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3화 셀레디아 레긴버스(1)
    2023년 09월 01일 21시 09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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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이에요, 백작님"



    "...... 그래, 오랜만이구나, 세실리아 양."



     인사를 나누는 멜로디와 클라우드. 하지만 자신이 직접 렉트에게 그녀를 무도회에 데려오라고 명령해 놓고도, 클라우드의 반응은 냉담했다.



    "저기, 백작님. 몸은 괜찮으세요?"



    "ㅡㅡ? 아니, 특별히 문제없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지?"



    "...... 희미하게나마 눈가에 다크서클이 보여서요."



     클라우드는 무심코 눈 밑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아, 아니,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잠이 조금 부족한 것뿐이니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그런가요. 주제넘은 말을 했습니다. 부디 선처해 주세요."



     멜로디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ㅡㅡ두근.



    (아아, 어째서 ......)



     클라우드의 심장이 뛰었다.



    (...... 왜지. 세레나의 유산, 나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딸을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는데 ...... 왜?)



     자신은 얼마나 비정한 사람이냐면서, 뛰는 심장의 박동과는 달리 마음이 식어간다.

     딸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대가 컸다. 텅 빈 마음의 구멍을 메워줄 존재를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 지나친 기대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앞에 나타난 딸과의 만남에ㅡㅡ클라우드는 어떤 감정도 흔들리지 않았다.



     백작가의 은발에, 어머니와 같은 군청색 눈을 가진 귀여운 외모의 소녀. 틀림없이 클라우드와 세레나의 피가 섞인 딸일 텐데도 그의 빈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며칠 동안 백작은 고민에 빠졌다. 딸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박정함에. 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것은 사실이며, 세실리아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도 기쁜 자신을 발견하고 ......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왜 나는 머리도 눈도 세레나와는 전혀 다른 소녀를 이렇게나 ......)

     연애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데, 왜 이렇게 이 소녀를 앞에 두면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세레나와는 전혀 닮지 않을 터인데, 세레나와는ㅡㅡ)



     ...... 정말로?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세실리아의 눈동자는 확실히 붉은색이다. 하지만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 모양은 마치 그녀의, 셀레나를 닮은 듯ㅡㅡ



    "아버님."



     클라우드는 정신을 차렸다. 뒤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마치 비밀이 들통났을 때와 같은 어색함이 흘러나온다. 그 때문인지 클라우드는 방금 전까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 그래. 셀레디아."



    "저분들은 누구신가요? 저, 같은 또래의 친구가 없어서 조금 외로워서요. 괜찮으시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은빛 머리와 푸른빛 눈동자를 가진 사랑스러운 소녀, 셀레디아 레긴버스가 멜로디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옆에는 파트너인 세브레 파프핀토스도 있다.

     연두색 천에 은색 실로 수놓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 셀레디아는 멜로디 일행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왕국에서도 보기 드문 은발 소녀의 미소에, 주변 남성들의 볼이 무심코 발그레해진다. 하지만 렉트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다 .......



    "그랬었지. 세실리아 양, 이 아이는 내 딸 셀레디아다. 잘 부탁하네."



    "처음 뵙겠어요, 셀레디아 님. 저는 세실리아라고 해요. 평민의 신분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 세실리아, 씨?"



    "네? 예, 세실리아라고 합니다."



     셀레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한동안 멜로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렉트도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 레긴버스 백작가의 기사로 활동하고 있는 렉티아스 프로드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셀레디아 아가씨."



    "렉티어스 프로드 ......"



    "그는 저와 함께 아가씨를 찾으러 다녔던 기사입니다."



     옆에 서 있던 세브레가 조금 자랑스럽게 렉토를 소개했다.



    "그, 런가요 ......"



    "셀레디아 아가씨?"



     다소 어색한 셀레디아의 모습에 세브레는 당황했지만, 그녀는 금세 마음을 다잡았는지 다시 원래의 분위기로 돌아갔다.



    "셀레디아 레긴버스예요. 두 분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셀레디아는 환하게 웃었다. 멜로디도 '저도 잘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나와 같은 은발과 푸른빛 눈동자구나~ 세상에는 자신과 닮은 사람이 세 명은 있다고 하는데, 세상은 참 좁아)



     메이드와 상관없는 일에는 압도적인 둔감함을 발휘하는 소녀, 멜로디. 이런 느긋한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셀레디아의 눈동자 안쪽에서 빛나는 수상한 반짝임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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