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이야.
이렇게까지 반대방향으로 용케 노력해 왔을 줄이야.
현자 호르는 감탄사를 내뱉을 뻔한 것을 참았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지혜와 기술이란 정말 대단하다면서.
음악가 테티는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저것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면서.
남자들끼리 필사적으로 서로를 억누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모래쥐는 한숨을 내쉬었다.
"...... 누구 하나 웃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는가. 그러한 상놈이었다면 다시 생각했을 것을."
소녀는 우아하게 부채를 움직였다.
"아멘호텝. 돈을 가져오너라. 모두들 수고했다. 각자 마을로 돌아가거라."
"세상에."
"어찌하여?"
묻는 남자들을, 소녀는 가만히 쳐다본다.
"부군이 되어서 무엇을 원하며 무엇을 이룰 것인지, 본녀는 물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구나. [여왕을 사랑하고, 버팀목이 되고 싶다]라고는. 거짓말이라도 좋다. 너희들은 그렇게 말했어야만 했다. 이건 부군을 고르는 자리이기 때문에."
"......"
"남자의 꿈을 이루고 싶으면 자기 힘으로 이루거라. 하지만 너희들이 말하는 야망을, 본녀는 높이 샀느니라. 본녀가 왕이 되는 날, 각자의 목표에 대해 지원을 검토하마. 그날까지 뜻을 굽히지 말고 각자의 길에 힘쓰도록. 이상이니라."
"옙."
"이것으로 루카이야 네페르티티의 부군 선출의 종료를 선언한다"
아멘호텝이 징을 울렸다.
남자들은 짜맞춘 것처럼 동작을 맞추어 오른손을 땅과 수평이 되게 들어 올린 뒤, 가슴 앞에 구부려 예의를 표했다.
그리고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 괜찮으십니까?"
"메냐, 아멘호텝."
"울고 계십니다."
"...... 다음에는 좀 더 평범한 남자를 데려오너라. 저들은 너무 매력적인 게야."
루카이야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들에게 한 말들은, 모두 허울뿐이었다.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던 그들은 모두 열정이 넘쳤고, 모두가 정말 아름다웠다.
조금만 더 곁에 있었다면, 분명 루카이야는 그중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겼을 것이다.
자신의 꿈에 불타는 사나이다운 누군가.
그 꿈을 위해 여왕을 이용하려는 야망이 있는 누군가.
루카이야를 사랑하지 않을, 자신의 꿈 너머만 바라보는 매력적인 누군가를 사랑했을 것이다.
루카이야는 분명 사랑에 빠져서, 그 마음을 원하게 되어
남자의 꿈을 편애하고 우선하여 돕는 일에 몰두하는, 국민을 잊고 남자에게 빠져드는 어리석은 여왕이 되었을 것이다.
카펫의 섬세한 무늬를 쓰다듬으며, 그것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서
그 길만은 가지 않겠다고, 어젯밤 루카이야는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공주님."
"메냐?"
"저 아멘호텝, 이웃나라 샌드라이트의 여왕 폐하께서 직접 영입의 권유를 하셨습니다."
"......"
루카이야는 진지하게 아멘호텝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외교에서 보여준 솜씨가 눈에 띈 모양이라서. 이쪽의 두 배의 월급에다가 7일에 두 번의 휴가를 준다고 하더군요."
"...... 우리도 그렇게 하마."
"인건비에도 예산이 듭니다. 그렇게 하면 우수한 의상 담당자와 메이크업 담당자를 포함해 몇 명은 내보내야겠지요."
"......"
이웃나라 샌드라이트는 큰 배로 교역을 하는 정말 부유한 나라다.
하지만
"...... 여왕 폐하께서는 향년 62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실은 매일 밤마다 전쟁 중이라고 들었노라."
"물론 그 역할도 포함해서 권유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는 우수한 남자. 쓸모가 있어야 할 곳에서는 반드시 쓸모가 있는 남자입니다."
"정말 능력 있는 남자로다, 아멘호텝. 본녀는 진심으로 감탄했노라."
루카이야는 고개를 숙인 얼굴을 깃털 부채로 가렸다.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