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티나는 이 상황을 억지로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하루 차이로 태어난 오빠의 존재였다.
정실의 황비 밑에서 태어난 진짜 황자다. 알베딜라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였고, 거부할 수 없는 시에스티나의 경쟁자이기도 했다.
시에스티나는 알베딜라의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딸이었다. 알베딜라가 준비한 지도 내용을 가볍게 소화해내고, 교사들에게도 박수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알베딜라도 흐뭇해하고 시에스티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둘째 황자 슈레딘의 교육 성과는 시에스티나를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도 운동도 시에스티나를 능가하는 점수를 기록하는 슈레딘. 시에스티나가 피땀 흘린 노력 끝에 얻은 결과를, 슈레딘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알베딜라의 명령에 따라 왕자처럼 행동한 탓인지, 주위에서 슈레딘과 비교를 당하게 된다.
황자처럼 행동하면서도 동갑내기 슈레딘에게 한 발짝도 못 미치는 힘없는 황녀. 충분히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남장을 한 탓에 주변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나날들.
왕자답게 행동해도 슈레딘을 이길 수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어머니 알베딜라. 아니, 어쩌면 황녀로 태어난 순간부터 그녀는 평생 시에스티나를 인정할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불만을 토로할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둘째 왕자 슈레딘에 대한 경쟁심뿐이었다. 그것만은 어머니 알베딜라 앞에서 분명하게 내뱉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감정이었다.
즉, 단순한 분풀이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시에스티나의 감정.
...... 슈레딘이 착한 사람이었다면 그런 마음도 사라졌겠지만, 안타깝게도 둘째 황자 슈레딘은 자신보다 못한 시에스티나에게 코웃음을 치며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었기에, 그에 대한 경쟁심은 크게 자극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슈레딘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하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게 열다섯 살이 될 무렵에도 그녀가 희망을 가질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4월이 되었을 때, 엄청난 소식이 날아들었다.
"슈레딘이 실종?"
"네, 아직 극비 사항이지만, 성의 상층부는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이 무렵, 시에스티나 주변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녀도 슈레딘을 이기기 위해 인심 장악술을 익히고, 정보망의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 이유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전날 밤 비밀리에 어전회의가 열렸던 것 같아요. 거기에는 제1, 2황자도 참석하셨던 모양이지만 ......"
"흥, 상속권은 있어도 황녀는 부르지 않는다라."
"......"
냉소적인 미소를 짓는 시에스티나에게, 정보원은 침묵을 지켰다.
황제의 자녀에게는 남녀를 불문하고 계승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형식에 불과하며, 황녀에게 부여된 계승권이 행사된 사례는 아직 단 한 번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황녀의 황위 계승권에는 순위가 매겨져 있지 않은 것이다. 정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속권이다.
아마도 상속권을 가진 모든 남성이 사라져야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 회의 내용을 알아봐 줘. 그리고 슈레딘의 행방에 대해서도."
"옙."
그로부터 몇 개월.
극비리에 처리된 회의의 내용을, 드디어 시에스티나는 알 수 있었다.
"슈레딘이 유학생으로서 테오라스 왕국에 유학을 가?"
"둘째 왕자님께서 직접 왕국에 들어가 정보 수집과 함께 내부를 무너뜨려 왕국을 침공하려는 계획이었던 것 같습니다."
"흠, 그 녀석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겠어. 이게 성공하면 슈레딘의 제위 계승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왜 그 녀석은 실종된 걸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손편지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찾지 못하여 ......"
"......그럼 슈레딘이 스스로의 의지로 도망쳤다? 계획이 통과된 직후에? 의미를 알 수 없어 ...... 하지만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기회라고요?"
"그래, 어렵게 통과된 계획이 슈레딘 때문에 수포가 되는 건 아깝잖아. 그렇다면 누군가가 대신해 주면 되지 않을까?"
정보원을 향해 너무나도 온화한 미소를 짓는 시에스티나.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있을 것 같아?"
"...... 안 계실 것 같네요."
시에스티나는 자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슈레딘을 이기기 위해 그가 배운 모든 것에 손을 댔던 시에스티나는, 본인이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의 하위 호환격의 존재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실력을 발휘해 황제를 설득한 끝에, 에스스티나는 간신히 왕국의 유학 티켓을 손에 넣었다.
"네가 왜 이 기회를 버렸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네가 버렸다면 내가 주워주겠어. 그리고 나라는 존재를 제국에 알려주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