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08 원하는 것은 안경이 아냐(1)
    2023년 09월 18일 17시 16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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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카가 가게에 나타난 지 8일째.



     저녁에 클로이가 혼자 '호미정'에 갔을 때, 첼시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코코 씨, 오랜만이네요."



    "요즘 집에서 먹는 일이 많아져서."





     평소와 같이 카운터에 앉아 평소처럼 정식을 주문하고서,

     방금 전까지 했던 분석에 대해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자 음식을 가져온 첼시가 클로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 혹시 코코 씨, 얼굴이 좀 둥그레졌어요?"



    "맞아, 안색도 좋아졌고."



     

     카운터 뒤에서 컵을 닦고 있던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모험가 분이 '요즘 약국이 아침에 일어나고 있어! 지진이 일어날 게 틀림없다고! '라며 떠들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첼시의 말에, 그렇게 화제가 되었나 싶어서 웃으며 클로이가 대답한다.





    "글쎄, 뭐, 뭐랄까, 보살핌을 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







     오스카가 처음으로 매장을 방문한 날의 다음날 저녁.



     분석에 몰두하고 있는 클로이에게, 그가 다시 나타났다.

     작업실로 들어간 그는 작업대 위에다가 들고 있던 가방과 큰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추가로 이것도 가져왔어."





     가방에서 꺼낸 것은 커다란 병에 담긴 물이었다.

     물이 부족하면 곤란하니 추가로 물을 가져왔다고 한다.





    "감사해요. 부족해지면 어쩌나 싶었거든요. 이 종이봉투는요?"



    "여기 오기 전에 사 온 식재료."



    "식재료?"





     안을 들여다보니, 양파, 양상추 등 채소와 고기가 들어 있는 봉지가 있었다.

     맛있어 보이는 빨간 사과도 들어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클로이에게, 오스카가 미소를 지었다.





    "부엌을 빌려서 요리를 하려고 사 왔어."





     클로이는 깜짝 놀랐다.





    "네!? 요리!? 오스카 님, 요리도 하세요!?"



    "그래. 원정 가면 꼭 하거든. 그리고........"





     오스카가 작업장에 늘어선 선반을 가리켰다.





    "저것들 좀 치워도 될까?"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벽에 있는 선반.



     그 위에는 약을 담는 유리병 등의 무거운 물건이 담긴 통이 빼곡히 올려져 있다.

     1년 전 이곳에 입주할 때 공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적당히 들여준 것들인데, 클로이한테는 너무 무거워서 그대로 두었던 것들이다.





    "무게 때문에 선반이 뒤틀리기 시작했어. 이대로 두면 위험해. 정리해 줘도 될까?"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클로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옆의 선반도 한번 살펴보겠지만, 괜찮지?"



    "네, 부탁드립니다."





     그 후 클로이는 다시 분석에 몰두했다.



     어느새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작업 책상 위에는 스튜와 샐러드가 놓여 있었다.





    "먹자."



    "아, 고맙습니다."





     놀랍도록 맛있는 스튜를 입에 넣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오스카가 가리킨 선반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정리해 주셨네요?"



    "그래. 알기 쉽게 정리해 놓았지."





     그 후, 식사를 정리한 후, '오늘은 일찍 자라'며 당부하고서는 돌아가는 오스카.





     ㅡㅡ뭐, 이런 식으로.

     이 날부터, 오스카는 저녁이 가까워지면 나타나서는 클로이를 자연스럽게 돌봐주게 되었다.



     밥을 지어주고, 방을 정리하고, 약 조제를 도와준다.



     그리고 둘이서 저녁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후 뒷정리를 하고서 "이제 늦었으니 자야 한다?"라며 당부하고 돌아간다.



     덕분에 작업실은 여느 때보다 깨끗해졌고, 매일 맛있는 저녁을 먹어서 배도 든든.

     잠도 잘 자게 되어서 컨디션도 좋고, 왠지 피부에도 윤기가 흐르고 있다.





     참고로, 대낮의 오스카는 솔로로 활동 중인 실력파 모험가로 활동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의심받을 테고 심심하기도 하여, 가면을 쓰고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던전에 들어갔다가 완전히 빠져버렸다고 한다.





    "이야, 저곳은 재미있네. 기사단에서 모의전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훈련이 되고 있어."





     선물이라면서 모험가들도 좀처럼 찾지 못하는 작은 고대 마도구의 시계를 가져왔을 때는, 놀라서 뒤로 넘어갈 뻔했다.



     낮에는 모험가, 저녁부터 밤까지는 클로이의 돌봄.



     예전부터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군데군데 빼놓으며 이 이야기를 첼시에게 했더니, 그녀는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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