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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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15일 23시 05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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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트라는 이름의 지옥의 심판을 마친 케이오스는, 다음 날 학교에서 학생회 회원들에게 그동안의 경위를 설명했다.

      "우와......", "어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은 백작영식과 후작영식이었다. 캐롤라인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케이오스와 마찬가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위장결혼이 아니면 안 되는 걸까......? 나는 더 이상 니콜에게 손을 대면 안 되는 걸까......?"

    "잠깐 교회에서 참회하고 오마 ...... 아니, 차라리 출가해야."

    "둘 다 진정해."



     당황한 케이오스와 죄책감에 시달리는 캐롤라인을 진정시키며, 백작영식은 두 사람이 정신을 차리도록 말한다.



    "반성했다면, 니콜 양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어쨌든 케이오스는 앞으로 니콜 양을 위해 노력해"

    "그래. 데이트 신청해. 편지를 써. 선물을 줘."

    "...... 혼자 행동하는 게 더 편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케이오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서 머리를 감쌌다.



    "내 생각에, 이미 니콜은 내가 데이트 신청을 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혼자서 가고 싶은 곳에 가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제의 말투에서, 그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아아, 정이 떨어졌다라는 말은 이런 것이구나. 케이오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니콜에게 버림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위장결혼은 싫고?"

    "당연하지!"



     젊은 남자로써, 그 부분은 주장해 둔다.



    "그럼 어떻게든 니콜 양의 마음을 되찾을 수밖에."

    "하지만 어떻게......"



     이쯤 되면 가식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케이오스는 고육지책을 쓰기로 했다.

     자신보다 니콜을 더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즉 니콜의 동급생인 영애들에게 협조를 구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협조를 구하는 이상, 사건의 경위를 솔직하게 털어놓아야만 한다. 갑자기 불려 나와서는 멍청한 남자의 조잡한 몰락극을 듣게 된 영애들은 크게 놀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바보인가요?"

    "멍청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니콜 님이 불쌍해......"

    "정말 니콜 님에게 어울리는 혼담은 정말 없는 걸까요?"

    "저, 아버님께 여쭤볼게요."

    "저도 어머니는 이웃나라에 친구가 많으니......"

    "자, 잠깐만!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번만큼은 케이오스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니콜에게 새로운 혼담을 가져다주려는 아가씨들을, 백작영식가 다급히 말렸다.



    "일단, 니콜이 혼자서 시내로 가려고 하면 내게 알려주었으면 해."



     케이오스도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왜 저희들이 그런 밀정 같은 짓을 해야 하나요?"

    "그래요. 게다가 여자란 한 번 싫증난 남자는 더 이상 얼굴 보기가 싫은 법이에요."

    "위장결혼이라 해도 결혼해 주는 것을 보면, 니콜 님은 참 자상하시네요."



     영애들의 말이 하나하나 가슴에 꽂힌다.



    "헤어진 후에도 그녀가 나를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니, 남자들의 머릿속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내가 좋아하는 여자는 저쪽도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녀석들이 가끔 있어요"

    "남자들이 말을 걸어올 때의, 그 '내가 말을 걸어주니 좋지?'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가 정말 짜증 나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개가 짖어대는 게 더 나은걸요."



     결국은 남성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서, 케이오스만이 아닌 다른 두 사람까지 주눅 들어버렸다. 남자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캐롤라인 님도 캐롤라인 님이잖아요. 아무리 소꿉친구라지만, 약혼녀가 있는 남자가 24시간 내내 자기 곁에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나요?"

    "언제까지 애들인 줄로 생각하시는 걸까요?"

    "왕족답지 않게 둔감하세요."

    "아니 그게 정말 맞는 말이라서 면목이 없다"



     캐롤라인도 평소답지 않게 침울한 표정이다.



     한바탕 비난을 받은 후, 이번만큼은 참아주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관심 없는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싫어하는 상대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맞아요. 좋아함의 반대는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영애들의 말투가 가차 없다. 칼날에 맞는 기분이라서, 케이오스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일단 다음 주에 교류회가 있잖아요. 지금까지는 케이오스 님이 캐롤라인 님에게 찰싹 붙어있는 바람에 니콜 님이 홀로 지내게 되어버렸지만........"

    "윽......"

    "당연히, 니콜 님은 평소처럼 혼자 있을 생각이시겠죠."

    "으으......"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교류회는, 미래를 위한 학생들끼리의 사교의 장이다. 명확하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약혼자가 있는 사람은 약혼자와 함께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니콜 님께 다음 주에는 함께 참석하자고 편지로 부탁하는 거예요! 지금 당장!"



     험악한 명령에, 케이오스는 그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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