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 아펠토프트 창관의 문앞에서(2)
    2023년 10월 16일 20시 37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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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인 아돌프가 아내로 맞이한 것은 귀족의 딸이었다. 이름은 카밀라라고 한다.

     기품이 있는 그녀는 남편이 서재에 틀어박혀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그 태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두 사람 사이에는 부부다운 따뜻한 정을 찾아볼 수 없다.

     안식을 찾아 밖으로 나온 아돌프는, 해 질 녘의 거리에서 아름다운 꽃장수를 만나게 된다.



    "아......"

    "구애의 말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원해]"

    "아............"



     아돌프는 여자를 보러 다녔다.

     그러던 중 그녀와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 아돌프와 닮은 아이였다.



     남편의 태도에 불신이 커져가던 카밀라는, 어느 날 그 사실을 깨달았다. 남편의 서재에서 그녀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건 꼭꼭 숨겨놨어야죠."

     

    "맞습니다."

     



     카밀라는 저주했다. 그녀의 생가에 전해 내려오는 주술로.

     은침을 자기 몸에 찔러 넣는다. 흘린 피를 작은 병에 모으고, 바늘은 거기에 담가둔다.

     매일 밤마다, 총 100번의 밤. 그 바늘을 저주하고 싶은 상대가 있는 집 안 어딘가에 숨기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저주가 완성된다. 그 바늘이 집 안에 있는 한 카밀라의 저주는 풀리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침실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었다고 합니다. [카밀라의 100방울의 피는 올슈테트 가문을 3대째 저주한다. 올슈테트의 남자가 사랑한 여자는 12월의 보름달 아래에서 죽는다]는 글귀를 남기고서."

    "...... 여자의 원한이군요."



     거기서는 단순하게 [죽어라 아돌프]로 끝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남편이 사랑한 여자와 자식을 저주하고 싶어지는 것이 여자라는 존재인가 보다.

     꽃장수는 12월의 보름달이 뜬 밤에 별장에서 죽었다. 아이만 남았고, 그 아이는 올슈테트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다. 클라스의 아버지다.



    "아돌프 씨는 몇 세에 별세하셨나요?"

    "50살에 유행병으로.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입니다만."

    "네."

    "꽃장수의 죽음 이후 아돌프 님은 다시 진실한 사랑에 눈을 떴습니다."

    "꽤나 로맨틱한 분이시네요."

    "예, 부끄럽게도. 후처가 된 분을 저택으로 모셔오게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무신경."

    "예. 그런데 그분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카밀라의 저주의 효과는 한 번만 있었던 것 같아서 안도했습니다."



     그동안 스캔들다운 스캔들 없이 오랫동안 왕실의 총애를 받아왔던 올슈테트 가문의 추문. '카밀라의 저주'는 종식된 것처럼 보였다. 꽃장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클라스의 아버지도,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아 뛰어난 학자의 면모를 보였다.



    "클라스 님의 아버지 셀리시오 님은 성실한 분이셨고, 18살에 순조롭게 아내를 맞이하여 아돌프 님처럼 진실한 사랑에 눈을 뜨는 일 없이 곧장 그분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랑받은 아내는 12월의 보름달이 뜬 밤에 돌아가셨습니다."

    "......"

    "클라스 님의 형을 그 뱃속에 품은 채로. 참담한 일이었습니다."

    "......"

    "[3대째 저주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카밀라는 올슈테트의 피를 끊을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오래도록 아돌프 님의 흉흉한 소문이 세상에 계속 퍼지게 하는 것이 그 여자의 목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셀리시오 님도 후처를 맞이했고, 이분은 아무런 장애 없이 클라스 님을 낳으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클라스가 6살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셀리시오 님도 클라스가 18살이 된 여름에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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