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하는 안네마리였다.
"안네마리 양, 손을."
"...... 잘 부탁드려요, 전하."
무도회장의 중앙이 열리면서, 여름 무도회의 퍼스트 댄스가 시작되었다.
(ㅡㅡ어!??)
반짝이는 댄스 음악이 흘러나오고 첫걸음을 내딛으려던 안네마리는 깜짝 놀랐다. 이미 발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건 ......!)
우아하고 유려한 시에스티나의 능숙한 리드는, 안네마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그녀에게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춤사위를 유도한다.
그 유려하고 아름다운 춤사위에,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던 관중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안네마리 님, 오늘따라 더욱 아름답네요."
"미리 연습을 하셨나 봐. 호흡이 딱 맞아."
"하아, 계속 보고 싶어 ...... 고귀해."
세간에서는 '완벽한 숙녀' 등으로 칭송받는 안네마리지만, 사실 그녀의 재능은 평범한 수준이며 전생의 일본인으로서의 기억과 어린 시절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인해 천재처럼 보일 뿐이다.
그것은 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범인답지 않은 실력을 습득했다는 자부심이 그녀에게는 있었지만 .......
(이 녀석, 내 노력을 손쉽게 무너뜨려 버렸어!)
안네마리는 시에스티나의 실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시에스티나의 리드는 안네마리의 실력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이제 그녀는 실력 이상의 춤을 추고 있다 ...... 아니,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안네므리를 덮쳤다. 아무리 연습해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발놀림이 자연스럽게 강제되는 해방감. 새로운 재능이 꽃피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것 같은 취기.
(이건, 위험할지도 몰라......)
분명 그녀와 춤을 춘 아가씨들은 이 감각의 포로가 될 것이다. 달콤한 가면, 동성이라는 어떤 종류의 안정감, 그리고 이 춤으로 인한 매료 ...... 이 남자, 아니 이 여자는 위험하다. 안네마리의 안에서 경계심이 높아졌다.
"...... 잘하시네요, 전하."
"감사합니다. 춤은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했으니까요."
얼음빛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중성적이고 아름다운 얼굴이 살짝 미소 짓는다.
(아으으, 귀여운 아이도 좋지만 키 큰 미녀도 멋져! ...... 가 아니라!)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상대가 '예쁜 소녀'라는 것만으로도 안네미리의 심금을 자극한다. 어떻게 보면 슈레딘보다 더 골치 아픈 상대라고 할 수 있다.
"...... 그 녀석을 뛰어넘기 위해서."
"네?"
멋진 미소녀 때문에 내심 속앓이를 하고 있던 안네마리는, 불쑥 중얼거리는 낮은 목소리를 무심코 놓치고 만다. 그 순간, 아이스 블루의 눈동자가 검게 흐려진 것 같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 전과 다름없는 훈훈한 미소만이 남아있었다.
곧 음악이 멈추고 춤이 끝났다. 시에스티나의 리드도 멈추자, 안네마리는 마침내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자유를 되찾았다.
두 사람이 국왕을 향해 인사를 하자, 박수가 터져 나온다.
(관객을 휘어잡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
환하게 웃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황태자, 아니 황녀를 바라보며 안네마리는 탄식했다.
퍼스트 댄스가 끝나자 본격적인 여름 무도회가 시작된다. 다시 음악이 울려 퍼지고, 공연장에서는 춤이 시작되었다. 안네마리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왕세자 크리스토퍼도 합류해서, 시에스티나에게 이후의 희망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모처럼이니까 내일부터 다니게 될 왕립학교의 동급생들과도 친해지고 싶어."
그녀의 등장이 왕립학교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그것은 아직 누구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