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그렇다고 그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매우 고민된다. 그가 혼자 있는 순간을 노려야 할까?
클라우디아가 훗날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을 때, 아델레 공주는 질베스터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누가 뭐라 하든, 넌 셰인하이트 가문으로 장가가는 거야! 질베스터 마르츠, 이것은 왕의 명령이야!"
(왕녀 전하께서. 저분을 우리 가문에 장가보낸다고 말씀하시는 걸까?)
클라우디아는 마르츠 후작가의 이름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북방 민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중앙에서는 보기 드문 기개 있는 남자라고 칭찬했었던 것이다.
[알아들었지, 질베스터!]
[...... 왕의 명령이라면]
공주와 질베스터가 그 대화를 나눈 직후, 클라우디아는 기쁨에 겨워 바로 뛰쳐나왔다.
"에엑!!!! 그래도 괜찮겠어요!?"
질베스터의 앞에 내려앉은 클라우디아는, 착지한 자세의 무릎을 구부린 상태 그대로 맞은편의 공주를 올려다보았다.
옆 트임이 크게 들어간 타이트한 드레스 사이로, 균형 잡힌 미녀의 다리가 보인다. 언제든 싸울 수 있도록 배려한 시녀의 배려도 있어 움직임이 훨씬 편하다.
"뭐, 뭐야, 넌?"
영애가 갑자기 중앙에 나타나자, 당연하게도 왕녀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먼저 자기소개를 해야죠)
일어선 클라우디아는, 스커트 밑단을 털고 바닥을 정돈했다. 그리고는 그 유례없는 몸통에서 뿜어져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사를 했다.
"실례했습니다. 왕녀 전하께서는 안녕하셨는지요. 저는 셰인하이트 가문의 장녀 클라우디아라고 합니다. 방금 전의 영예를 받아 송구스럽습니다."
"셰, 셰인하이트 ......!!!?"
"네, 말씀하신 웅녀랍니다, 왕녀 전하."
클라우디아는 한치의 그늘도 없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 사냥터에 오기 전, 이모로부터 사교계의 무기라는 말을 들었기에 미소는 이미 연습한 상태였다.
(웅녀라니 ...... 최고의 영예야)
곰을 잡으면 곰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셰인하이트 영토에서는 그 곰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이 최고의 명예다.
오늘도 이브닝드레스의 가슴에는 그 곰 배지를 제대로 달고 있다.
클라우디아는 가슴에 반짝이는 황금빛 곰 배지를 자랑하려고 은근히 가슴을 치켜세웠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저 클라우디아는 진심으로 공주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던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안색이 나빠진 것 같았다.
"게다가."
말없는 왕녀 커플을 뒤로하고, 클라우디아는 빙글 돌아보았다.
그러자, 연두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서 보니 질베스터는 아주 다정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마음에 든다.
"이번에 영지를 떠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위해 이렇게 멋진 신랑감을 찾아주시다니 ...... 정말 감사해요, 왕녀 전하!"
"아, 아파!"
감격에 겨운 클라우디아는, 두 손으로 공주의 손을 잡고 꽉 쥐었다. 그러자 화를 내길래 서둘러 손을 떼었다. 너무 힘을 준 것 같다.
"자, 잠깐만, 기다려. 네가 셰인하이트의 웅녀야? 정말로?"
"네. 저는 틀림없는 클라우디아랍니다. 여덟 살 때 쓰러뜨린 곰은 너무 큰 녀석이었던지라. 저조차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싸움이었어요! 왕녀 전하도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요, 곰과 대결했던 그때ㅡㅡ"
공주의 당혹감을 신경 쓰지 않고, 클라우디아는 무용담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며 '셰인하이트의 곰 여인'을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
클라우디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영애다. 키가 큰 것도 아니고, 근육질인 것도 아니다. 그냥 평범하게 귀엽다.
(((이 소녀가, 곰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은, 아마 일치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