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마리도 처음 보는 '천사의 춤'에 매료되어 있었다. 렉트와 춤을 출 때와는 분명히 분위기가 달랐다. 저게 그녀의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 저 저리에서는, 저 아이가 주인공인 것 같아."
안네므리가 말하려던 바로 그 말을, 셀레디아가 소리 내어 말했다.
"셀레디아 님?"
그녀의 억양 없는 목소리에 위화감을 느낀 루시아나는 셀레디아를 불렀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루시아나를 바라보았다.
"...... 루시아나 님은 맥스웰 님의 파트너이시죠?"
"네? 아 네, 맞아요."
"어떤 경위로 파트너가 되셨나요?"
"그, 그건......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부탁을 받아서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루시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어눌하게 대답했다. 그녀 앞에서 셀레디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런가요, 부탁을 받아서.................. 나였는데."
"네?"
"셀레디아 님!?"
세브레의 목소리에, 춤에 넋이 나가있던 안네마리도 눈치를 챈다. 셀레디아가 루시아나의 앞에서 비틀거리며 쓰러질 뻔한 것이다.
"어머나, 괜찮으신가요, 셀레디아 님."
"아, 네. 왠지 갑자기 피곤한 것 같아서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지금의 셀레디아는 상당히 안색이 좋지 않다.
"실례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실례할게요. 세브레 님."
"예, 제가 모시겠습니다. 필요하면 제게 기대어 주시길."
"우후후, 상스러워요. 에스코트만 해 주시면 괜찮아요."
세브레의 팔로 몸을 지탱하며, 셀레디아는 천천히 일어선다.
"다른 분들께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하지만,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네, 푹 쉬세요. 세브레 님, 셀레디아 님을 잘 보호해 주세요."
"물론입니다."
"셀레디아 님, 학원에서 다시 뵙도록 해요."
루시아나의 말에 셀레디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서 무도회를 떠났다.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으련만......)
안네마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셀레디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음악이 멈추고 춤이 끝났다. 그 직후, 관중들의 박수갈채가 시에스티나와 멜로디에게 쏟아졌다. 솔직히 첫 번째 댄스 때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왈츠를 췄을 뿐인데도 숨이 차올라서, 숨을 고르며 주변 상황을 바라보는 시에스티나. 얼마나 멜로디와의 주도권 다툼에 집중한 것인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결국 끝까지 리드를 되찾지 못했구나. 하지만......)
이 기분은 무엇일까. 박수는 지금까지 수없이 받아왔지만, 지금 자신에게 향하는 박수는 평소와 다른 느낌을 받는다. 무엇이 다른 것일까......?
지금까지 그 노력을 인정받은 경험이 없는 시에스티나는, 그것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자를 향한 진정한 찬사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전하, 정말 즐거운 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래, 이쪽이야말로. 함께 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다음엔 내가 이길 거야."
"후후후, 그건 어떨까요?"
멜로디가 빙긋이 웃는다. 시에스티나의 심장이 무심코 두근거렸다.
"자, 이제 돌아가도록 해요."
"그, 그래."
멜로디를 에스코트하는 동안에도 시에스티나의 심장 박동은 계속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에스티나 자신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어, 셀레디아 님은 돌아가셨어요?"
"응, 몸이 안 좋아진 것 같아."
"그런가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작별인사를 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네요."
이번 무도회가 세실리아로서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멜로디는, 더 이상 말을 주고받을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며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무도회는 그 후에도 막힘없이 진행되었다.
렉트는 레긴버스 백작의 명령도 있고 하여, 이후 미리아리아, 루나, 안네마리와도 함께 춤을 추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인가 루시아나 일행 외의 숙녀분들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백작이 부여한 할당량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유로워진 멜로디는 이후 크리스토퍼, 맥스웰과 함께 춤을 추었고, 이후 루시아나 일행과 환담으로 시간을 보냈다. 몇 명의 용감한 신사가 춤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루시아나라는 철옹성 같은 가드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루시아나 그룹과의 교류가 끝나자, 시에스티나 일행은 다음의 인사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떠날 때 시에스티나가 다음 무도회에서도 함께 춤을 출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다음 무도회에 나갈 생각이 없는 멜로디는 눈썹을 팔자로 내리며 "기회가 된다면요"라고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참고로 시에스티나는 이후에도 몇 명의 여성과 춤을 추었는데, 남성들 중에서도 시에스티나에게 춤을 신청하는 용사들이 몇 명 있었다는 것을 전해둔다.
안타깝게도 시에스티나는 남성 파트만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남장을 한 여인에게 매료되는 남성도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시에스티나에게는 작은 수확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