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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는 오스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커다란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높은 천장, 큰 계단, 대리석 바닥. 벽은 새하얗고, 고급스러운 가구와 아름다운 꽃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다.
행사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화려한 부채를 들고 있는 귀족이 목소리를 낮췄다.
"오늘은 참말로 화려하네요."
"맞아, 나로우 전하도 수습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겠지."
"그 프리실라 같은 근본도 모르는 여자가 왕비 후보라니 말도 안 된다고요."
"천박하기 짝이 없사와요."
"정말로 그 두 사람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 옳은지, 다시 한번 판단할 필요가 있겠군요."
나로우 왕자와 프리실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프리실라에 대해서는, 신분을 망각한 여자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그런 수다를 들으며, 클로이는 중앙 테이블에 놓여 있는 요리를 바라보았다.
"화려하네요."
"요리는 모양도 중요하니까."
웨이터가 가져다준 무알콜 음료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니, 세드릭과 콘스탄스가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콘스탄스는 괜찮아 보이네요."
"그래, 세드릭이 잘해주고 있으니까."
이후 오스카와 귀족들의 대화를 옆에서 들으며 음식을 먹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음료를 맛보기도 하며 나름대로 만끽하는 클로이.
방금 전까지 프리실라를 혹평했던 화려한 부채를 든 귀족들이, 다시금 소곤거리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급하게 다른 나라의 거물급 인사들도 몇 분 오셨다고 하다네요?"
"이 피로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겠지."
"나로우 전하는, 잘 생각해 보니 꽤 훌륭한 사람 같은데."
"그럴지도 몰라요. 프리실라 님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로우 전하께서는 남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인간적인 분일지도 모르겠사와요."
"프리실라 님도 다정다감할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드레스를 따라 해 볼까요?"
(멋지게도 의견이 바뀌었네)
그렇게 클로이는 생각하고 있자, 나팔소리가 들렸다.
오스카가 "왔어"라고 중얼거린다.
클로이가 소리의 방향을 바라보니, 넓은 계단참에는 나로우 왕자와 하얗고 푹신한 드레스를 입은 분홍색 머리의 프리실라가 서 있었다.
관중석에서 순식간에 호의적인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재상의 소개를 받은 나로우 왕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잘 와주었다! 오늘을 맞이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지금부터 약혼의 피로연 파티를 개최할 예정인데, 그전에 먼저 말해야만 할 것은......"
나로우 왕자는 유난히 말을 잘하는 편이다.
클로이가 꽤 길게 말한다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웨이터가 약간의 녹색을 띤 음료가 담긴 얇은 잔을 나눠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잔이 모두 돌아가자, 나로우 왕자가 기분 좋게 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은 이웃나라 루이네 왕국에서 보내준 술로 건배한다, 건배!"
"건배!"
나로우 왕자를 따라 사람들이 잔을 돌린다.
"맛이 특이하네요."
"약간 쓴맛이 강하지만, 중독될 것 같습니다."
"더 없는가?"
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후 다시 환담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왕자와 프리실라가 한 단계 높은 자리에 앉아서 차례로 인사를 나눈다.
외국 인사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몇 사람인가 인사를 하고 난 후,
오스카의 손에 이끌려서 클로이는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다.
프리실라 뒤에 서 있던 안경 쓴 측근이 증오에 찬 표정으로 클로이를 노려보다가, 나로우 왕자에게 무언가 귀띔을 한다.
왕자는 눈을 부릅뜨더니 고개를 숙인 클로이를 노려보며 일어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찾았다! 클로이 매드니스! 너를 국왕에 대한 암살미수죄로 구속한다!"
어머, 하며 두 손을 입가에 대지만, 실실 웃고 있는 프리실라.
장내가 조용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