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부 05 믿어주실 수 있나요
    2023년 09월 19일 19시 14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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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리디드 공작가의 넓은 정원 끝자락에 있는, 나무에 둘러싸인 정자에서.



     클로이는 오스카와 마주 보고 앉아 차와 과자를 즐기고 있다.





    (아아, 행복해 ......)





     좋아하는 마카롱을 눈을 감고 맛있게 먹는 클로이를 보며, 오스카가 빙그레 웃는다.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감동할 줄은 몰랐어."



    "뭔가 오랜만에 음식을 맛본다고 생각해서요."





     요 며칠 동안. 클로이는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도 분석에 몰두하고 있었다.

     건성으로 밥을 먹고, 잠자는 동안에도 꿈속에서 분석을 했다.

     그야말로 분석 외길의 삶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분석이 일단락되어 오스카의 초대를 받아 정자에서 좋아하는 마카롱을 먹고 있는 것이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클로이는 마카롱을 먹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햇볕을 받는 것 같아)





     커튼을 닫은 방도 좋지만, 역시 밖에서 햇볕을 쬐고 자연의 바람을 맞으면 기운이 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오스카가 망설이는 듯이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즐거운 이야기만 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바뀌어서 말이야.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해야겠어."





     클로이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네, 뭔가요?"



    "이거야."





     그녀가 내민 것은 한 통의 봉투였다.

     이미 칼 같은 것으로 뜯은 흔적이 있다.





    "방금 전, 네 오빠 테오도르 씨가 보내준 것이야. 먼저 네 친가에 도착했고, 그 후 테오도르 씨에게 보내졌다고 하더라."



    "내용물을 아세요?"



    "그래, 나로우 왕자와 프리실라 양의 '약혼 피로연'의 초대장이라고 들었어."





     그러냐며 한숨을 내쉬는 클로이에게, 오스카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놀랍지 않아?"



    "...... 글쎄요. 무슨 이유에서든 불려 갈 줄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발표회는 왕궁의 중심부에 있는 무도회장에서 하는 건가요?"





     오스카가 약간 눈을 크게 떴다.





    "그래, 맞아."



    "...... 그런가요."





     침묵하는 클로이에게, 오스카는 얼굴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얼굴색이 좋지 않네."



    "...... 네, 뭐,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요."





     클로이가 애써 태연하게 홍차를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조장에 있는 온갖 술들을 분석하고, 라일리우게 가문에 대해 조사한 그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콘스탄스의 파혼 사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일어난 불가사의한 사건들은, 아마도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설명이 되고,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내 전생의 지식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전생의 지식 중에는 현세에서 통용되지 않는 것도 많고, 일부는 동화에 가까운 것도 있다.

     그 지식으로 설명한다면 분명 미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설령 믿어준다고 해도,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아)





     이 세상에 없는 살육의 마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생의 전철을 밟게 될 것 같다. 





    (이건 어떻게 하면 좋으려나......)





     갈피를 못 잡아서 침묵하는 클로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오스카.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로이, 뭔가 고민이 있구나."



    "......"



    "뭔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걸까?"





     고개를 끄덕이는 클로이.



     오스카는 알았다고 중얼거렸다,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야."





     오스카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니 만약 네가 짊어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나를 믿고 얘기줄 수 없을까."





     그 진지한 눈빛을 보며 클로이는 생각했다.



     오스카는 언제나 자신에게 성실했다.

     이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클로이는 진지한 눈으로 오스카를 올려다보았다.





    "오스카 님, 저를 믿어주실 수 있나요?"





     오스카는 가볍게 눈을 뜨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내가 너를 의심할 리가 없지."





     진지한 말에 고개를 숙이는 클로이.

     그리고 그녀는 각오를 다진 듯 고개를 들었다.





    "......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들어주실래요?"





     오스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물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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