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무능한 『텅 빈 성녀』12023년 09월 19일 22시 41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티아나, 넌 정말 무능하구나."
"......죄, 죄송, 합니다."
차가운 바닥에 두 손을 대며 고개를 숙인다.
눈앞에 서 있는 대성녀 실비아 님은, 그런 나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후훗, 티아나는 마력이 거의 없으니. 용서해 주세요."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와 같은 성녀의 입장이라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네요."
실비아 님의 옆에서, 나와 같은 성녀 두 명이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텅 빈 성녀 주제에 말이지~"
그러한 말이 가시처럼 마음 깊숙이 박혀서 찌릿찌릿하게 아팠다.
ㅡㅡ나, 티아나 에버렛은 이 파론 왕국의 성녀 중 한 명이다.
성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성마법 속성과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두 살 때 신전에 입양되었다.
그런 나는 차세대 대성녀 후보라고도 불렀지만, 해마다 마력량이 줄어들어 열일곱 살이 된 지금은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한다.
성녀의 신분으로 누군가의 병이나 부상을 치료할 수도, 마물을 쫓아낼 수도, 결계를 세울 수도, 땅을 정화할 수도 없다.
[이 못난아, 빨리 사라져]
[죄송, 합니다 ......]
주변에서 욕을 듣고 매를 맞으며 청소나 빨래 등 잡일을 하는 것뿐인 하루하루. 성녀의 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 백성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성전 안에 숨어 지내고 있다.
그러던 나는, 언제부턴가 파론 신전 내에서 '무능한 텅 빈 성녀'로 불리게 되었다.
(왜 나의 마력은 사라진 걸까?)
마력은 성장과 함께 늘어날 수는 있어도, 줄어들 수는 없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라서, '성녀인데도 저주를 받았다', '벌을 받았다'는 말까지 들었다.
"......!"
높은 하이힐 뒷굽에 손등을 밟혀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여기서 저항하거나 도망치면 실비아 님의 기분이 더 나빠질 것 같아서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무력하고 나약하고 그저 사과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나는, 이렇게 견딜 수밖에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를 성녀로서 성전에 맡겨주는 나에게 감사해."
"고, 고맙, 습니다 ......"
간신히 감사의 말을 내뱉자, 실비아 님은 "얼굴을 들어."라고 말씀하셨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새빨간 입술로 호를 그리는 실비아 님과 시선이 맞닿는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실비아 님과 함께 지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웃는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
엄청나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야. 무능한 너에게 좋은 일자리를 줄게."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해하는 나에게, 실비아 님은 계속 말씀하셨다.
"너는 리비스 제국으로 가야겠어. 물론 우리나라의 성녀로서 말이지."
"엥 ......"
숨을 멈춘 내 맞은편에서, 두 성녀가 참다못해 내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비스 제국은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나라인데, 과거에는 많은 성녀 및 대성녀를 배출하며 어느 곳보다 번영을 누렸다고 한다.
하지만 전대의 성녀가 죽은 후 성녀가 태어나지 않고, 마물은 늘어나고, 전염병이 창궐하고, 농작물이 자라지 않아 지금은 '저주받은 땅'으로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국을 경시하는 풍조가 퍼졌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그, 그런 나라에 아무런 힘도 없는 내가 성녀로 간다니...... 어떻게 된 일이람......?)
"실비아 님, 그런 나라에 티아나가 간다고 해도 뭘 할 수 있겠어요?"
"맞아. 하지만 폐하께서 자꾸만 성녀를 한 명 제국에 보내라고 하시는걸. 거기에 당신들을 보낼 수는 없잖아?"
성녀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귀한 존재다.
우리나라에는 대성녀인 실비아 님과 우리들 세 명의 성녀가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한 명만 있어도 감지덕지라고 들었다.
나라는 낙오자를 성녀의 하나로 꼽는 것도 우스꽝스러운 일이지만.
"게다가 티아나는 성마법 속성을 가진 성녀인걸.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확실히 그래요. 마력은 조금밖에 안 되지만요."
"하지만 그러면 제국 측이 곤란해지지 않을까요......"
내가 떨면서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 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렇겠지."라며 일축했다.
"제국 측이 곤란해져도 우리는 곤란하지 않은걸. 그런 나라, 가만히 놔둬도 멸망할 테니깐."
"세상에......!"
"지금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네가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도움이 되는 거야. 기뻐하렴."
절망으로 시야가 흔들리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성녀에게 도움을 청하며 고통받고 구원을 구하는 나라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간다면, 과연 어떤 대접을 받을지 눈에 선하다.
(나라 전체의 분노를 사서, 잘못하면 지금보다 더 심한 일을 당할 수도 있어......)
상상만 해도 몸이 떨렸던 나는, 실비아 님께 다시 생각해 달라고 간청했다.
"제, 제발 부탁이에요, 제발...... 그 외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테니...... 으윽!"
하지만 곧바로 실비아 님이 들고 있는 로드로 사정없이 얻어맞고서,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뭐~가 '무엇이든 할게요'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건방진 소리나 하기는."
"...... 콜록...... 윽......"
그대로 다가온 실비아 님이 내 머리카락을 잡아서 얼굴을 끌어당긴다.
"3일 후야. 사흘 후에 제국에서 마중 나올 테니 준비해 둬. 도망치면 어떻게 될지 알고 있지? 가자, 너희들."
"네~ 우리는 실비아 님을 위해 앞으로도 이곳에서 열심히 일할 게요!"
"하지만 티아나가 떠나면, 로드를 관리할 사람이 없어져서 곤란할 것 같아."
"확실히 그래. 거의 없는 성마법으로 연마하고 있었으니깐."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나가는 세 사람을 바닥에 누워서 바라보는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떡하면 좋아............."
그런 나의 중얼거림은,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고 조용히 공기 중에 녹아내렸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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