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전하,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야. 그러고 보니 당신의 영지에서 마석 광산이 발견되었다면서?"
"예. 현재 마석의 품질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래? 좋은 품질의 마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네."
그런 잡담을 주고받은 후, 그런데 그쪽의 여성은? 하는 식으로 물어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아리아드네, 레스투르 황족의 여식입니다."
"......오오, 당신이, 그......."
그다음에 무엇을 떠올렸을까.
적어도 그 시선에는 경멸의 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아리아드네를 관찰한 그는,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다는 듯이 드레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 예쁜 드레스는 혹시........"
이번엔 혹시로 말을 흐린다. 귀족으로서는 초보적인 표현이다. 예상하고 있는 대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만약에 그렇지 않을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아르놀트 전하께서 주신 선물이랍니다."
"호오, 그거 참."
이번에는 아르놀트에게 시선을 돌린다.
어떤 의도로 선물을 주셨습니까? 라고 말하고 싶은 듯한 눈빛.
"이미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얼마 전 어머니께서 독살의 위기를 맞았지.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 준 사람이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였는데 ...... 그녀는 그때 쁘띠 데뷔탕트였어."
"오, 그렇군요."
은인에 대한 고마움과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자신이 직접 쁘띠 데뷔탕트를 에스코트할 정도로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상대 남자는, 그 뉘앙스를 파악하기 위해 살짝 눈을 가늘게 하였다.
"그나저나, 그 멋진 머리 장식도 아르놀트 전하의 선물일까요?"
"아, 아니요, 이것은...... 어머니의 머리 장식이에요."
"어머니? 그러고 보니 아리아 황녀 전하께서 요양 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네, 맞아요. 어머니는 저에게 예절을 비롯한 여러 가지 교양을 익히게 해 주셨어요. 이 머리 장식을 착용하고 있으면 어머니가 지켜봐 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렇군요. 어머니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ㅡㅡ이런 식으로, 찾아온 귀족들과 우회적인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몇 명과 인사를 나눈 후, 아르놀트는 어머니의 부름을 받았다며 자리를 떴다.
(지금까지 사교계에 얼굴을 내비친 적이 없는 영애가 홀로 덩그러니 있다. 원래라면 불안해하겠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사교계의 정점에 올랐던 기억을 가진 아리아드네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걸어가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가볍게 사교를 나누며 인맥을 쌓아간다.
그렇게 순조롭게 인맥을 넓혀가던 중, 얼마 지나지 않아 지크벨트가 찾아왔다.
"꽤나 화려하게 돌아다니는 것 같구만."
"평안하셨나요, 지크벨트 전하. 참석자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것뿐인데, 실례가 되었나요?"
"아니, 지난번의 ...... 사냥 대회에 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사냥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네가 왜 갑자기 참가하려고 한 거지?"
"물론, 마물을 사냥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러고 보니, 큰일에 휘말렸지 뭐예요. 소문이 났다고 생각하는데, 지크벨트 전하께서는 알고 계신가요?"
지크벨트가 지적하기 전에 먼저 그 이야기를 꺼낸다. 마치 화제가 되어서 곤란한 일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허를 찔린 지크벨트는 신음을 했다.
"듣자 하니, 아르놀트 전하가 위험에 빠졌다며?"
"저는 마지막에 조금 휘말렸을 뿐이지만, 그 끔찍한 광경을 보고 기절할 뻔했어요. 하지만 기사님은 태연한 모습이었어요. 역시 거친 일에 익숙한가 봐요?"
"...... 기사들은 마물과 싸우는 일이 많으니까."
지크벨트가 아리아드네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는 아리아드네의 말솜씨에 빠져서 자신이 질문하는 입장에서 질문을 받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깨달은 그는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