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13 계약결혼 ※리큐어 백작 시점(2)
    2023년 10월 03일 21시 46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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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는 흙을 만들고 모종을 만드는 것부터 하는 편이 더 재미있어요."

    "우와, 마리가 백작님께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어."

    "아니, 나는 알아. 모종부터 시작해야 정석인 게야."

    "제이콥 오빠,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는 수확 작업을 가장 좋아하니까 이것만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지만, 비료의 배합을 가장 좋아하면서!"

    "들켰다."



     낄낄거리며 웃고 있는 남자들의 모습에, 마리아도 활짝 웃고 있다.

     마리아는 정말 잘 웃는다.

     귀족의 세계에서는, 이렇게 격의 없이 웃는 여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맞다, 백작님. 근처 작업장의 여성들에게는 백작님을 보러 오면 안 된다고 했으니, 안심하고 작업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열심히 토마토 수확에 대해 알려주었다.

     새빨간 토마토를 수확하고 나면 남은 열매의 위치를 밑으로 내려야 한다. 빛이 닿지 않으면 속이 빈 토마토가 되기 때문에, 위치를 낮추기 전에 방해가 되는 잎의 가지치기를 한다. 너무 많이 가지치기를 하면 토마토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려운데."

    "익숙해지면 쉬워요. 자, 일단 한 개만 수확해 보세요."

    "그래."



     나는 그녀가 보여준 시범을 떠올리며, 어설픈 동작으로 가위를 들어 새빨간 토마토를 수확했다.

     묵직하고 무거운 그 느낌은, 왠지 모르게 아주 소중한 것 같았다.



    "모처럼이니, 물로 씻어서 먹어봐요."

    "마리는 그냥 토마토가 먹고 싶을 뿐이잖아."

    "당연하죠! 이 디저트 토마토 시제품 4호, 정말 맛있다고요?"

    "그건 그래~"

    "아, 콜트 씨가 먼저 먹었어! 치사해!"



     떠들썩하게 떠드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직접 수확한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에 마음이 충만해지는 것 같다.

     시야가 조금씩 일그러지자, 나는 급히 팔로 눈을 닦았다.



    "그렇죠!? 백작님, 우리 토마토 정말 맛있죠!?"



     토마토에 푹 빠진 그녀를 보고, 나는 정말 오랜만에 여자 앞에서 안심하고 웃었다.





    ****



     그 후 한 달 반 동안, 마리아는 계속 나의 안내자 역할을 자처했다.



    "잘 모르겠지만, 저랑 같이 있는 게 괜찮다면 저로 익숙해지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의 여성 공포증을 치료하기 위해 협력해 준 것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등을 생각하고, 점심에는 바구니에 가득 담긴 수확물로 식사를 만든다.

     마티니 남작가에 왔을 때부터 신선한 채소를 이용한 요리가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식탁에 함께하면서부터 더욱 맛있게 느껴지게 되었다. 그녀는 밭을 좋아해서 "이거 아까 수확한 호박이에요! 우리 집의 특산품!" "오늘은 가지를 세 종류나 수확했잖아요? 비교해 보면,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알 수 있나요?" 등을 말하며 정말 즐거워한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식사를 줄인 느낌인데, 그녀가 앞에 있으면 자연스레 식욕이 왕성해진다.



     그렇게 내가 마티니 남작가에 온 지 두 달이 지나고, 리큐어 백작가로 돌아갈 날이 왔다.



    "마티니 남작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언젠가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리큐어 백작가의 밭을 시찰하러 가보도록 하지요. 넓은 밭을 운영하는 방식은 몇 번을 봐도 가슴 뛰는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물론입니다. 꼭 와주십시오."



     마티니 남작이 복스럽게 나온 배를 흔들며 즐겁게 웃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감사를 받는 방식도 능숙하다. 이런 부분은 정말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음. 얼굴이 많이 좋아졌구만."

    "마티니 남작"

    "하지만 리큐어 백작. 백작령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이전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겠지요. 대책은 없으십니까?"



     나는 지금까지의 일을 떠올리며 마리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마리아는 놀란 얼굴로 눈을 깜빡이고 있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이 마티니 남작령에서의 삶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햇살, 밝은 토지, 알록달록한 채소들. 그런 눈부시고 소중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 같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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