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8화 천사의 춤(1)
    2023년 09월 23일 23시 01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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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이 울리기 시작하고 왈츠가 시작되었다.

     첫걸음을 내딛으려는 순간 멜로디는 눈치를 coT다.



    (어? 이건...)



     어느새 멜로디의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시에스티나의 리드에 이끌려서 말이다. 마치 얼마 전 루틀버그 백작령에서 춤을 추었던 슈가 그랬던 것처럼.



     분명 아무것도 몰랐다면 평소보다 더 잘 춤을 출 수 있으며 즐거운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아니면 시에스티나와 춤의 궁합이 잘 맞아서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시에스티나의 리드하는 솜씨에 놀라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마치 안네마리가 경계했던 것처럼.



     그것 또한 시에스티나의, 나아가 슈레딘의 인심장악술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멜로디는 왜 루시아나가 시에스티나를 보고 짜증을 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시에스티나 님의 스탭이 슈 씨와 닮았기 때문이구나)



     설마 싶었던 공통점에 피식 웃고 만다...... 애초에 얼굴의 조형이나 거의 비슷하지만, 눈앞에서 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슈가 변화한 모습을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슈는 검게 그을려서 헤벌쭉 웃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차이가 너무 커서 그와 슈레딘이 비슷하게 보이질 않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시에스티나 님의 춤이 슈 씨와 비슷하다면 ......)



     밝혀낼 방법은 있다. 멜로디는 실력자와의 춤을 즐기기로 했다.



    (자, 시에스티나 님, 어느 쪽이 춤의 주도권을 잡을지의 승부예요!)



     지금 여기에, 새로운 천사의 춤이 시작되었다.











     세실리아를 리드하면서 시에스티나는 공연장의 관중을 바라보았다. 적당히 리드를 해도 충분히 그림 같은 광경에 반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눈에 띈다. 반대로 미소를 지으며도 혐오감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 노골적으로 남장을 한 황녀를 우습게 보는 사람, 혹은 관심이 없는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내심 이후에 누구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고민하며 춤을 추고 있던 시에스티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 뭐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딱히 이상한 것을 본 것도 아니다. 그럼 대체......?

     의문을 품으면서도 다음 턴을 리드하려고 하는 순간, 그 정체가 밝혀진다.



    (어? 이건...... 설마, 내 리드가!?)



     방금 시에스티나는 세실리아를 리드하려 했지만, 아니었다. 이제 세실리아가 시에스티나를 리드하게 된 것이다.



     이제야 시에스티나는 아까부터 무엇이 이상했는지 알았다. 눈앞에 있는 소녀 세실리아가 시에스티나가 취하려는 리드를 이해한 뒤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시에스티나의 리드가 뒤늦게 따라가는 형태가 되어 어떤 의미에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바보 같은, 그런 일이......)



     게다가 한눈을 판 틈을 노린 것인지, 다음에는 어떤 리드를 할 것인지를 세실리아의 의도에 의해 조종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말도 안 돼, 이런......)



     깜짝 놀란 가운데 세실리아와 눈이 마주친다. 그녀는 장난이 성공한 듯한 성취감 가득한 표정으로 시에스티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춤을 추는 세실리아. 마치 '이제야 알아차렸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 이건, 네가 나에게 보내는 도전장인가?)



     시에스티나는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싱긋, 아니, 웃었다.

     슈레딘에 대한 경쟁심에서 알 수 있듯이, 시에스티나는 타고난 승부욕이 강하다. 자신이 잘하는 춤으로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을 용납할 수가 없다.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잊은 채, 시에스티나는 멜로디와 춤 대결을 시작했다.





     ...... 참고로 두 사람이 추는 춤은 왈츠다. 피겨스케이팅이나 경기 댄스처럼 격렬하고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전혀 없는 왈츠임을 참고하자.





     진지하게 춤을 추는 시에스티나와 세실리아의 춤은 순식간에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마치 '천사를 쫓는 기사' 같은 느낌이다. 하늘로 돌아가려는 천사에게 제발 돌아가지 말아 달라고,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애원하는 아름다운 기사의 모습이 관객들의 뇌리에 비친다.





     그것은 즉 세실리아, 아니 멜로디가 우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 아름다운 춤이네요"



     댄스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셀레디아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함께 있는 사람은 춤에 참가하지 않은 안네마리, 루시아나, 그리고 파트너인 세브레까지 네 명이다.



    "으으, 사실 제가 세실리아 씨와 파트너가 되고 싶었는데, 정말 예쁘네요."



     눈앞의 광경에 눈을 반짝이며도 아쉬워하는 루시아나. 혹시나 실수로 손수건을 물어뜯으며 '키익~!'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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