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부 03 수질조사와 건네받은 카드2023년 09월 19일 01시 26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클로이가 솔리디드 공작가에 도착한 지 며칠 후.
흐린 날씨에 약간 무더운 초여름의 아침.
그녀는 오스카와 함께 마차를 타고서 왕궁으로 향하고 있다.
오늘의 목적은 '성의 물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다.
견학하는 척하면서, 가지고 있는 마도구로 몰래 수질 조사를 할 예정이다.
(오늘의 조사로 독을 넣은 방법 정도는 밝혀내고 싶어)
참고로 오늘의 클로이는, 멋들어진 영식용의 귀족옷으로 남장을 하고 있다.
검은 가운을 입은 남자들에게서 몸을 숨기기 위함도 있지만,
오스카에 따르면 왕궁에는 귀족의 영식들이 자주 견학을 오기 때문에, 이런 옷차림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마차에 몸을 맡긴 채, 클로이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회색 구름 아래 보이는 것은, 왕립학교의 붉은 지붕.
(1년 전까지만 해도 저곳에 다녔는데).
왠지 먼 옛날 일 같다고 생각하고 있자, 마차가 왕궁에 인접한 기사단 본부 시설 앞에 멈춰 섰다.
"도착했다. 먼저 세드릭에게 인사를 하자."
두 사람은 마차에서 내려 본부 시설로 들어갔다.
1층 끝에 있는 방의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가자 큰 집무실이 있었고, 집무실 책상 앞에 세드릭이 앉아 있었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다.
"여어, 기다리고 있었어. 음...... 클로이 양?"
"네, 클로이 매드니스입니다."
클로이가 목소리를 내자, 세드릭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이야~ 듣기는 들었지만, 정말 멋진 변장인데. 진짜 귀족의 아들 같아.
자자, 여기 앉아."
"감사합니다."
실례합니다, 라고 말하며 의자에 앉는 클로이와, 그 뒤에 서 있는 오스카.
세드릭은 정면에 앉자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말인데. 외부에 의뢰한 결과, 소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확실히 마력 회로의 교란이 확인되었다고 하더군."
그런가요, 라고 말하면서 클로이는 감탄했다.
남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직접 조사하는 세드릭 님은, 역시 뛰어난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클로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세드릭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오늘의 수질 조사에서 뭔가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나?"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사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클로이의 말에,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럼 잘 부탁한다.
그리고 오스카가 동행하며 기사 몇 명에게도 감시를 맡겼으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니 조심하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드릭의 배웅을 받으며 집무실을 나서는 두 사람.
그 후, 오스카와 함께 '귀족 영식의 왕궁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왕궁을 돌아다니며 왕궁 내의 우물, 양조장, 식수 저장고 등의 물을 조사해 나갔다.
ㅡㅡ그리고 그날 저녁.
클로이는 기사단 본부에 있는 아무도 없는 응접실에서, 팔짱을 끼며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스카가 도중에 불려 나가는 바람에 응접실에서 기다리게 되었고,
그 동안 독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 .......
(...... 이것은 설마 하던 결과야)
클로이의 눈앞에는 왕궁의 지도가 놓여 있다.
검출된 독의 농도를 지도 위에 적어보니 성의 중심부일수록 독의 농도가 높았고, 멀리 갈수록 독의 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농도가 높았던 곳은 지하 양조장 안의 술통이었는데, 인체에 무해한 범위이긴 하지만 가장 높은 농도가 검출되었다.
클로이는 생각에 잠겼다.
(왜 왕궁의 중심부로 갈수록 독의 농도가 높아지는 걸까?)
성의 중심부에 뭐라도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응접실 밖에서 지키고 있는 호위 기사에게 물었다,
중앙에 있는 것은 1층은 무도회 장소이고, 2층 이상은 평범한 방이라고 한다.
지하실은 아마도 일반적인 지하실이라서, 특별히 특이한 것은 없을 거라고 들었다.
(조사할수록 의문이 드네......)
팔짱을 끼고 신음하는 클로이.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오스카가 들어왔다.
"미안, 기다리게 했지. 돌아가자."
두 사람은 응접실을 나와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다.
"꽤 오래 걸렸네요."
"왕궁은 넓으니까. 피곤하지?"
"지하 양조장의 계단은 힘들었지만, 그 외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복도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비 냄새와 함께,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네요."
"그래, 서둘러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빗줄기가 거세지는 가운데, 두 사람은 다소 서둘러 마차 승강장으로 향했다.
마차 승강장에 도착하자 공작가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와 말을 탄 두 명의 호위 기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스카가 클로이를 바라보았다.
"나는 세드릭에게 보고할 일이 있으니, 비가 더 내리기 전에 먼저 돌아가 있어."
"네, 알겠어요."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오스카가 주머니에서 카드 같은 것을 꺼냈다.
"그게 뭐예요?"
클로이가 묻자, 오스카는 약간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아까 라일리우게 자작에게 억지로 강요당해서 말이야."
"라일리우게 자작?"
"나로우 왕자의 약혼녀인 프리실라의 아버지, 라일리우게 자작."
"......!"
'프리실라'라는 이름을 듣고 눈을 크게 뜨는 클로이.
(콘스탄스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던 프리실라라는 사람의 아버지라는 뜻이네?)
"저기, 오스카 님과는 어떤 관계인가요?"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된 것뿐인데, 자꾸만 파티에 초대하더라."
오늘만 해도 친구인 후작 영식과 함께 와서는, 그를 이용하여 억지로 초대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꽤나 끈질기게 권유하더라고. 거절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카드만 받고 왔어. 이에 대해서는 공작가 차원에서 정식으로 거절 의사를 전달하고 싶어."
그러냐면서, 클로이가 손을 내밀었다.
"그럼 빨리 하는 게 좋겠네요, 저택에 돌아가면 집사님에게 전해드릴게요."
"미안, 부탁할게."
오스카가 클로이에게 카드를 건넸다.
이후 클로이는, 오스카의 배웅을 받으며 마차에 올라탔다.
말을 탄 두 명의 호위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마차가 빗속을 달린다.
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클로이.
그리고 무심코 손에 든 카드에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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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중앙에 위치한 릴가 찻집에서, 제철의 찻잎 시음회와 신작 가구 전시회 등을 진행합니다.
부디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하여 소박한 차림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주최자 서명 : Lieluge. Ta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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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일리우게 ......"
설마, 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클로이.
비가 마차의 지붕을 세차게 때린다.
하늘이 빛나자,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728x90'연애(판타지) > 안녕하세요, 전생에서 살육의 마도구를 만들었던 자작영애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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