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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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20일 01시 04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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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



     화족의 전사 멜라엔라의 굵은 팔에 루카이야가 안겨 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로맨틱한 느낌은 아니다. 짐짝처럼 옆구리에 껴안고, 뒤에서 굴러오는 큰 바위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

     이곳은 왕가의 동굴



     처음에는



    [앗]

    [돌이 많군요. 공주님, 손을]

    [...... 그래, 그대의 손이 참 크구나]

    [공주님의 손은 어여쁘십니다]

    [...... 그러냐]



     라면서.

     남자의 커다란 손의 온기에 홍조를 띠며 아주 기분 좋게 걷고 있었는데.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이런 상황이다.



    "멜라엔라! 저기에 구멍이 있구나!"

    "좋아!"



     달려간 멜라엔라가 루카이야를 옆구리에 껴안은 채 구멍으로 뛰어든다.

     커다란 바위가 데굴데굴 지나간다.



    "...... 휴우."



     한숨을 내쉬며 앞을 보자.



     검은 머리를 헝클어뜨린, 듬직한 얼굴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어느새 루카이야는 앉아있는 거한의 다리 사이에 앉아서 보호하듯 안겨 있다.



     눈썹 위에 흉터가 있는 전사는, 달리느라 숨이 차서 땀을 흘리고 있다.



    "......"



     이건 노래에서 들었던 상황이 아닐까 생각하는 루카이야.



     사랑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 음유시인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한 서민풍의 이야기에 그려진 뜨거운 로맨스의 시작 장면임에 틀림없다.



    "......본녀를 지켜냈구나. 전사 멜라엔라."

    "영광이옵니다."



     남자는 멋쩍게 웃었다.



     아아, 멋지구나라고 루카이야는 생각했다.

     이런 남자에게 진심으로 빠져든다면, 그것은 대체 얼마나 즐거울지



    "...... 할 수만 있다면 계속 이렇게 있고 싶지만, 계속 나아가시겠습니까, 공주님?"

    "그래."



     루카이아가 일어선다.

     옷, 좋아, 가발, 좋아. 가슴, 좋아.



     자연스럽게 남자의 손이 루카이야의 손을 잡았다.



    "......바닥이 나빠보여서요."

    "그래, 허락하마."



     루카이아는 남자를 올려다본다.

     조용히 걷는다.



    "...... 전사 멜라엔라, 그대는 왜 전사가 되었나?"

    "원래는 문관이 되어야 할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머리가 나빴기 때문이죠. 형과 자주 비교당하고 비웃음을 당했습니다."

    "그 심정 이해한다. 멜라엔라."

    "설마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커다란 몸을 타고났고, 힘도 좋았지요. '집안의 일은 내가 맡을 테니 너는 네 마음대로 살아라'라고 등을 떠밀어주는 형이 있었던 것도 큰 축복이었습니다."

    "잘 되었구나."

    "예. 이렇게 결심했으니 더 높이 올라가고 싶어요. 부군 후보로 선정해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부군이 된다면 저는 반드시 공주님께 이 나라에 새로운 땅과 부를 가져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멜라엔라는 불타는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왠지 모르게 콧속이 찡하고 아팠다.

     불의 전사 멜라엔라는 루카이야를 보지 않는다.

     그 강인한 팔로 안아주고 싶은 것은, 눈앞의 공주가 아닌 미래의 남자로서의 영광인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것이 왕가의 여식의 결혼일 것이다.



     걸어가는 길목에 한 남자가 서 있다.



     루카이아는 전사 멜라엔라의 큰 손을 부드럽게 놓았다.



    "그럼."

    "예."



     수족의 현자 호르에게로 돌아선다.



    "잘 부탁한다."

    "영광입니다."



     인사를 하고서, 현자 호르는 손을 내밀었다.



    "손을."

    "그래."



     루카이야는 호르의 손을 잡았다.

     그것은 바싹 마른, 서늘한 것이었다.



    "그대는 하늘과 땅의 관계를 해명하고 싶다고 말했었지?"

    "네."

    "무엇을 풀겠다는 게냐? 하늘은 대륙의 네 모퉁이 산에 의해 지탱되고, 아말이 탄 배가 움직이는 것을 하늘이 알아채고 밤낮이 바뀌는 것이 아니었느냐?"

    "그런 설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명 움직이는 것은 하늘이 아닙니다 ...... 많은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많은 것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런가. 하지만 해명한들 뭐가 달라지는 게냐."

    "글쎄요. 그냥 올바른 이치를 밝혀내고 싶군요. 학자란 원래 그런 자들이옵니다."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드는구나. 갑자기 세상의 색이 바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듯한."

    "그것이 바로 이치라는 것이옵니다."



     차라리 차가울 정도로, 조용히 그는 말했다.

     이 고요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열기와 다양한 말, 방대한 양의 지식이 매일 엄청난 속도로 이 몸과 머릿속을 밤하늘의 별처럼 돌고 있는 것 같다.

     그 모습을 옆에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워서 별자리를 바라보는 것처럼, 이 사람은 루카이야에게 그 광활한 세계를 이야기해 줄까.



    "!"



     호르가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야?"

    "독전갈이 있습니다."

    "세상에."



     길 끝에 있는 검은색 큰 전갈 한 마리가, 그곳만 붉은 꼬리를 치켜세우며 위협하고 있다.

     루카이야는 처음으로 바구니에 들어있지 않은 전갈을 보았다.



    "어 ...... 어떻게 해야 좋아!?"

    "물러나 주십시오."



     루카이야의 앞에 나아가서 등 뒤로 보호해 주며

     목에 두르고 있던 천을 풀고, 손에 들고 있던 횃불의 불을 붙인다.



     손에서 벗어난 불붙은 천이 불타오르며 전갈을 뒤덮는다.



     아무 소리도 없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뒤집힌 상태로 까맣게 그을린 전갈이 나타났다.



    "...... 냉정하구나."

    "설마요. 무력이 있으면 손쉬운 일을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는 등 뒤에 숨어있던 루카이야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말의 딸, 이시스의 매개체인 소중한 몸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아말의 딸, 이시스의 딸

     그것은 붉은 모래나라의 공주, 네페르티티의 딸의 역할이다.

     현자는 무력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몸 바쳐 지킨 것이다.

     듬직한 멜라엔라보다는 가냘프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나이의 모습을 한 등짝에서, 루카이야는 슬쩍 떨어졌다.



    "......수고했노라."

    "영광이옵니다."



     그는 다시 미소 지었다.

     루카이아는 또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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