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하이트 가문은 국가를 지키는 방패입니다. 그런 식으로 조롱할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질베스터는 공주의 경솔한 언행을 질타했다. 사치와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목적인 중앙의 귀족들은, 무예를 숭상하는 변경 사람들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왕도가 이렇게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인데 말이다.
"여전히 시끄럽네 ......!"
공주는 분명하게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잔소리를 싫어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질베스터도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녀의 경솔한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뭐라 하든, 넌 셰인하이트 가문으로 장가가는 거야! 질베스터 마르츠, 이것은 왕의 명령이야!"
"앗......"
"아버님도 이미 허락해 주셨어. 이 정도의 단죄로 끝나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기도록 하렴. 후후, 안 됐네 질베스터. 이 나라의 부군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평생 그곳에서 야만스러운 곰과 함께 즐겁게 살라고?"
주위의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질베스터의 귀에도 들려온다.
이제야 이해했다.
이 야회는, 애초에 이 목적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중앙 정계에서 마르츠 후작가를 멀리하고 그 지위를 깎아내릴 목적으로, 이미 물밑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공주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 아무도 비난하지 않는 것은, 이와 다른 의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주의 어깨를 안은 다니엘은 승승장구하는 표정으로 질베스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상인의 작위 승격에 반대했던 것은 마르츠 후작가를 필두로 한 파벌이었다.
"알아 들었지, 질베스터!"
"...... 왕의 명령이라면."
그렇다고 해서 이런 폭거를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공주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를 재상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니엘 쪽으로 돌아설 줄이야)
별생각 없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이 너무 분해서, 질베스터가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에엑!!!! 그래도 괜찮겠어요!?"
하늘에서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비가 춤추듯, 한 아가씨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었다.
◇◇◇◇◇◇◇◇
ㅡㅡ조금 전.
중앙의 소란이 잘 보이지 않았던 클라우디아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2층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위에서 보니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진지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전략을ㅡㅡ짜려고 생각하던 찰나, 이곳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인물의 말이 들려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가 이 나라의 제1왕녀 아델레인 모양이다.
[신랑감을 찾고 있는 셰인하이트의 웅녀]
분명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고 클라우디아는 생각했다.
셰인하이트 가문에는 딸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 조, 조금 쑥스럽네요)
신랑감을 찾는 것이 들통난 것은 차치하고, 곰을 쓰러뜨린 것까지 왕도에 알려졌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 곰은 꽤 강했어. 졸업 시험이라서 나도 긴장하고 있었는걸)
셰인하이트류 무술에서, 곰을 쓰러뜨리는 것은 마지막 난관이다.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이 난관을 여덟 살의 나이에 해냈다는 것을 클라우디아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수줍어하면서, 클라우디아는 파혼을 당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매우 지적이고 똑똑해 보였고, 성실하고 건강해 보이며 근육질도 아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는 갓 구운 빵처럼 부드럽고 맛있어 보였으며, 초록색 눈동자는 눈 덮인 셰인하이트에 봄을 알리는 신록처럼 보였다.
(......엥)
어휘력은 부족하지만, 클라우디아의 날카로운 관찰력에 따르면 질베스터는 남편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기적일까. 한눈에 반했다.
(어떡해...... 이런 곳에 내 이상형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