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는 대로변에 위치한 흰 벽에 벽돌색 지붕의 작은 가게이며,
1층은 매장과 작업장, 2층은 주거 공간으로 되어 있다.
바로 옆은 '호미정(虎の尾亭)'이라는 식당 겸 술집이다,
밤에는 술 취한 사람들이 조금 시끄럽지만, 경비대가 근처에 있어서 치안도 좋다.
또한 클로이는 매장 뒤편에 있는 큰 작업실과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넓은 뒷마당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는 작은 실험 같은 것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클로이는 사이파의 거리에서 '약사 코코'로서 일하기 시작했다.
개점 초기 영업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가게를 찾는 모험가들에게 직접 만든 약을 팔고, 가끔은 마을 사람들의 병에 걸린 약을 조제하기도 한다.
폐점 후에는 모험가 길드에서 특별히 빌린 고대 마도구를 분석한다.
전생의 지식을 이용해 독을 중화시키는 약을 개발하여, 길드 본부에서 의뢰를 받기도 하게 되었다.
정말 여유로운 삶이다.
(이런 생활도 나쁘지 않네)
하지만 한 달쯤 지나자 클로이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생활은 뭔가 효율적이지 않다고.
한 달이 지났는데도, 길드에서 처음 빌렸던 고대 마도구의 분석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모두 분석하는 데 2년이 넘게 걸릴 것 같다.
(뭘까, 이 비효율성.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한 클로이.
그리고 그녀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알았어, 영업시간이 문제였어).
가게의 영업시간은 이 나라에서 일반적인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다.
하지만 주 고객인 모험가들은 일출과 함께 던전으로 향하고, 저녁에 도시로 돌아온다.
그들이 가게에 오는 것은 당연히 저녁이고, 저녁에는 가게가 엄청나게 붐비기 때문에 낮에는 한가한데도 불구하고 영업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클로이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해가 뜨기 전, 즉 6시 전에 가게를 열면 되겠다고.
이 대륙에서 가장 이른 시간에 문을 여는 약국의 탄생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생각했다.
회계가 상당히 번거롭다고.
(원인은 약값 때문이야)
약의 가격은 매일 바뀐다.
기본 가격인 '초급약: 은화 1닢, 중급약: 은화 5닢, 고급약: 금화 1닢'을 기준으로, 완성도에 따라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식을 깼다.
(잘 생각해 보면, 굳이 가격을 따로 올릴 필요도 없잖아?)
그리고 계산이 쉬운 '초급약: 은화 1닢, 중급약: 은화 5닢, 고급약: 금화 1닢'을 통일된 가격으로 정하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세계 최초로 통일된 가격을 책정하는 약방의 탄생이다.
약사 길드장이 들으면 뒤집어질 것 같은 전대미문의 가게 탄생에,
모험가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아침에 던전에 가기 전에 살 수 있는 데다, 초특급 품질의 약이 놀랄만한 균일가.
이 얼마나 훌륭한 약국인가!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젠장! 또 문을 닫았어!"
클로이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이었다.
게다가 고대 마도구 분석에 몰두하느라 새벽까지 깨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사흘 동안만 개점 시간인 5시 반에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래서,
"일어나! 약국! 시간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매일 아침 손님이 깨워주는 약국의 탄생이었다.
ㅡㅡ뭐, 이런 느낌으로, 출국한 지 8개월.
클로이는 약과 독극물 중화제를 만들어 파는 시간 외에는 먹고 자는 것을 잊고 고대 마도구의 연구에 몰두한다는,
콘스탄스가 보면 쓰러질 것 같은, 건강을 도외시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뭐 조금 그렇긴 하지만, 몸을 숨길 수 있고, 고대 마도구의 연구도 진척되고, 평화롭고, 좋은 느낌이야)
아마 이런 생활을 1년 정도만 더 하고서 브라이트 왕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생각한 클로이.
하지만,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가게 된다.
3개월 후.
클로이에게 한 손님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손님과 그가 가져온 의뢰로 인해, 그녀의 운명은 크게 변화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