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04 평화로운 일상과, 심상치 않은 모국(1)
    2023년 09월 17일 22시 37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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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이가 약사 코코로서 도시 사이파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년.



     따뜻한 봄볕이 기분 좋은 봄날의 오후.

     클로이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모험가 길드의 크고 하얀 건물을 방문했다.



     응접실의 가죽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자, 문이 열리고 한 백발의 노인이 들어왔다.





    "홋홋홋. 오랜만이로구먼, 코코짱."



    "오랜만입니다. 브래들리 씨."





     이 노인의 이름은 브래들리.

     모험가 길드 본부의 고위층이며, 그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항상 '홋홋홋'하며 웃고 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클로이의 남장을 '호오, 예쁜 여자아이가 왔구먼'하며 금방 알아챘던 방심 못할 사람이기도 하다.



     브래들리는 웃으며 소파에 앉았다.





    "부탁한 독극물 중화제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네. 함 보도록 함세."



    "예, 물론입니다."





     그녀는 가방에서 상자에 담긴 플라스크와 종이 뭉치를 꺼냈다.

     플라스크 안에는 투명한 녹색 액체가 들어 있다.





    "이것이 중화제이며, 이것이 제조법입니다. 분석 결과, 출혈성의 독극물이었습니다."



    "수고했네, 이게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게야."





     브래들리가 미소짓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던전 내에 일반적인 해독제가 잘 듣지 않는 독을 가진 뱀이 많이 출몰하는 곳이 있어서 모험가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고 한다.



     분석 결과와 제조법이 적힌 종이를 진지하게 읽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클로이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의 클로이는 독에 대해 꽤나 깊이 연구했었다.

     이유는 독을 이용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 만들고 있는 중화제는, 이때 얻은 지식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전생에 사람을 해치던 지식이 이번 생에는 사람을 돕는 지식이 되고 있어. 신기한 기분이야)





     이후 몇 가지 질문에 답하고서,





    "홋홋홋, 또 부탁함세. 그래서 우리 손주와의 맞선은 생각해 보셨나?"



    "아니요, 생각 안 해봤어요."



    "홋홋홋, 유감이로구먼."





     라는 평소의 대화를 나누며 길드 건물을 나서는 클로이.



     가게로 돌아와서, 책과 종이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어수선한 작업실에 들어간 다음 고대 마도구의 분석에 열중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작업실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창밖에는 봄의 옅은 저녁노을도 드리워져 있다.





    (벌써 저녁이구나, 오늘은 잊지 말고 밥 먹으러 가자).





     그녀는 외투를 걸치고서, 뒷문을 통해 골목으로 나갔다.



     기분 좋은 봄 저녁의 바람을 뺨으로 느끼며, 하늘 낮은 곳에 떠 있는 반투명한 달을 바라보고 걷는다.



     그리고 큰길로 나와서 옆에 있는 '호미정'의 무거운 문을 열었다.





     짤랑짤랑





     도어벨이 울리며, 문틈으로 주황색의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빛이 가득한 가게 안에서는 스무 명 남짓한 모험가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오늘도 성황이네)





     클로이를 보고 "여어! 약국!" "내일은 늦잠을 자지 말라고!" 하며 말을 건네는 취객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서, 가게 안쪽의 카운터에 앉았다,





    "어서 오세요, 코코 씨, 이틀 만이네요!"





     빨간 머리 트윈테일의 간판녀 첼시가 쟁반을 들고 다가온다.





    "오늘은 뭐로 하실래요~?"



    "평소대로."



    "네~! 코코 씨에게 오늘의 정식 하나요~!"





     주방을 향해 밝게 목소리를 높이고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다음 다른 테이블로 달려가는 첼시.



     클로이는 카운터에 턱을 괴고서 앞쪽 선반을 바라보았다.



     뒤에서 들려오는 큰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여전히 본 적 없는 종류의 술이 많이 진열되어 있구나', '밤에는 고대 마도구 연구에 몰두해야겠어'같은 식으로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잠시 후,

     주방에서 유명 모험가 출신이라는 건장한 가게 주인이 오더니, 그녀의 눈앞에 정식이 담긴 쟁반을 내려놓았다.





    "여깄다. 오늘은 용암구이다."





     클로이는 "고마워요"라고 말하고서, 기쁜 표정으로 음식을 들여다보았다.



     오늘의 메뉴는 소고기 미니 스테이크와, 치즈가 듬뿍 들어간 오므라이스.

     뜨겁게 달궈진 용암판 위에서 치익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다.

    (※ 용암판: 이 근처에서 채취한 용암으로 만든 철판이며, 명물)





    "오늘도 맛있어 보여! 잘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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