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부 02 다실에서의 대화
    2023년 09월 18일 23시 56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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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기만 해도 기절할 것 같아. 클로이는 대모험을 했던 거네?"



    "그래,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클로이가 오스카의 품에 안겨 솔리디드 공작가에 도착한 지 이틀 후.



     그녀는 오후의 밝은 햇살이 비치는 장미꽃으로 장식된 다실에서,

     콘스탄스와 과자를 먹으며 차를 마시고 있다.



     화제는 사이파에서 여기까지 온 여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남자들의 습격을 받은 클로이가 오스카에게 이끌려 사이파를 빠져나온 뒤,

     그는 말을 타고 옆 마을로 향했다.





    "더 이동하고 싶지만 밤길은 위험하고, 말도 지쳤어."



    "어디로 가세요?"



    "브라이트 왕국으로 돌아가자. 이 나라에 있으면 위급할 때 너를 보호할 수 없어."





     옆 마을의 숙소에서 잠을 못 이루는 몇 시간을 보내고, 말을 갈아타고는 새벽에 출발했다.



     도중에 옷을 갈아입고, 길을 바꾸느라 이동하는 데만 4일이 걸렸다.

     그렇게 국경을 넘어 솔리디드 공작가의 저택에 도착한 것이다.



     참고로 수면 부족이었던 클로이는, 사흘째에 피로와 발열로 쓰러졌다.

     넷째 날은 거의 오스카의 무릎에 안기거나 업혀서 이동하게 되었다.

     마지막에는 오스카가 음료수를 마시는 걸 도와주던 것 같다.





     "죄송해요."라고 사과하는 클로이에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격려해 준 그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라며 안도의 표정을 짓는 콘스탄스.





    "그래서, 클로이는 앞으로 계속 왕도에 있을 생각이야?"



    "그럴 생각은 없어. 검은 로브의 남자들의 사건이 해결되면 사이파로 돌아갈 생각이야."





     약국의 근무 기간은 2년.

     이번에 도와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돌아가서 약국을 다시 열고 끝까지 제대로 일하고 싶다.





    "그렇구나." 하며 콘스탄스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쪽에 있을 거라는 거지?"



    "응, 그럴 것 같아."





    (그리고 모처럼 왕도로 돌아왔는걸. 오스카 님이 부탁한 독극물 분석 작업도 제대로 끝내고 싶어)





     그 후, 차를 여러 잔이나 마시면서 근황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



     콘스탄스가 지난 1년간의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클로이 덕분에 나로우 전하와 원만하게 약혼을 파기할 수 있었지만, 너무 입방아에 오르내려서 반년 정도 힘들었어."





     그 후 영지로 돌아와 반년 정도를 여유롭게 지내다가, 얼마 전 왕도로 돌아왔다고 한다.





    "지금은 친척 아이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어. 사교계에도 조금씩 복귀하고 있고."





     콘스탄스의 건강한 모습을 보고, 클로이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사이파에서 본 신문에 국왕 폐하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적혀있던데, 지금도 안 좋아?"





     콘스탄스가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지난 달 병문안 갔던 아버님의 말씀으로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거의 말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



    "그렇구나. 마도구사가 실종된 사건은?"



    "아직 찾지 못한 것 같아. 그림자도, 흔적도 없다고 해."





     "그래, 그렇구나"라고 중얼거리는 클로이.

     실종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마도구사들이었다.





    (무사했으면 좋으련만)





     그 후 두 사람은 과자를 먹으며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전 동급생의 결혼 이야기 등으로 화제가 끊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서녘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질 무렵.

     노크 소리와 함께 초로의 집사가 들어왔다.





    "콘스탄스 님, 오스카 님이 오셨습니다."



    "어머, 일찍 오셨네요?"





     두 사람이 다실을 나와 현관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오스카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오빠."



    "어서 오세요, 오스카 님"



    "그래, 다녀왔어."





     반갑게 미소 짓는 오스카가, 들고 있던 상자를 두 사람에게 내밀었다.





    "이것은 뭐예요?"



    "선물. 시내에 들러서 사 왔어."





     콘스탄스가 무심결에 내뿜었다.





    "어머, 오빠, 당신, 시내에 들러 선물도 사 오는 사람이었나요?"



    "...... 가끔은."



    "네, 알았어요. 그렇게 해두죠."





     상자를 들고서 "다실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라고 말하며 걸어가는 콘스탄스.



     클로이가 뒤따라 가려고 하자, 오스카가 불렀다.





    "잠깐 괜찮을까."



    "네. 무슨 일인가요?"



    "이 집은 어때? 편안히 지내고 있어?"



    "아주 잘해주고 계세요."





    "그렇구나." 오스카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췄다.





    "아까 독극물 사건인데, 세드릭이 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사를 시작한다고 하더군.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





     그러냐면서 고개를 숙이는 클로이.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오스카를 올려다보았다.





    "저기,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데?"



    "저, 왕궁에 가보고 싶어요."



    "......뭐?"





     클로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놀란 표정을 짓는 오스카.





    "......그것은 왜?"



    "물을 직접 조사해보고 싶어요. 현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도 있을 테고, 이미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까요."





    (역시 맡은 분석은 제대로 끝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모처럼 왕도에 왔으니 끝까지 제대로 조사하고 싶다"라며 연구자다운 발언을 하는 클로이에게, 오스카는 "너는 쫓기는 입장이잖아"라며 웃는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이쪽도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안전 대책을 포함해서 세드릭과 상의해 볼게."







     그리고 며칠 후.

     클로이는 먼 친척인 귀족 영주로 변장하여, 오스카와 함께 왕궁에 조사를 하러 가게 되었다.






     참고로 세드릭은 '왕의 동생'입니다.

     (나로우 왕자의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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