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왕도에서 (2) ~과거와 현재~ ――245(●)――(2)
    2023년 09월 30일 23시 51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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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이 마을 콜트스에 머물게 되었는데, 꽤 괜찮은 마을이야"

     "한동안이라니,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지."



     한 방이라도 맞으면 전투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라우터바흐는 간신히 자벨 남작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가까스로 물었고, 여유롭게 웃으며 자벨 남작이 대답했다.



     "이 전투, 제2도시 포안보다 먼저 함락된 것은 제3도시 후스한이었으니까."

     "뭐, 뭐라고?"

     "후스한의 원군이라는 것은 우리였다는 말이야. 아, 후스한의 대장을 비난하는 건 그만둬. 그 녀석은 아내와 자식이 인질로 잡혔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뿐이거든."



     물론 주군인 콜트레치스보다 아내와 자식을 택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게 말한 차벨 남작이 웃으며 연달아 할버드를 내리치자, 라우터바흐는 이를 받아내면서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차벨 남작이 라우터바흐와 결전을 벌이는 동안, 안하임에 주둔하고 있었던 홀츠데페의 기사들이 콜트레치스 기사단의 중심부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홀츠데페 휘하의 기사들은 안하임 공방전을 거치며 야간 난투극과 집단전투에 익숙해진 기사들이다. 여러 명이 달려들어 콜트레지스 측 기사의 다리와 손을 찔러서 상대의 전투력을 잃게 하면서도 그 자리에 쓰러진 기사들을 장애물로 잘 활용하였고, 지휘자인 라우터바흐가 백병전을 벌이고 있어 지휘할 사람이 없는 콜트레치스 측을 점점 무력화시켜 나갔다.

     상황의 급변과 돌팔매질에 혼란스러워하던 코르트레지스 측 기사들도 저항을 시도했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조직적인 저항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져 난투극이 벌어졌다.



     라우터바흐가 그 상황을 잠시 바라보며 신음하였다. 지시를 내리려 하면 들어오는 차벨 남작의 공격은, 오히려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딴 곳을 보다가는 목은 몰라도 팔과 다리를 잘릴 수도 있다.

     이번에는 날카롭게 꽂히는 도끼창을 간신히 피했다. 차벨 남작이 웃었다.



     "구 쿠나프 후작령에서 트리오트로 들어가서 데리츠담의 일부를 거쳐 남쪽을 통해 후스한까지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고."

     "데리츠담이!?"

     "그 녀석들, 너희들을 손쉽게 버렸다고."



     애초에 콜트레치스를 처음 자극한 것은 데리츠담 왕국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문제였다.



     "마젤 공이 성녀님께 무례한 짓을 했다는 소문에, 피노이 대신전의 최고사제님이 화가 나서 말이야."



     대제사장은 피노이 방어전 이후 마젤이 자신의 보상을 모두 신전과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내놓은 태도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다소 지나쳐서, 용사를 바인 왕국에서 신전의 직속으로 삼겠다는 레페의 표면적인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분명하다.

     그 점에 대해 다소 부담을 느낀 최고사제는 용사가 성녀에게 불륜을 저질렀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데리츠담 일파가 퍼뜨린 것이라는 바인 왕국의 증거를 확인하자, 과감히 공고를 냈다. 데리츠담 곳곳에 있는 신전을 3년간 폐쇄하겠다는 것이다.



     이 통보를 들은 델리츠담 측은 매우 놀랐다. 이 세계에서의 신전은 병원이기도 하고, 또한 신전의 재산은 지방은행과 같은 측면도 가지고 있다. 마물의 횡포도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전이 폐쇄되면 부상자 치료도 제대로 되지 않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기는커녕 파탄에 이르게 된다.

     혼란과 책임 떠넘기기, 왕궁 내 무력 소동까지 일어날 뻔한 데리츠담에게 바인 국왕이 구제책을 제시했다. 반란군인 콜트레치스를 토벌하는 데 '협조'해 주면 딸인 성녀를 통해 교회에 중재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데리츠담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데리츠담 영내에서는 식량 등 물자를 제공받으면서 구 쿠나프 후작령에 배치되어 있던 그렐만 자작이 이끄는 바인 왕국군이 오히려 당당하게도 팔리츠의 남쪽까지 군대를 진격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데리츠담 쪽에서 바인 왕국의 국경을 넘어 콜트레치스 영내로 들어가 후스한으로 향했다. 데리츠담이 준비한 길잡이가 선두에서 산지의 좁은 통로를 통과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옛 쿠나프 후작령은, 서쪽 국경의 확인차 왕도를 떠나 있던 샹데르 백작이 국경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그대로 임시 담당으로 부임해 옛 트라이오트 방면의 경계를 이어받고 있다.



     "산간 지역의 지름길 ......"

     "콜트레치스와 데리츠담이 은밀히 접촉하고 있는 이상, 지름길이 있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예상한 건 내가 아니라 왕세태 전하이지만, 이라고 말하면서 라우터바흐에게 도끼 창을 계속 내리친다. 라우터바흐가 간신히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차벨 남작이 대화를 하면서 전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크으~ 왕도의 똑똑한 녀석들과는 싸우고 싶지 않다니까."

     "무슨."



     무슨 소리냐고 말하려는 찰나, 다시 한번 날카로운 일격이 목덜미를 노리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라우터바흐는 입을 열 틈도 없었다. 그래도 간신히 피한 라우터바흐의 무술 실력에 감탄의 눈빛을 보내며 차벨 남작이 입을 연다.



     "실제 계획은 포글러 백작이 세웠다고 하는데, 체아펠트 자작이 먼저 제3도시를 공략해 망명지로 가는 길을 막자고 제안했다고 해."

     


     ※ 연재는 여기까지고 쓴 지 3개월 이상 지난 걸 보면 재개될 기약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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