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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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0월 06일 22시 35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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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델레 전하."



     파티장 한가운데에서, 질베스터라고 불리는 청년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연한 갈색 머리에 녹색 눈동자. 화려한 귀족들 사이에서 그는 평범한 외모의 부류에 속함을 자각하고 있다.



     그런 질베스터의 눈앞에서 찰싹 붙어 있는 남녀가 있다.

     이 나라의 왕녀 아델레와, 최근 경기가 좋다는 소문이 자자한 상인 청년. 귀족을 상대로 한 장사가 유난히 잘 되어 곧 남작 작위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눈매가 곱고 화려한 남자다.



     그 친밀한 모습에서, 두 사람이 연인 사이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둘의 약혼을 파기하자고 했어."

    "우리의 약혼은 국왕 폐하께서 정하신 것일 텐데요."

    "그런 건 상관없어. 내가 부탁한다면."



     부채를 닫은 금발 공주는 질베스터를 향해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이 나라의 왕위 계승권 제1순위인 아델레는 국왕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측실과의 사이에 둘째 왕녀가 있지만, 다른 왕자는 없다. 어렸을 때부터 제멋대로였던 공주는 주변에서 오냐오냐하는 바람에 버릇없이 자라고 말았다.



     확실히 그녀가 원하면 대부분의 일이 이루어진다.

     그것은 어릴 적부터 약혼을 하고서 왕족이 되기 위해 엄격한 교육을 받아온 이 질베스터도 마찬가지다.



    "진심이십니까, 아델레 전하?"

    "그래. 너, 내 약혼남이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지금까지 꽤나 으스댔다고 들었어. 믿기지도 않아."

    "......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신을 노려보는 왕녀를 보는 질베스터는 당황스러웠다. 공주와 사이가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명백한 혐오감을 표출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알고 있어! 이번 재무국의 횡령 사건에도 재상이 깊숙이 관여했고 하잖아...... 난 정말 기가 막혔어."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입으로는 뭐든 말할 수 있지! 아아, 한탄스러워. 너는 오늘부로 문관직도 사라졌어."



     뜬금 없는 말을 한 왕녀는, 뒤에서 서 있던 남자에게 몸을 기댔다.

     상인의 남자는 그것을 부드럽게 받쳐주며,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후훗, 어머, 다니엘도 참........"



     ......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질베스터는 두 사람에게 공허한 시선을 보냈다.



     파혼에다가 직위의 박탈. 갑작스러운 일이지만, 그녀가 선언한 이상 이 결정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국왕은 그녀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 자리에는 많은 귀족들이 있다.



     소곤거리며 재밌다는 듯 질베스터의 모습을 살피는 그들의 앞에서, 고상하게 선언한 사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마르츠 후작가에 닥친 추문을, 주변 사람들은 그저 실실 웃으며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아델레 님. 저희만 행복해지는 것도 질베스터 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요."



     상인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마침 완만한 계단 난간에 서 있던 그들은, 분명하게 질베스터를 내려다보고 있다. [각주:1]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재상의 아들인 질베스터를 모욕하는 것ㅡㅡ그런 목적도 있는 것 같다.



    "친절하네, 다니엘."



     아델레 공주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다니엘을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 맞다, 나 요즘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어. 셰인하이트 가문의 웅녀가 신랑감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



     공주가 그렇게 말하자, 주변에서 킥킥거리며 추악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셰인하이트는 북쪽 국경에 위치한 변경백 가문의 이름이다. 무섭도록 강하고 무술에 능한 가문이라는 소문은, 이 왕도에서도 유명하다.

     ㅡㅡ그곳의 따님이 여덟 살 때 곰을 죽였다는 일화도 있다.


     

     

    1. 내려다 보다와 깔보다의 중의적 표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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