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 올슈테트 가문의 저택에서(1)
    2023년 10월 16일 21시 42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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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인 바랍니다."



     올리비아는 코니가 내민 서류를 확인했다. 어머니의 글씨다.

     사인의 잉크가 번져 있다.



    "...... 어머니께선 울고 계셨나요?"

    "...... 예."

    "어머니께선 뭐라 말씀하셨나요."

    "당신을 뵙고 도련님의 아내로 맞이했다고 설명했지만...... 믿으실 리가 없지요."

    "네. 사실인데도 말이죠."



     이유도 없이 그렇게 큰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다.

     예고도 없이, 인사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시집가는 딸도 그렇고.



    "끝나고 나서, 금화와 함께 제 편지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알겠습니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제가 원한 일이니까요."

    "가족을 사랑하시는군요."



     올리비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올리비아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코니도 미소지었다. 그리고 안내를 받아 들어간 방에서, 올리비아는 숙녀에 걸맞지 않게 소리를 낼 뻔했다.

     옷, 옷, 옷. 신발에 머리장식, 액세서리. 화장 도구에 화장품.

     한때 올리비아가 가지고 있었지만, 놓아버린 것들.

     이 세상 여성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명품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원하는 것을 선택해 주십시오. 저희가 고르는 것보다는 직접 고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가게에 출장을 부탁했습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신사가, 손님을 상대하는 미소를 지으며 올리비아를 맞이한다.

     올리비아는 그를 보았다. 지금 자신의 눈은 야생동물처럼 빛을 내고 있을 것이다.

     어서 주저하지 말라고 그의 눈빛이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비싼 것들만 골라 가져왔는지 모를 그 물건들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올리비아는 장사꾼 기질이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 전우처럼 느껴진다.

     겨울옷까지만 있고 그 이상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서, 그것도 그렇다며 올리비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봄은 오지 않는다. 오면 곤란하다. 금화를 50개 더, 어떻게든 집으로 보내야 한다.

     사실은 이 옷가지의 대금도 그들에게 전달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약속이 달라진다.

     언젠가 죽는 여자에게 돈을 쓰는 것은 역시 '뒷맛'을 위해서일 것이다. 올리비아가 기분 좋게 살다가 기분 좋게 죽기를. 그들이 앞으로도 기분 좋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럼 이것과 이것. 좀 더 깊은 색은 없을까요? 아아, 대단해. 이 촉감은 미쉐란 직물이네요"

    "안목이 있으시군요, 부인."

    "우후후."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눈이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쪽은 이 촉촉하게 빛나는 원단이 근사하네요. 노출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몸의 라인이 강조되었어요."

    "이야~ 이건 정말 욕심이 드는군요."



     올리비아의 즐거운 쇼핑이 계속되고 있다.







    "오오, 아름다군요."

    "고마워요."

    "오......"



     직접 머리를 묶고, 화장을 하고, 구매한 옷 중에서 깊고 고급스러운 붉은색 옷을 골라 입은 올리비아를 토비스와 코니가 감탄의 목소리로 바라본다.

     노출은 많지 않다.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는 원단이다.

     윤기 있는 밤색 머리카락은 너무 높지 않게 묶어 목덜미를 강조한다. 오랜 시간 동안 충분히 관리한 피부는, 지난 한 달간의 생활에도 거칠어지지 않고 매끈하게 유지되었다.

     크고 선명한 짙은 초록색 눈동자, 부드러운 복숭아빛 뺨, 투명한 하얀 피부와 붉은 입술.

     올리비아는 아름답게 태어났다. 그리고 항상 아름다워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절도 완벽하다. 어학도 잘한다. 장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했기에, 산술도 할 수 있다. 올리비아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만남은 어떻게 할까요? 복도의 모퉁이에서 부딪히나요?"

    "계단에서 내려갈까요?"

    "평범하게 가지요."



     업무 중에 방해하는 것은 인상이 좋지 않고, 올리비아도 그러고 싶지 않으니 간식 시간을 노리기로 했다.

     별다른 임팩트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냥 평범하게 서로를 알아가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면 된다. 12월까지는 반년 남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문 앞에 서자, 두근거렸다. 의외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올리비아는 사랑을 모른다. 아버지가 말하는 사람에게 순순히 따라가려고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남자에게 접근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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