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무능한『텅 빈 성녀』32023년 09월 19일 23시 09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내, 내가 제국의 황제 폐하의 신부......?)
분명 뭔가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마리엘 씨의 모습을 보니 사실인 것 같다.
그런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실비아 님이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
(내가 제국의 황후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말도 안 돼, 너무 이상해)
유난히 호위병이 많았고, 정중하게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내가 귀한 성녀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고서 왕국으로 돌아가야.......)
반쯤 패닉에 빠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끄악! 아, 아야......"
갑자기 마차가 급정거하고 몸이 벽에 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마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냐 너희들은! 으아악!"
그리고 곧이어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분노의 목소리가 들리자, 깜짝 놀라서 어깨가 움찔했다.
분명 단순한 사고가 아닌 것 같다. 명백한 위급상황에, 아픈 몸이 긴장한다.
"티아나 님, 괜찮으세요!?"
"네, 네. 괜찮아요. 그보다, 대체 무슨......"
곧장 마리엘 씨가 부축해 줘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멈춰 선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숲 속에서 무기를 든 많은 남자들이 연이어 나타나 호위 기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 거짓말...... 왜......)
다시금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며, 공격당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제국의 기사들도 꽤나 실력이 있겠지만, 남자들 중에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압도적으로 수적으로 우세한 상대에게 밀리고 있다.
"티아나 님, 이쪽으로!"
그런 와중에 마차 문이 열리며 한 기사가 손을 내민다. 아무래도 나만이라도 빠져나가게 하려는 것 같다.
"저보다는 여러분이......."
"크악......!"
하지만 곧 기사는 신음소리를 내며 마차 입구에서 쓰러져 버렸다. 뒤에서 공격을 받았는지, 땅바닥에 피가 고여 있다.
"헉......"
"성녀님, 발견~ 미안하지만 여기서 죽어야겠어."
고개를 들어보니, 대검을 손에 들고서 빙긋이 웃고 있는 낯선 남자의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 아......"
나를 감싸려던 마리엘 씨가 남자에게 얻어맞고 날아간다. 두려움에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는, 팔을 잡혀서 마차 밖으로 끌려 나갔다.
"티아나 님!"
주위의 기사들도 내게 달려오려고 했지만, 수많은 남자들에 의해 막혀버렸다. 그 수십 명이라는 숫자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이런......"
"너를 여기서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진 거다."
결국 땅바닥에 쓰러진 나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나를 죽이기 위해서, 이런 일을......?)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그것도 이 타이밍에 나를 죽이려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래도 이렇게 미인일 줄은 몰랐네. 죽고 나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걸까?"
온몸을 핥는 듯한 눈빛과 끔찍한 말에, 심한 메스꺼움이 밀려온다. 목에 차가운 칼끝이 닿아 '죽음'을 분명히 의식했다.
ㅡㅡ나는 계속 나에게 가치가 없고, 사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닥쳐보니, 아무리 그래도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 며칠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이야)
많은 것들을 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자, 더 많은 바깥세상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떨리는 손으로, 목에 파고드는 칼끝을 꽉 움켜쥔다.
"나,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 소리로 외친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깨질 것 같은 극심한 통증에,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곧이어 머릿속에는 낯선 기억이 흘러들어왔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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