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갑시다."
"네."
토비아스를 따라 열린 문으로 걸어간다.
그러자 안에 있던 남자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려 올리비아의 존재를 확인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 약간 눈을 가리는 것이 신경 쓰인다. 묶거나 자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단정한 얼굴이었다. 집에 틀어박혀서 글만 쓴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나 뚱뚱할 줄로만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다. 남자치고는 피부가 하얗지만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나이 많은 남자. 앉아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키가 큰 것 같다.
다행이다. 마음에 들 것 같다며 올리비아는 안도했다. 적어도 저 허름한 옷깃을 다려주고 싶을 만큼의 호감은 첫 만남에서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하늘색 눈동자가 크게 뜨이더니 올리비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오히려 조금은 속마음을 숨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빤히.
"...... 코니."
"예."
"이 귀여운 생명체는 뭐야?"
"올리비아 양. 클라스 님의 약혼녀입니다."
"......"
클라스가 일어섰다. 역시 키가 크다.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자, 그는 커튼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스스로 몸을 감싸 안았다.
"쓸데없는 발버둥은 그만둬, 클라스 님! 어때 귀엽지, 올리비아 양은! 이미 머릿속에 박혀버렸겠지!"
"안 봤어! 나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어! 아까의 그 귀여운 건 환각이야!"
"눈을 감아도 이미 마음으로 보고 있으면서! 첫눈에 즉시 반해버린 주제에!"
"그만해, 코니! 나한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으니 그 정도로 끝내!"
즐거워 보이는 사람들이다.
올리비아는 커튼으로 다가갔다.
"클라스 님"
"......"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올리비아 아셀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파산한 상사, 아셀 가문의 딸입니다."
"......"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클라스 님."
"......너는."
"네."
"그 저주를 알고도, 이 집의 문을 지나간 거냐."
"네,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돈이 필요해서요."
"......"
커튼 사이로 얼굴이 나왔다. 어린아이 같다. 흐트러진 머리를 고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에게 돈을 주겠다고 말했나?"
"예. 선금 금화 50, 성공보수 50입니다."
"저는 아펠토프트 창관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돈이 필요해서요. 그랬는데 이분들이 말을 걸어 주셔서요."
"병든 어머니와 미성년자인 동생이 있는데, 집에는 먹을 것이 없다고 합니다."
"......"
클라스가 걸어온다. 뚫어지게 보고 있다.
그가 의자에 앉자 올리비아도 의자에 앉았다. 권유에 따라서 정면으로.
방금 전보다 더 가까이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마를 누르며 클라스가 절규하고 있다. 뺨이 빨갛다.
"............ 뭐랄까, 여자라는 것은 전부 귀엽구나........"
"올리비아 양은 여자 중에서도 최고봉인데요, 클라스 님."
"예.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는 흔치 않지요."
"감사해요."
"하지만 나는 그저 귀엽다고 생각했을 뿐, 딱히 사랑하지 않고 지금은 조금 놀란 것뿐이야."
"일단 좀 쉬죠."
"이제부터 천천히 해나가도 괜찮아요, 클라스 님."
"잠깐만, 잘 들어보니 목소리까지 귀엽네? 역시 돌아가도록 해. 지금이라면 아마 아직은 안전할 거야. 돈은 줄 테니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요. 저는 이유 없는 돈은 받을 수 없답니다. 아버지로부터 그런 교육을 받았어요."
"규율적이고 착실한 사람. 정말 제대로 된 집안의 아가씨구나."
"고마워요."
"차 끓여 드릴게요."
"싫어하는 음식은 없으십니까, 올리비아 양"
"네, 무엇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아주 건강하고."
"이미 늦었다니깐."
맛있어 보이는 과자가 테이블에 놓여 있다.
아, 이 과자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고 올리비아는 생각했다.
오랜만에 보는 단것. 그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왜 그래 올리비아 양, 슬픈 표정을 하고서?"
"너무 빤히 쳐다본다고 이 녀석."
"아뇨, 아무 일도 아녜요. 잘 먹겠습니다."
"먹는 모습까지 아름답다니..."
"저렇게 보다가 뚫리겠다."
의외로 그렇게까지 상하관계는 없는 것 같아서, 넷이서 함께 과자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