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화 시에스티나 반 로드피아(1)2023년 09월 23일 22시 22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왜 이렇게 된 걸까?)
댄스홀에서 시에스티나 황녀와 마주 보면서 멜로디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성 치고는 키가 큰 시에스티나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긴장하지는 없습니다. 평소처럼 당신의 춤을 추시면 돼요."
"네..."
시에스티나가 춤을 신청하니, 평민인 멜로디로서는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댄스홀에는 멜로디 외에도 렉트와 베아트리스, 맥스웰과 미리아리아, 크리스토퍼와 루나의 페어가 음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아직 춤을 추지 않았으며, 렉트는 레기너스 백작으로부터 세실리아가 아닌 다른 여자하고도 춤을 추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마침 좋은 상황이었다.
...... 시에스티나와 춤추는 멜로디가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기는 했지만.
맥스웰과 크리스토퍼의 조합은, 미리아리아와 루나에 대한 루시아나와 안네마리의 배려다. 베아트리체만 춤을 추는 것도 뭔가 그렇기 때문에.
당황한 표정의 세실리아를 바라보며, 시에스티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신분은 평민. 왕립학교 학생도 아니다. 이 신비로운 미모에는 놀랐지만, 파트너가 귀족이라고는 해도 그 작위가 기사작이라면 솔직히 말해 대단한 인맥도 없을 터. 다시 말해...... 이용하기 쉽다는 뜻이지)
매우 불온한 생각이지만, 시에스티나는 딱히 악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의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상대. 그녀와의 춤이라면 쉽게 할 수 있겠지. 그 사이에 왕국 귀족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을 유심히 관찰해 보도록 해볼까)
황녀이면서도 왕자처럼 차려입은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을 시에스티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면하는 사람이, 귀족이 본인 앞에서 그것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가능성은 낮다.
(애초에 그런 귀족한테는 이용가치가 없으니까).
하지만 만약 시에스티나가 보지 않는 곳이라면 어떨까. 시에스티나가 춤을 추는 동안이라면, 그 틈을 노려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왕국 내에서 자신의 아군, 적군이 될 만한 인물을 조금이라도 빨리 색출하고 싶은 그녀의 정보 수집의 한 방식이다.
게다가 세실리아는 춤의 상대로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귀족보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평민이며, 왕립학교의 학생도 아니기 때문에 인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파트너의 신분도 낮기 때문에 아마도 영향력도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세실리아가 상대라면 주변을 관찰하면서 적당히 춤을 추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기량이라면 적당히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다.
(평민 소녀에게 황녀를 상대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용해야겠어 ...... 내가 그 녀석을, 슈레딘을 이기기 위해서!)
◆◆◆
"축하합니다, 황녀님께서 태어나셨습니다."
15년 전의 3월. 극심한 고통 끝에 출산을 마친 황제의 세 번째 황비 알베딜라는, 산파의 말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어! 내 아이는 황자여야만 해. 그럴 리가 없어!"
"아, 아니요, 확실히 황녀님이십니다......"
"누구 없느냐! 이 거짓말쟁이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내 아이는 황자야, 황자여야만 한다고!"
제3의 황비 알베딜라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언젠가 제국의 황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야심만만한 여인이었다. 이미 정실황비에게 제1황자가 있고, 그녀가 출산하기 전날에도 제2황자가 태어났다는 현실을 무시한다면 말이지만.
출산으로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알베딜라 앞에서 산파는 모습을 감췄다. 물론 산파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니, 퇴장시켰을 뿐이고 갈기갈기 찢기지는 않았다.
"내 아이는 황자야, 황자가 아니면 안 돼. 황제가 될 사람은 내 아이야 ......"
알베딜라한테서 태어난 것.
그것이 시에스티나의 불행의 시작이었다.
황제는 후계자가 될 남자아이가 황비에게서 두 명이나 태어난 시점에서 자신의 아이에 대한 관심을 거의 잃었다. 더군다나 측비가 낳은 황녀의 교육에 대한 관심 따위는 없어서, 시에스티나의 교육은 전적으로 알베딜라의 자유였다.
그리고 황녀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알베딜라는 시에스티나에게 황자의 교육을 시켰다.
옷차림부터 몸짓, 말투에 이르기까지 남자로서의 모습을 강요당하는 나날들. 적어도 자신이 남자라고 믿을 수 있었다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총명한 시에스티나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눈을 부릅뜨며 시에스티나에게 남장을 강요하는 어머니에게 드레스를 입고 싶다고 말할 수도 없고, 이에 따르는 자들에게 약한 소리를 할 용기도 없고, 현 상황을 파악하면서도 개선을 명령하지 않는 황제에게 의지할 수도 없다.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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