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대성녀』엘세・리스 22023년 09월 19일 23시 41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어머, 입만 산 녀석들이었네."
10분 후, 적을 모두 쓰러뜨린 나는 양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금의 마력량으로도, 이 정도의 인간 상대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마리엘과 제국의 기사들은 모두 상당히 놀란 듯했다.
"괜찮아? 다친 사람은 치료해 줄 테니 이쪽으로 와."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여, 역시 성녀님이시다 ......!"
"성녀 님은 마물만이 아니라 사람과도 싸울 수 있는 건가!?"
그런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부상을 치료해 나간다.
ㅡㅡ성녀가 다루는 성속성 마법은 다른 불, 물, 바람, 흙 속성 마법 등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성속성 마법에 익숙해진 성녀는, 다른 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 정도 되면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지만, 놀라는 것도 당연할지도 모른다.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애초에 나를 노리고 온 것 같은걸. 귀찮게 해서 미안해."
기사들을 치료하고 있자, 모두들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일이라고는 하지만 나 때문에 휘말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좋아, 이제 다 나은 걸까?"
무사히 모두를 치료한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마력이 다시 텅 비어버려서, 회복하려면 며칠이 걸릴 것 같다.
(사실 이대로 파론 신전으로 돌아가 실비아를 때려눕히고 싶지만, 이대로는 오히려 역으로 죽을 것 같아. 분명 부상 하나도 입히지 못할 거야)
내가 대성녀 엘세로서 살았을 무렵, 실비아는 부하이자 친구였고, 나에 견줄만한 힘을 가진 성녀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대성녀라고 불릴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그런 힘을 얻게 된 걸까. 지금의 실비아는 최악의 악녀지만, 예전의 실비아는 온화하고 착하며,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17년이라는 세월이 그렇게 사람을 변화시킨 것일까.
"...... 으음, 이대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파론 왕국으로 돌아가도 내가 돌아갈 곳 따위는 없다. 게다가 돈도 없다. 완전히 막막하다.
마리엘과 기사들도 있으니, 일단은 이대로 제국으로 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리비스 제국은 전생의 나에게는 소중한 모국이다.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는, 거처도 없는 파론 왕국보다는 훨씬 낫다.
(지금은 조금이지만 마법도 쓸 수 있으니, 무능해도 금방 끔찍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 거야)
"말도 무사한 것 같으니, 계속 가보자."
"네!"
그렇게 나는 마리엘과 함께 마차에 올라타고서, 제국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턱을 괴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나는 지금도 느껴지는 마력을 빨아들이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애초에 왜 갑자기 마력이 돌아왔을까? 기억이 돌아온 것도 이상하지만)
그때는 직감과 기세에 맡겨서 어떻게든 해냈지만, 그 원인은 알 수 없다. 마법에 대해 꽤나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사례도 없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보니, 마리엘이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티아나 님, 아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니. 신경 쓰지 마."
그녀는 이미 몇 번이나 감사와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왠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서요......"
"아."
확실히 연약하고 움츠러들어 있던 티아나와 기억을 되찾은 엘세가 뒤섞여서ㅡㅡ섞여 있다기보다는, 엘세로서의 성격이 강해져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변화에는 누구나 궁금해하고 당황할 것이다.
그렇다고 "사실 대성녀였을 때의 기억을 되찾았어요!"라고 말한다 해서 믿어줄 리가 없다.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음, 그...... 계속 긴장하고 있었지만, 무서운 일을 당하고 나서 확 털어버렸다고 해야 할까......"
스스로도 너무 궁색한 변명이었지만, 마리엘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윽고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마법이었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그, 그래......?"
전성기 시절의 나로서는 부끄러울 정도로 형편없었지만, 마리엘은 아마 성녀를 처음 보는 거라 감격스러웠을 것이다.
한참 동안 나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하던 마리엘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 사실, 티아나 님은 마법을 쓸 수 없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뭐?"
아무래도 기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것 같고, 시녀인 마리엘에게만 비밀로 전해진 모양이다.
(리비스 제국 측에서는 내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렇다면 왜 이렇게 좋은 대우로, 그것도 황후라는 신분으로 나를 맞이하려고 하는 걸까?)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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