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이야는 모두가 열심히 모아준 가슴을 한껏 펴놓은 채, 허리를 굽혀 우아하게 의자에 앉아 있다.
문이 열리고 세 남자가 나타났다.
주문한 대로 동작을 맞추어, 오른손을 땅과 수평을 이루며 가슴 앞으로 굽혀 인사한 뒤 옷자락을 나부끼며 무릎을 꿇는다.
루카이야는 이 일련의 동작을 으스대며 쳐다보고 있다.
"스콜피온 왕의 딸 루카이야 네페르티티이니라. 오늘은 잘 왔다. 얼굴을 들라. 그리고 한 명씩 이름을 대거라."
루카이야의 말에, 남자들은 얼굴을 들었다.
먼저 검은 머리의, 눈썹 위에 상처가 있는 건장한 남성이 배에서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불족의 전사 멜라엔라입니다. 오늘은 공주님의 존안을 뵙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말의 딸, 이시스의 매개체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모습에, 부끄럽지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참을 수 없군요."
루카이야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듬직하고 강해 보이는 미남에게 아름답다는 칭찬을 들으니, 입술 끝이 살짝 씰룩인다.
전사답게 굵은 팔, 커다란 가슴.
저런 것에 안기면 부서질 것 같다는 망상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물론 그런 생각을 얼굴에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이어서 앞의 남자에 비해 선이 가늘고, 옅은 하늘색 머리와 하얀 얼굴에 서늘한 눈매를 가진 남자가 목소리를 냈다.
"물족의 현자 호르입니다. 오늘은 공주님의 부군 선출에 초대받게 되었다는 뜻밖의 기쁨에 떨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며칠간 공주님과 뜻깊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될 것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명 별빛처럼 제 인생에 남을 수 있는 풍성한 시간이 되겠지요."
이 현자, 꽤 듣기 좋은 목소리라고 루카이야는 생각했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시원한 물과 같은 좋은 목소리다.
이런 것을 귀 가까이에서 들으면 어떨까 하고 또다시 망상에 빠져들었다.
물론 그런 감정은 얼굴에는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긴 금빛 머리카락을 하나로 묶은 단아한 얼굴의 남자가 노래하듯 말한다.
"저는 모래족의 음악가 테티입니다. 공주님의 존안을 뵙자 가슴속에서 기쁨의 노래가 흘러넘쳐 멈추지를 않네요. 아아, 사막의 밤의 달빛처럼, 밤의 파누스 빛과 같은 아름다움이여! 언젠가 나의 연가(戀歌)를 그대의 귀에 들려주리라. 가능하다면 달빛 아래, 배 위에서, 둘이서만."
여운을 남기며 잦아드는 목소리. 연인을 바라보듯 애틋하게 바라보는 눈빛에, 루카이아는 번민했다.
역시 음악가다. 후원자들을 거치며 쌓아왔을 섹시함을 드러내다가는 감추는 등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저건 분명 나쁜 남자다.
하지만 알면서도 휘둘리고 싶다.
그럴 때가 여자에게는 있다!
물론 그런 감정은 얼굴에 드러내지 않는다.
루카이야는 공주. 이 붉은 모래의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소녀인 것이다.
"그래. 각자에게 방을 준비해 두었노라. 나중에 한 사람씩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사자를 보낼 터이니, 거기서 기다리거라. 중앙의 거실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노라. 술과 안주, 과일, 세네트 판, 책이 놓여 있으니 맘껏 즐기도록.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자꾸나, 나의 미래의 남편들아."
남자들은 들어올 때와 같은 인사를 하고 퇴실했다.
여태껏 쓰고 있던 공주의 가면을 벗어 던진 루카이야는, 시종을 돌아보았다.
"...... 좋지 않은가! 좋지 않은가! 3명 모두로 하자꾸나, 아멘호텝! 몇 명이든 낳아줄 수 있노라!"
"부군에 드는 예산의 한계가 있으니, 가급적이면 한 명으로 한정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처럼 찾아왔는데 돌려보내는 건 너무 아까운...... 안타까운 일이 아니더나."
"남자는 부군의 후보로 뽑혔다는 것만으로도 죽을 때까지 자랑할만한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돈도 받으니 그들한테는 아무런 손해가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길."
"하지만 다들 좋은 것이다 ...... 저 자들은 뽑은 녀석을 칭찬해야겠구나."
"담당자에게 알리겠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이야기할까요, 공주님. 각방에서 갑작스러운 밀실 대담을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주방장님께 말씀드려서 축하용의 소를 잡아달라 해야겠군요."
"소는 아직 괜찮네. 본녀는 좋아하는 걸 마지막에 먹는 타입이니라. 우선은 평범하게 이야기하자꾸나. 한 명씩 여기로 부르거라."
"알겠습니다."
첫 번째에게 사자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