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06 성의 물
    2023년 09월 17일 23시 23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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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심으로 반성하는 표정의 오스카가 "미안해, 그만 제정신을 잃었어."라고 거듭 사과한 뒤.

     클로이는 폐점을 하고서 그와 함께 매장 안쪽 문을 통해 작업실로 이동하였다.





    "어서 오세요, 좀 지저분하지만"



    "고마워요, 실례할게."





     작업실에 들어선 오스카가, 여기저기 책과 서류가 쌓여있는 어수선한 작업실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여전하군."





     그리고 권유받은 의자에 앉더니, 흥미롭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여기서 약도 만드는구나."



    "네, 업무 관련은 모두 여기서 해요."





     작업장의 구석에 있는 주방에서 차를 끓이면서 클로이가 대답한다.

     그리고 차 한 잔을 오스카 앞에 놓고서 맞은편에 앉았다.





    "드세요."



    "고마워."





     오스카는 예의 바르게 차를 마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클로이는 생각에 잠겼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람)





     왜 오스카가 이웃나라의 변두리 도시까지 온 걸까?

     자신의 정체를 알고서 온 것이라면, 그나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금 전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약사 코코가 클로이인 줄 몰랐던 것 같다.





    (즉, 약사 코코에게 볼일이 있다는 뜻이겠네)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오스카가 고개를 들어 클로이를 보았다.





    "클로이가 이런 곳에 있었구나."



    "네, 1년 전부터요. 오스카 님, 혹시 모르셨어요?"





     오스카가 눈을 깔았다.





    "...... 란즈 상회장에게 '공작가에 자신의 행선지를 말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은 너잖아."





     앗, 정말 말하지 않았구나 하며 클로이가 란즈의 무거운 입에 놀라자, 오스카가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괜찮아 보여서 안심했어."





     걱정해 주었구나 하는 생각에, 클로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콘스탄스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건강해. 본인의 뜻에 따라, 지금은 친척 아이의 가정교사를 하고 있어. 많이 익숙해진 같고, 즐거워 보여."





     클로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을 잘 돌보는 콘스탄스이니 분명 잘하고 있을 것이다.



     좋은 기회라며, 그녀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제가 출국한 후 어떻게 되었어요?"



    "...... 글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엉망진창이랄까."





     오스카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콘스탄스의 억울한 누명은 네 덕분에 풀렸어.

    나로우 왕자는 열심히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증인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었지. 그 파티장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 화근이 되었을지도 몰라."





     이후, 왕자와 콘스탄스 양측의 희망에 따라 파혼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로우 왕자와 프리실라 씨에게는 아무런 처벌이 없었나요?"



    "그래, 여러 귀족들의 설득을 받아서, 항의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지."



    "여러 귀족이요?"



    "그 졸업 파티에서 나로우 왕자들과 함께 있던 측근 5명의 가족들. 공작가를 필두로 한 상류층 귀족들인데, 안타깝게도 그중 한 명은 내 어머니의 친가였어."



    "...... 그렇군요."



    "두 사람이 벌을 받으면 그들도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까. 그들에게 애원하는 바람에, 아버지 역시 들었던 주먹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어."





     프리실라의 거짓말도, 거액의 배상금과 함께 무마된 모양이다.





    "다만, 국왕 폐하께서는 매우 화를 내셨지. 나로우 전하께 '이 일과 관련해 다시는 너와 콘스탄스에게 관여하지 말라'고 엄중히 말씀하셨다고 해."





     그렇구나, 그렇다면 콘스탄스도 안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클로이는 석연치 않은 기분으로 손안의 컵을 쳐다보았다.

     여러모로 이상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일 년이 넘은 일이니, 지금 와서 말해도 소용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기분을 전환하고서 고개를 들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ㅡㅡ그런데, 오스카 님은 왜 이곳까지 오셨나요. 약사 코코에게 볼일이 있어서 오신 거죠?"





     오스카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약사 코코가 클로이라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는 없지."





     그는 말을 끊더니, 진지한 눈빛으로 클로이를 바라보았다.





    "약사 클로이 공, 브라이트 왕국의 성의 수분을 조사해 주었으면 한다."











     ㅡㅡ5분 후.



     오스카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나무 상자를 꺼내 작업대 위에 올려놓았다.



     상자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봉인된 원통형 유리병이 여러 개 들어 있었다.

     안에는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둥근 뚜껑의 위에는 '남문 앞 우물'처럼 장소로 추정되는 이름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 물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건가요?"





     클로이가 투명한 액체를 랜턴 불빛에 비춰보며 물었다,

     오스카가 상자에서 남은 병을 꺼내면서 입을 열었다.





    "기사단의 시설에서 클로이를 안내했던 세드릭이라는 남자를 기억해?"



    "적발녹안의, 싹싹한 기사님이었죠?"



    "그래. 그 사람이 말했지. 왕성 안에서 마시는 물속에 이상한 것이 들어 있는 것 같다고."





     클로이는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은 마력량이 아주 많았다. 그러한 직감 또한 주변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할 가능성이 높다.





    "물만 그런가요?"



    "술에도 있다고 하더라. 다만 음식에서는 느끼지 못한다고 했어."



    "전문가에게 조사를 의뢰하지 않으셨나요?"



    "물론, 했지만."





     오스카의 말에 따르면, 왕실 소속 약사들과 연구원들이 몇 달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쥐 같은 작은 동물을 이용한 실험까지 했다고 하는데, 결과는 '이상 없음'이었어.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도 없어서, 그냥 물일 거라는 결론이 나왔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드릭은 위화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한다.



     분명히 뭔가 있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만난 루인 왕국의 고위 인사로부터 '어떤 독이든 분석해서 중화제를 만드는 뛰어난 약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 아하, 그래서 여기까지 오신 거네요."



    "그래, 화제가 될 만한 약사라면 뭔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고 웃으며, 클로이는 병을 관찰했다.



     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병은 코르크 뚜껑으로 단단히 닫혀 있다.

     보존 상태는 양호해 보이지만, 오래 두면 성분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빨리 살펴볼수록 좋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분석해 볼게요."



    "고마워."





     클로이는 일어서서 레이스 커튼 틈새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람이 꽤 거세게 불어서, 바람을 맞은 가로수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이건 밖에 나가면 위험하겠어)





     그녀는 뒤에 있는 오스카를 돌아보았다.





    "밖에 나가면 위험해요. 저는 분석에 들어갈 테니, 오스카 님은 책이라도 읽고 계세요."



    "고마워.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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