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05 폭풍과 진귀한 손님
    2023년 09월 17일 22시 53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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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홋홋홋, 코코짱, 또 봄세~"



    "예, 브래들리 씨도 건강하세요."





     개업 후 1년 2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오후.

     클로이는 모험가 길드에서 브래들리에게 의뢰한 독극물 분석 결과를 건네주고는 혼자 가게로 향하는 길을 서두르고 있었다.



     시간은 낮 열두 시.



     평소 같으면 늘 사람이 많아서 붐비는 중앙 거리도 오늘은 사람이 거의 없었고, 자갈길 위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이유는 낮에 큰 산맥의 상공에 떠 있는 둥근 구름 때문이다.

     이 구름이 하늘에 떠 있으면 갑자기 날씨가 급격하게 나빠지기 때문에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억누르며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이 섬뜩한 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발걸음을 재촉해 가게로 돌아오자마자, 클로이는 가게 앞에 세워진 입간판을 들어올렸다.





    (치우는 게 좋겠어)





     발로 문을 열고는 간판을 들어서 가게 안으로 넣는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제 폐점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

     길 건너편에서 사람이 한 명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짙은 남색 후드 망토를 입은 키가 큰 남자, 망토가 강풍에 휘날리며 바스락거리고 있다.

     비가 조금 내리는지, 후드를 꼭 뒤집어쓰고서 그 테두리를 단단히 잡고 있다.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다니,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남자.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어? 여기로?)





     눈을 번쩍 뜬 클로이의 옆에서, 짤랑 울리는 벨 소리.

     클로이는 문을 열고 남자를 불러들였다.





    "어서 오세요, 약이 필요하세요?"





     이런 날씨에 이렇게 서둘러 오다니 무슨 급한 일인가 싶어 클로이가 묻자, 남자는 문을 닫으며 "그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가짐을 보니 젊은 모험가인가 보다.



     그는 "이런 날씨에 미안하다"라고 말한 다음, 후드의 안에서 클로이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





     번개에 맞은 것처럼 딱딱하게 경직되었다.



     어, 뭐지? 하며 마찬가지로 경직되는 클로이.



     이상한 침묵이 매장 안을 흐른다.



     잠시 후, 남자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 미안, 아는 사람과 닮아서 깜짝 놀랐다."



    "아, 그런 뜻이었군요. 이런 안경을 쓴 외모는 꽤 많으니까요."





     잘 모르는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겠다며 웃는 그녀를, 후드 안쪽에서 구멍이 뚫릴 정도로 쳐다보는 남자.

     왠지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클로이가 물었다.





    "그래서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그보다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면 위험하다구요."



    "그런가?"



    "네, 오전에 큰 산맥 위로 둥근 구름이 떠올랐어요. 그 구름이 생기면 날씨가 나빠지기 때문에, 이 근처 사람들은 밖에 나가지 않는 거죠."





     손님, 외부인이군요, 라고 말하는 클로이를 응시하는 남성.

     그리고 망설이다가 물었다.





    "...... 여기는 '약국 코코'라고 들었는데, 당신이 주인인 약사 코코 공인가?"



    "예, 제가 약사 코코입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대답하는 클로이.

     조금 위험한 사람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떡하지. 이런 날이라서 경비소도 문을 닫았을지도 모르겠어. 이럴 땐 '호미정'으로 도망치는 수밖에......)





     그녀가 머릿속으로 어떻게 도망칠지 생각하기 시작한 그 순간.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남자가 과감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착각이라면 죄송합니다만, 가게 주인은 '클로이 매드니스'라는 여자를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클로이는 숨을 멈추고 말았다.

     생각도 못한 말에 소름이 돋았다.



     그 반응을 본 남성도 역시 숨을 죽였다.

     순식간에 클로이에게로 다가가서, 얼어붙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꾸엑."





     개구리 찌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그녀를, 남자는 더 세게 껴안았다.





    "클로이......! 다행이다, 무사해서......!"



    "무, 무슨?"



    "정말, 정말 다행이다......!"



    "잠깐! 누구!? 아니, 그보다 아, 아파!"





     클로이는 열심히 몸부림쳤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는 다시 한번 숨을 멈췄다.





    "......! 오스카 님!"





     거기에는 진심으로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잘생긴 얼굴을 한 은발벽안의 청년이 있었다.

     멀리 브라이트 왕국에 있어야 할 오스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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