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13 계약결혼 ※리큐어 백작 시점(3)
    2023년 10월 03일 21시 47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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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를 만난 것은 나에게 정말 행운이었다.

     그녀라는 여성이 있었기에, 나는 여성에 대해 예전처럼 혐오감을 느끼지 않게 된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진심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마티니 남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책은 없지만....... 반드시 괜찮을 겁니다. 여기에서의 경험이 있다면, 꺾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도 리디아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요."



     마티니 남작은 나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딸 마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마리아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리큐어 백작은. 우리 마리아랑 같이 있어도 괜찮으신 거군요?"

    "......? 네."

    "음, 그렇다면. 이건 뭐, 노인의 헛소리라 생각하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만."



     마티니 남작이 복스러운 배를 흔들며 말했다.



    "모처럼이니 우리 딸을 방파제로 이용하지 않겠습니까? 위장결혼이라는 것입니다만, 하하하."

    ""예!?""



     갑자기 던져진 이야기에, 나는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이곳에 온 이래로 나는 나에 관한 연애나 결혼 이야기를 접하지 않고 지내왔다. 오랜만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또다시 구역질이 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런 일은 없었다. 오히려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나는 자신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



    (마리아와, 결혼......!?)



     아니, 진짜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마티니 남작도 위장결혼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리큐어 백작령으로 돌아가도 그녀가 곁에 있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들떠서 말을 제대로 이을 수 없다.



     그렇게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마리아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빠! 갑자기 무슨 소리야? 모처럼 백작님의 건강이 좋아진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하지만 말이다. 이대로 그가 백작령으로 돌아가면, 백작령에서 기다리던 여성들이 오랜만에 백작님을 보고 흥분할 것 같아서 말이지."



     마티니 남작의 말에, 나는 무심코 몸을 움찔했다.

     마리아는 그런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다가 다시 마티니 남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 정말 섬세함이 없다니깐!"

    "그래도, 사실이지?"

    "그래도 그 대책이 문제라구. 위장결혼이라니 뭐야, 형식적이지만 나와 결혼을 한다니, 여자를 싫어하는 백작님이 싫어할 게 뻔하잖아!"

    "아니! ...... 그, 그렇게 해준다면야 고맙겠지만 ......"

    "어? 싫지 않으세요? 저는, 딱히 상관없지만요 ......"

    "뭣!?"



     당황한 나와 마리아를 보며, 마티니 남작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럼, 결정됐네. 기간은 얼마가 좋을까? 관심이 멀어질 때까지로 하고, 일단은 1년 정도면 어떨까?"

    "아, 아빠, 진심이야!?"

    "마, 마티니 남작. 그런, 당신의 소중한 따님을......."

    "방파제가 있는 편이 리디아 님도 안전할 테니까요. 마리아는 뭐 괜찮습니다. 오히려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보다는 이혼 후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 더 좋지?"

    "아빠, 딸한테 그게 무슨 말이람...... 뭐, 맞아. 백작님이 싫지 않다면 저는 환영이에요."

    "마리아!?"



     이렇게 해서 나와 마리아의 위장결혼ㅡㅡ아니, 이건 표현이 좀 안 좋다. 계약결혼이 결정된 것이다.



     "뭐, 어차피 1년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라는 마티니 남작의 중얼거림은, 내 귀에도 마리아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



     그렇게 계약결혼 생활이 시작된 지 두 달.



     마리아는 밭일을 하지 않는 대신 리디아를 돌봐주고 있다. 마리아는 사실 밭일보다는 일하는 것 자체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라서 "지금은 육아와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이 즐거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매일 식탁에서 리디아를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택에서 일어난 일이나 하인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고해 준다.

     그렇게 마리아가 즐겁게 저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각자의 일을 인정해 주니, 하인들도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다. 리디아도 잘 챙겨주고, 리디아는 이전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많이 그녀의 존재로 인해 도움을 받고 있다.



     태양처럼 눈부신 미소를 가진 나의 천사.

     항상 즐거워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는 모습은 아버지 마티니 남작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것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만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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