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그래. 그냥 생각하면 이웃나라의 황녀가 왔으니 왕세자 전하가 에스코트하면 되겠지만, 남장을 한 황녀를 크리스토퍼 님이 에스코트하는 장면은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지니깐."
"에스코트의 대상을 여성으로 할 것인지 남성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했겠어요."
"그 결과가 안네마리의 에스코트라는 거구나. 안네마리 님도 고생이 많으셔. 하지만 황녀 전하는 왜 저런 옷을 입고 있는 거람?"
"글쎄요?"
"...... 그건 그렇고, 왤까?"
"무슨 일이세요?"
"...... 황녀 전하를 보고 있으면, 은근히 짜증 난단 말이야. 왜 그럴까?"
"네? 정말 왜 그럴까요?"
두 사람은 의문을 품었지만, 당연히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마침 그 무렵, 왕도에서 멀리 떨어진 루틀버그 영지에서 재채기를 한 수습 하인의 소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멜로디 일행은 알 수 없는 이야기다.
◆◆◆
"갑자기 이런 부탁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안네마리 양."
"...... 아니요, 황녀 전하의 수행을 부탁받게 되어 영광이랍니다."
제2황녀 시에스티나와 후작영애 안네마리. 대문에서 국왕이 기다리는 단상 앞까지 짧은 거리를 천천히 걷는 동안,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았다.
주변에 미소를 드러내면서도, 그 시선은 슬며시 시에스티나에게로 향한다.
(정말 닮았어. 그러면서도 여성스러움도 잃지 않았고. 그야말로 여성판 '슈레딘'이라는 느낌이야)
시에스티나의 얼굴은 게임 속 다섯 번째 공략 대상자 슈레딘을 쏙 빼닮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성이라는 점과 눈동자 색이 금색이 아닌 얼음처럼 차가운 아이스 블루라는 점 정도다.
(설마 슈레딘이 등장하지 않는 대신 닮은꼴, 그것도 여자가 등장할 줄은 몰랐어. 설마 이것도 우리가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 데 따른 나비효과라는 거야!?)
어느새 뇌리에 박혀버린 나비효과설이지만, 그 주된 원인은 통제 불능의 어떤 메이드의 영향이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안네마리는 내심 고민한다.
(여성이라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굳이 무시하면, 상황적으로는 슈레딘과 거의 같은 상황인 셈이네 ......)
게임 속 슈레딘도 행사장에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적대적인 시선을 받았지만, 그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한 행동으로 순식간에 주변을 매료시켰다.
황녀라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을 본 왕국의 여인들이 흥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뭐, 그거네. 일본에서도 여성 배우들만 있는 극단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이 많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 게임의 시나리오상으로는 어떻게 되려나??)
안네마리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이다. 제2황녀 시에스티나가 슈레딘의 대리인, 즉 다섯 번째 공략대상이 되어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인가, 아니면 슈레딘은 없는 것으로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가.
(그런 거, 알겠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안네마리는 마음속으로 재주 좋게 절규하는 것이었다.
국왕 앞에 도착한 시에스티나는 카테시가 아닌 황태자가 하는 식의 인사를 했다. 왕은 인사에 답해주었고, 무도회 개최를 알리는 퍼스트 댄스가 시작되었다.
왕성에서 주최하는 무도회에서는, 무도회 시작에 한 쌍의 남녀가 대표로 퍼스트 댄스를 추는 관습이 있다. 봄 무도회에서는 사교계 데뷔를 앞둔 소녀들에게 맡기지만, 다른 무도회에서는 원칙적으로 국왕 부부가 퍼스트 댄스의 역할을 맡는 것이 관례인데, 올해 여름 무도회에서는 시에스티나의 데뷔를 겸해 그녀와 안네마리가 퍼스트 댄스를 추게 되었다.
(저는 방금 전에 들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