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 12 장기시찰 ※리큐어 백작 시점2023년 10월 03일 20시 26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마티니 남작령에서의 생활은 정말 평온했다.
남작령에서 많은 사람들은 일출과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밭을 일구고, 땅의 은혜를 받으며, 신선한 채소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마티니 남작령에 온 이후로 매일 일출과 함께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깨어 있는 동안에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2주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해요]
[나, 남작 ......, 하지만 저는.......]
[어허. 괜찮습니다. 이 늙은이의 얼굴을 봐서 그렇게 해주시죠]
그렇게 말하면서 마티니 남작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 후, 자신은 서둘러 '야채를 사랑하는 연구대'의 연구실로 향했다.
나는 쓰다듬어준 머리를 손으로 만지면서,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주 동안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남작령을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며, 밭일을 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좀 더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밭에서 남자들과 이야기하는 나를 본 여자들이 마구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티니 남작에게 빌린 검은색 가발과 모자, 그리고 두툼한 안경을 쓰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평소에 걷던 길을 따라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서는, 가져온 물병을 한 손에 들고 숨을 골랐다.
지금은 여름이다. 남작령의 농가에서 생산된 여름 채소들이 세상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뻥 뚫린 것처럼 파래서, 나는 어깨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하늘을 본 게 언제였을까......)
직장에 야회에, 그리고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여자들을 피하기 위해 지난 몇 년 동안은 볼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서 집에 틀어박혀 살았다. 자신이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기 와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 같다.
매일을 여유롭게 지내고 수확의 기쁨에 기뻐하는 영민들을 보고, 자연을 접하고, 신선한 채소 요리를 먹는다.
그 단순한 것이 이토록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리고 매일 남작령을 산책하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영민들의 대화 속에 항상 어떤 이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리, 이쪽도 좀 부탁해!"
"마리, 이것 봐! 새싹이 자랐어, 남작님도 기뻐하실 거야~"
"갓 딴 토마토다! 어라, 마리는 어딨어?"
'마리'는 아마도 여성의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농지에서 소녀 같은 인물은 잘 안 보인다.
여성들은 밭에 나가기보다는 실내에서 채소를 가공하는 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밭에서 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은 눈에 띈다. 하지만 항상 밭에는 바지를 입은 사람들만 나타난다.
그런데 내게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마리라는 사람은.......
"여어, 백작님. 잘 지내고 있어?"
나무 그늘 벤치에서 멍하니 밭을 바라보고 있자, 옆에 한 청년이 쪼그려 앉았다.
연한 갈색 머리에 벌꿀빛 눈동자. 친근한 얼굴의 그는 마티니 남작의 장남인 멜비스 마티니였다.
차기 마티니 남작인 그는, 아버지인 현 마티니 남작의 지시를 받아 나를 돌봐주고 있다.
"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주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딱딱하네.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겠지. 자, 토마토."
새빨갛게 익은 윤기 나는 토마토를 내밀어서, 나는 고맙게 받아들였다.
멜비스는 밀짚모자와 시원한 반팔 차림으로 짊어지고 있던 토마토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벤치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토마토를 깨물었다. 도무지 귀족으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멜비스를 흉내 내어 그대로 토마토를 깨물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 속에서 자란 싱싱하고 달콤한 그 열매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맛으로 느껴졌다.
"엄청 달고 맛있지? 이건 우리 마리...... 아니, 우리 집에서 개발해서 만든 최신의 토마토야. 디저트 토마토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
"디저트...... 토마토를요?"
"그래. 조금만 더 달아지면 과일처럼 느껴지지 않겠어?"
"지금도 충분히 달콤하고, 아주 맛있는데요. 이 정도면 딱 좋은 것 같아요."
"....... 그랬어. 여성들의 의견만 너무 많이 반영했나 봐. 백작님 같은 귀족 남자한테 이 정도의 당도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나중에 알려줄까?"
토마토를 씹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멜비스를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그런 나를 보고 멜비스는 웃었다.
"오오. 백작님, 좋은 얼굴로 웃잖아. 역시 토마토는 최강이라니까."
"...... 그렇군요."
"맞다, 아까 백작님은 뭘 보고 있었지? 저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데."
나는 멜비스에게 영민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마리'씨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내 생각을 전해 보았다.
"오, 눈치채고 있었구나. 어, 그것도 일단 여자이기는 한데...... 뭐, 좋은 경향이겠지."
멜비스는 매우 흥미롭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백작님의 상상대로야. 밭에 있는 바지를 입은 꼬마. 저게 바로 '마리 씨'야. 참고로 내 여동생이며, 이름은 마리아."
멜비스의 말에 나는 눈을 깜빡였다.
내가 매일 바라보던 영민들 중에서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던 바지를 입은 작은 소년ㅡㅡ이 아니라 소녀.
그녀는 여성일 뿐만 아니라, 귀족이자 마티니 남작의 장녀 마리아였던 것이다.728x90'연애(판타지) > 사연 있는 백작님과 계약결혼했더니, 의붓딸(6세)의 계모가 되어버렸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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