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부 프롤로그
    2023년 09월 19일 22시 03분 2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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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펠릭스 님, 성녀님께서 도착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서류 작업을 하던 손을 멈추고 보니, 측근인 바이런이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할 말이 있으면 말하라고 말하자, 바이런은 잠시 망설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무능하다는 그 '텅 빈 성녀'를 정말 황후로 맞이할 생각이십니까?"

    "그래. 나는 진심이야."



     그렇게 대답하자, 바이런은 양손을 꽉 쥐며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상 차분하고 침착한 그 답지 않은 모습에서 분노와 짜증이 느껴졌다.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성녀를 돌려보내기는커녕 황후로 삼는다니...... 파론 왕국 놈들에게 이 이상 농락당하면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장식용의 성녀조차 필요할 만큼 우리 나라는 위급한 상황이다."



     한때는 번영을 누렸던 나의 리비스 제국은, 이제 '저주받은 땅'으로 불리고 있다. 새로운 성녀는 태어나지 않고, 마물은 늘어나고, 역병이 창궐하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겨우 다른 나라에서 맞이한 성녀는 마력이 거의 없고, 마법도 제대로 쓰지 못해 '무능한 텅 빈 성녀'라고 불린다고 한다. 틀림없이 우리나라를 경멸하여 보낸 것이다.



     하지만 성녀라는 존재는, 나라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백성들에게는 마음의 버팀목이 된다.



     게다가 세상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오는 성녀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황후로 삼을 필요는 ......"

    "귀한 성녀를 받는 거니까, 그에 걸맞은 지위가 필요하겠지. 그리고 나도 이제 슬슬 자리를 잡아서 대신들과 백성들을 안심시켜야 하니까. 나라가 안정될 때까지의 계약결혼 같은 거지."



     철저하게 이용하려는 것이니, 자국의 상류귀족의 영애보다는 외국인이 더 적당하다.



     그렇게 설명해도, 바이런은 "그래도 적당한 상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며 납득할 기색이 없었다.



     가장 배짱이 좋은 바이런은 그만큼 나를 걱정하는 모양이다.



    "그 파론 왕국에서 보내온 여자입니다. 마법을 못 쓰는 데다, 못된 버릇이 있는 여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절대 인연을 맺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걱정은 필요 없어."



     걱정하는 측근에게 단호하게 말하면서, 책상 옆에 장식되어 있는 상처투성이의 로드를 살짝 만져보았다. 이것은 대성녀였던 여자 친구가 생전에 사용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벌써 17년이나 지났는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녀에 대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다.



    "ㅡㅡ나는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엘세 리스만을 사랑할 생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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