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6화 제2황녀의 권유(1)
    2023년 09월 02일 20시 3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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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같은 학년의 몇몇 그룹을 돌며 시에스티나 전하를 소개하는 중이야. 우리와 같은 반에 입학하실 예정이니, 여기 있는 몇 명은 같은 반이 될 거야."



    "안네마리 양, 괜찮으시다면 그녀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우선은 ......"



     시에스티나의 부탁을 받고, 안네마리가 눈앞의 소녀들을 소개하려고 할 때였다.



    "아, 그럼 먼저 그녀를 소개하게 해 주세요! 셀레디아 님!"



     루시아나는 일행의 뒤쪽에 있던 셀레디아를 끌어냈다.



    "아직 안네마리 님이나 크리스토퍼 님도 모르실 테니 제가 먼저 소개를 해드릴게요. 레긴버스 백작가의 영애, 셀레디아 님이세요."



    "음, 저는 셀레디아 레긴버스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일에 놀랐지만, 셀레디아는 얼른 인사를 하고서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안네마리는 생각했다.



    (이 여자가 셀레디아. 레긴버스 백작의 딸. 설정대로라면 그녀가 마왕을 쓰러뜨리는 열쇠를 쥐고 있는 성녀일 텐데, 이름이나 등장 방식, 게임 설정과 차이가 있어 확신을 가질 수 없어. 외모도 은발청안인 것은 같고, 확실히 게임 초반의 히로인은 저렇게 쓸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스틸컷이 많지만 ......)



     소녀 게임 '은빛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에서, 주인공인 세실리아는 어머니를 잃고 반 강제로 고향을 떠나 친아버지의 백작가에 들어가게 된다. 낯선 곳에 던져진 여주인공의 미소는, 한동안의 거짓 미소처럼 쓸쓸할 때가 많은 것이다.

     안네마리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도 셀레디아의 대화는 계속된다.



    "그렇군, 그대가 ......"



    "저를 아시나요?"



    "이름만은 알지. 이래 뵈어도 왕태자니까. 같은 반에 새로 입학하는 반 친구의 이름은 미리 정보가 들어오거든."



    "저도 전하의 반에 들어가나요......?"



    "오, 그럼 셀레디아 양과 나는 정말 동기인 셈이구나. 내일부터 잘 부탁할게."



    "아, 네, 잘 부탁드려요."



     미소를 짓는 시에스티나에게, 셀레디아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대답했다. 셀레디아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차례로 시에스티나에게 자기소개를 했다. 같은 학년이 아닌 맥스웰이나 애초에 학원생이 아닌 렉트도 있었지만, 황녀 앞에서 인사를 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대부분 신분 순으로 시에스티나와 인사를 주고받는 일행들. 평민인 멜로디, 즉 세실리아는 당연히 마지막이 된다.



     그렇게 이해하고 일행의 맨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멜로디의 귀에 잡음이 섞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인은 ...... 나야 ......!)



     그 직후, 멜로디의 시야가 안개가 낀 것처럼 깜깜해졌다.



    (어!??)



     순식간에 시야가 가려진 것에 놀란 멜로디.

     너무 놀라서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눈을 크게 뜨고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이자마자,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 방금 것은......?"



     눈앞에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소녀들이 시에스티나에게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어디에도 아까의 안개가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고, 누가 소란을 피운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 기우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어두워졌던 것 같아)



     설마 순간적으로 기절이라도 한 것일까 싶었지만,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결국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멜로디가 인사할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시에스티나 님, 괜찮으시다면 로드피아 제국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



     멜로디가 앞으로 나오려고 하기 직전에 셀레디아가 끼어들었다. 마치 멜로디인 세실리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제국 이야기? 그래, 그곳은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로서ㅡㅡ"



     그리고 시에스티나 역시 셀레디아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했다. 안네마리, 크리스토퍼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옆에 서 있는 렉트조차도.



     유일하게 루시아나만 삐진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시에스티나가 그대로 대화를 시작했으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평민이라 인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까? 이 경우 예의상 어느 쪽이 옳은 걸까 ......?)



     왠지 갑자기 제외된 듯한 느낌에, 멜로디는 소외감을 느꼈다.

     그때였다. 탁! 하고 힘차게 부채를 접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어머, 정말 예의가 없는 아이구나."



     모두들 깜짝 놀라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새빨간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가 하이힐을 울리거리며 다가온다.



    "올리비아 님 ......"



     안네마리는 깜짝 놀란 듯이 목소리를 냈다. 올리비아 랭크돌 공작영애이다. 올리비아는 시에스티나 앞에 다다르자, 우아하게 카테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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