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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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19일 23시 53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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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모래의 나라



     검은 잉크를 쓰러뜨린 듯한 밤하늘의 아래쪽 절반을, 붉은색이 일자로 잘라낸다.

     달빛에 떠 있는 그 붉은 모래를, 안장을 얹은 장모종의 파르다가 천천히 나아간다.



     은은한 향기

     가늘게 떨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요염하고도 애잔한 음악.



     국토의 대부분이 불모의 붉은 모래로 뒤덮인 이 나라에는



     차기 여왕의 지위를 약속받은, 16세의 공주가 있다.







     장엄한 돌로 지어진,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성 안에.

     우드와 라바바의 현이 자아내는 음색과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곳에, 왕의 외동딸이 화려한 황금빛 의상을 입고 서 있다.



     아름다운 색채의 화장이, 아직 앳된 소녀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극채색 깃털을 엮어 만든 머리 장식이 검은색의 직모를 뒤덮고 있다.



    "아멘호텝."

    "예."

    "어떠한가. 오늘의 본녀는 아름다운가."

    "예, 사실은."

    "좋아, 사실은?"

    "그야말로 파르다한테 진주목걸이."

    "그럴 줄 알았어!"



     루카이아-네페르티티 공주는 삐져서 고개를 돌렸다.

     파르다란, 사막에서 이동할 때 쓰이는 달 모양의 눈을 가진 동물이다.

     소금물도 마실 수 있고, 한 번에 마신 물을 등에 난 혹에 저장할 수 있는 신기하고도 편리한 동물이다.



    "본녀도 그리 생각하느니라, 아멘호텝. 잘도 이렇게 좋은 물건을 만들었구나. 의상 담당과 분장 담당에게 포상금을 수여하거라."

    "이미 주었습니다. 정말 이 정도로 화려하다니. 시미스의 붉은 모래로 성을 쌓은 것과 같은 기적이 아니겠습니까."

    "능력이 좋구나 아멘호텝. 잘했구나."

    "감사합니다."



     시원시원한 얼굴로, 남자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검은색 로브에 금색 자수와 간단한 금색 액세서리만 착용한 심플한 차림새의, 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진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다.



     루카이야의 아버지인 왕이 외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전으로 마을이 불타서 울고 있는 아이를 주웠다.

     붉은 모래의 나라에서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주운 물건을 버리지 말라는 신과의 약속이 있다. 암살자처럼 보이지도 않고 꽤 똑똑해 보이는 얼굴이라며 데려온 뒤, 당시 5살이었던 딸 루카이야의 돌보미 겸 놀이 상대로 삼은 것이다.

     점점 두각을 드러낸 그는, 이제 루카이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왜냐하면



    "공주님."

    "뭐냐."

    "신랑감 후보의 이름과 출신은 외우셨지요?"

    "그야 물론."

    "읊어보시죠."

    "불족 출신의 전사 멜라엔라, 물족 출신의 현자 호르, 모래족 출신의 음악가 테티!"

    "정답입니다, 공주님. 말로만 전해드렸는데도 잘도 기억하셨군요."

    "글자를 몇 번이나 써봤느니라. 입으로는 20번 정도 말해보았고."

    "고작 3명을 외우는 데 그 노력. 정말 대단합니다."

    "공주로서 당연한 일이니라. 부끄러우니 너무 칭찬하지 말거라, 아멘호텝."



     이와 같이, 공주님은 조금 아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바보는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기억하는 데 사람보다 세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 번 익힌 것은 잊지 않는다. 뭐랄까, 넓어서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도서관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머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머리 회전 속도가 일반인의 다섯 배는 되는 아멘호텝이 옆에 있지 않으면 공무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뭔가를 기억하는 데 사람보다 두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밤을 새워가며 암기해야만 한다.



    "신랑을 고를 때의 예절은 알고 계시겠지요?"

    "누구에게 말을 하는 게냐. 지금부터 사흘 동안 신랑감 후보들과 함께 지내다가, 마지막 날에 신랑감으로 선택한 사람에게 입맞춤을 해주면 되는 게지. 만일 모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고 의식을 끝내도 좋고. 뽑힌 자는 공주의 남편이 되고, 뽑히지 못한 자는 돈을 받고 돌아가는 게야."

    "예. 제대로 기억하고 계시군요. 좋습니다. 하지만 아직 더 남았는데요."

    "...... 마음에 들면 후보자와는 언제든, 자, 자, 잠자리를 함께해도 좋다. 부군은 몸의 상성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3일이나 걸리는 게야."

    "예. 전통적인 부군 선발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전통이란 게 허점도 많지만, 형식대로만 한다면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 훌륭한 것. 과거 부군 선발에 따른 혼인율은 반반이라고 합니다."

    "반이라 ...... 그리 높지 않구나. 이렇게나 많이 모아서 할 필요가 있을까."

    "[왕실이 국민에게 왕의 배우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그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것만 잘 갖추어져 있으면, 나중에 누가 남편이 되든 상관없지요. 여왕의 경우, 중요한 것은 태생. 자식에게 왕가의 피가 이어지면 문제없습니다. 아무쪼록 3일 동안 힘내시길. 공주님에게 아말의 가호를 있기를 빕니다."

    "음, 알았다. 시작하거라."

    "옙."



     아멘호텝이 황금의 징을 울린다.



    "지금부터, 루카이야 네페르티티의 부군 선출을 시작한다!"



     아멘호텝이 큰 소리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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