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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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14일 19시 56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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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부터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나니 정말 편해졌다.



     휴일에는 약혼남을 다과회에 초대하거나 함께 외출해야 한다는 상식을 신경 쓰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니콜은 홀로 있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렸다.



     쉬는 날에 혼자 행동하는 것에 익숙해지자, 학교 생활에서도 혼자 지내는 것이 힘들지 않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니콜이 마음을 열고 당당하게 홀로 행동하기 시작하자, 약혼자에게 외면당하는 영애와 니콜을 비웃던 사람들이 모두 한결같이 입을 다물었다. 니콜을 보며 몰래 소문내던 영애도 사라져서, 니콜의 주변은 조용해졌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니콜은 귀찮음이 없어진 것을 기뻐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고, 일 년에 한 번 있는 꽃 축제가 다가왔다.

     꽃 축제는 여성들이 약혼남이나 남편에게서 꽃을 선물 받는 날이다. 그래서 주변의 영애들은 모두 어떤 꽃을 받을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니콜은 작년을 떠올렸다.

     전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꽃 축제 당일에 만나러 갔는데, 아무렇게나 꽃다발을 건네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케이오스에게 들은 대사가 걸작이었는데, 그 꽃다발은 캐롤라인 공주에게 바친 꽃의 잔여물이었다고 한다.

     작년의 여러 가지 기억을 떠올리고 있자, 같은 반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니콜 님은 케이오스 님에게서 꽃을 받는 거죠?"



     니콜은 고개를 저었다.



    "잔여물은 받지 않기로 했어요."



     한심한 소재로서 작년 이야기를 꺼내자, 반 친구들은 니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분노했다.



    "세상에..."

    "너무 심하잖아요."



     그녀들 역시 케이오스가 캐롤라인에게 빠져서 니콜이 냉대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니콜의 입에서 나온 실상이 너무 심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뭐, 제가 만나러 가지 않으면 관여할 일도 없으니까요."



     올해는 만나러 가지 않는다. 꽃 한 송이도 기대하지 않는다. 니콜은 그렇게 결심했다.

     작년에 꽃을 건네받았을 때, 일단은 꽃을 준비해 주었다며 안도하는 니콜에게 케이오스는 이렇게 말했다.



    "캐롤라인 님께도 같은 꽃을 드렸는데 잘 어울렸다. 너에게도 잘 어울리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순간 내 마음이 완전히 부서진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이후로는 아무리 냉대를 받든, 공주를 우선시하든 상관없게 되었다.

     아마 조금이라도 남아있던 약혼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 같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은 너무 편해졌기 때문에, 니콜은 이대로의 일상이 계속된다면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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