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월 1일② 코타츠와 귤과 웅크린 강아지
    2021년 01월 08일 14시 48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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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15/





     통, 통.


     "어머, 무슨 소리지?"


     고아원의 관리인, 수녀 아나벨은 경쾌한 울리는 리드미컬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통, 통.


     ".....망치 소리? 식당 쪽이네."


     수녀 아나벨은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목적지에 다가감에 따라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새해 첫 날부터 무슨 소란일까?"


     통, 통.


     '......뭐, 소란의 원인은 한 명 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수녀 아나벨의 뇌리에, 고아원에 온 후 야단법석이었던 여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쁜 애는 아냐. 오히려 좋은 애지만, 제법 자기 길을 걷는 아이였지.'


     본인이 들었다면 크게 부정하겠지만, 수녀 아나벨의 안에선 그런 평가였다.

     무엇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부딪히고 보는 아이였으니까.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서 건강히 크면 될 거라 생각했는대, 정신차리고 보니 자력으로 귀족 집안의 견습메이드가 되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직업운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무슨 꼴을 당했을지 몰랐으니까.


     그리고 식당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소리의 중심에 그녀ㅡㅡ마이카가 있었다.


     "류크, 그쪽이 끝나면 다음은 이걸 쳐줘."


     "그래, 알았다."


     오늘 아침, 고아원에 있던 전원과 신년인사를 했던 식당은, 모든 테이블과 의자가 방 한 켠에 몰려있어서 넓혀져 있었다. 마이카는 그 중심에서 진을 치고, 어제 같이 고아원에 왔던 류크와 함께 뭔가를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저건, 로우 테이블이라도 만들고 있는 걸까. 그건 그렇고.....'


     수녀 아나벨은 약간 탄식하고 만다.


     '어른을 부려먹으며 물건을 만드는 10대 라니, 어떻게 봐야 좋을까?"


     수녀 아나벨은 키우는 방법이 잘못되었나.....라고 생각했지만, 잘 생각해보니 키운다는 정도로 같이 살았던 것도 아니었구나, 하고 다른 의미로 체념했다.

     마이카는 류크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자기도 뭔가를 바느질하고 있었다. 꽤 커다란 직물, 아니 모포인걸까? 마이카 외에도 고아원의 나이 많은 축의 소녀들이 다른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나이 어린 아이들은, 한편으로 마이카와 같이 왔던 강아지인 그레일과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는 모양이다....아니, 저건 아이들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불쌍한 강아지의 그림인 걸까?"


     "마이카, 아침부터 뭘 하고 있니?"


     "아, 수녀님. 에헤헤."


     장난질이 들켜서 얼버무리려는 미소를 짓는 마이카. 그런 얼굴을 하면, 아이들의 감시역인 수녀 아나벨은 반사적으로 노려보게 된다.


     "뭔가 장난을 치려고 하는 거라면, 연도가 바뀐 참이라고는 해도 설교하지 않을 수는 없겠는데?"


     "그,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저기....정월답게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정월?"


     처음 듣는 단어에 수녀 아나벨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정월이라니 대체 무슨 말.....?


     역시 통하지 않나, 하고 마이카는 눈꼬리를 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떤 나라에서 신년을 보내는 방법을 조금 시도해 보려고 생각했어요."


     "그 모포와 로우 테이블로?"


     "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말 운치없는 단어."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구나, 하고 마이카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같이 바느질을 하고 있던 소녀가 마이카에게 말을 걸었다.


     "마이카, 다 짰어."


     "고마워. 그럼, 이쪽은 완성이네. 류크 쪽은 어때?"


     통, 통ㅡㅡ.


     "그래, 지금 끝났다."


     뒤집혀져 있던 로우 테이블을 빙글 돌려서 바닥에 세우자, 마이카는 굴곡이 없는 지를 확인하였다. 문제없는 모양이다. 마이카는 응응 하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식당의 한 켠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소년들이, 테이블과 같은 크기의 판을 옮겨왔다.


     "마이카, 이쪽도 끝났어~"


     "고마워. 사포는 제대로 문질렀어? 제대로 맨들맨들하게 되었어?"


     "당연하지. 그래서 갖고 온 거니까."


     소년들이 판을 내밀었다. 마이카는 그걸 확인해보고, 확실히 문제 없다고 납득하였다.


     "로우 테이블과 모포와 판? .......마이카, 이걸로 뭘 할 거니?"


     "물론 그것이지만, 실은 아직 이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또 있어?"


     "마이카, 다 됐어."


     식당 입구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저 사람은, 마이카를 견습메이드로 삼기 위해 고아원을 방문했던 메이드ㅡㅡ세레나의 목소리다.


     "세레나 씨, 무엇을....어머, 그건 뭔가요?"


     "와! 역시나 세레나 씨! 완벽해요, 최고예요!"


     "후후후, 칭찬해주다니 영광이야."


     식당 바깥에서 다가온 세레나. 뒷편에는 나이 있는 축의 소년들이 함께 뭔가를 운반해온다.


     '하지만 저건......뭘까?'


     그거 크기는 판같은 무언가. 하지만, 판은 아니다. 소재가 목재는 아닌 것 같지만, 뭔지 잘 모르는 것이다. 그들은 그걸 여섯 장이나 방에 운반해왔다.

     그것이 방에 들어온 순간, 화악 하고 실내에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 판은 설마, 풀로 만들어진 건가요."


     "와, 잘 아시네요. 이건 다다미라고 해요. 등심초는 쓰지 않았지만요."


     "다다미.......?"


     또다시 수녀 아나벨이 모르는 새로운 단어다.


     "만드는 법을 설명한 건 저이긴 해도, 등심초 이외로도 만들 수 있는 거였네요."


     "그건 저기, 약간 억지지만 마법의 힘을 빌려서 탁 하고."


     "뭐, 그걸 기대한 건 맞지만요. 그럼, 바로 다다미를 바닥에 깔아주세요."


     "그래, 알았어. 그럼 모두, 다다미를 이 주변에 깔아줄 수 있을까."


     """"""""예, 세레나 누님!"""""""""


     다다미를 들고 온 소년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의기양양하게 다다미를 깔아갔다. 늘어놓는 쪽이 사전에 지시했었는지, 사각형이 되도록 반듯하게 깔아놓았다.


     여섯 장의 다다미ㅡㅡ다시 말해 다다미 여섯 장 짜리 방이다.


     "세레나 씨, 바닥 위에 직접 다다미를 깔면, 어긋나거나 하지 않을까요?"


     "뒷면을 마법으로 미끄럼방지 가공을 해놓았으니 그럴 걱정은 필요 없어."


     "와, 마법은 편리해."


     마이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편리하지만, 편리하긴 하지만, 하고 미묘하게 납득할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바로 표정을 고쳐서 다음 지시를 하였다.


     "그럼, 다음은 모두가 만든 카페트를 깔아줘."


     """예~"""


     다다미 위에, 소녀들이 만든 직물이 깔린다. 그리고 소녀들은 카페트 위에서 압정을 꽂으며 돌아다녔다. 저거라면 직물이 어긋날 걱정은 없을 것이다.


     "와아~!"


     "데굴데굴데굴~"


     다다미 위에 카페트를 깔자, 그레일을 붙잡은 소년들이 그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바닥과 다르게 부드럽지는 않지만 딱딱하지도 않은 그 감촉에 아이들은 만족하였다.


     "끼잉!?"


     자그마한 아이에게 안겨진 채로 바닥을 구르는 그레일은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다다미를 탐닉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느낌이 전해지지는 않았다.


     수녀 아나벨은 다다미의 한 쪽에 손을 대어보며, 그 이상한 감촉에 고개를 갸웃하였다.


     '풀로 만든 판이 이렇게나 단단한데, 그러면서 아프진 않아 보이다니. 마이카는 이걸로 무엇을 할 셈일까.'


     수녀 아나벨은 마이카를 봤다. 그녀는 정말 만족스러운 듯, 그리고 자랑스러운 듯 다다미를 보고 있었다.


     "후후후, 좋은 느낌. 그럼, 프로젝트를 최종단계로 이행합니다. 그런 이유로, 최후의 작업을 부탁드려요, 세레나 씨!"


     세레나는 로우 테이블의 뒷면에 손을 대고서, 주문을 읊었다.


     "우리들에게 따스한 평안을 [핏코로카미-노] "


     로우 테이블판의 뒷면에서, 희미하게 붉은 빛이 점등되었다. 그리고 마이카는 기쁨 섞인 소리를 내었다.


     "자, 테이블을 다다미 한 가운데에 놓고, 모포를 깔아!"


     아이들이 협력해서, 테이블과 모포를 나른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사포질 해놓은 판을 류크가 들고 와서, 위에서 모포가 덮인 테이블 위에 살짝 올려놓자ㅡㅡ.


     "해냈다~! 코타츠의 완성입니다~!"


     """와아~!"""


     마이카의 목소리에 이어 아이들이 기뻐하는 듯이 소리쳤다. 그 모습에 수녀 아나벨은 눈을 꿈뻑거리며 놀라고 만다.


     "예! 역시 정월이라고 하면 코타츠에서 느긋하게 있어야지요!"


     "내가 첫째~!"


     "아, 나도~!"


     "나도 들어갈래~!"


     "아, 잠깐! 제안은 내가 했으니 내가 처음인 게 당연하잖아~!"


     "......네 군데 있으니까 같이 들어가면 되잖아."


     류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뭐, 다른 아이들도 앞다투어 코타츠에 달려들었기 때문에 경쟁율은 정말 높아보였지만.


     "정말! 순서, 순서를 지켜. 제대로 서면 교대로 들어갈 거니까! 아, 그레일! 너 어느 사이에 코타츠 안에 들어간 거야. 고양이도 아니면서, 왜 코타츠 안에서 둥글게 말고 있는 거야, 귀엽잖아~!"


     "크후후후, 나에게 모든 걸 헌상하라아."


     "이 강아지 완전 잠꼬대 하고 있잖아! 으으으, 모두, 발로 차버리지 않게 주의해."


     """예~!"""


     귀여운 건 정의지만, 약간 치사한 순간이었다. 마왕 그레일은 코타츠 안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있었던 것이다.

     수녀 아나벨은 그 모습을 당분간 놀란 듯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면 아이들은 코타츠에 들어가자 마자 바로 추욱 늘어진 표정을 띄우며 뒹굴고 말았으니까.


     "따뜻해~"


     "잠들 것 같아."


     '나, 오늘은 여기서 잘래."


     "후후후, 감기 걸리고 마니까 안돼요."


     코타츠의 유혹에 휩싸인 소년을, 세레나가 상냥하게 달랬다. 하지만 아마 듣지 않을 것이다.


     "휴, 하지만 알 것 같아요. 역시 좋네요, 코타츠."


     코타츠에 들어간 채, 테이블에 턱을 대며 편히 있는 마이카. 마치 목욕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수녀 아나벨은, 아직 놀라고 있었지만 이제야 이해했다.


     '마이카, 이걸 하고 싶어서 고아원으로 돌아온 거네.'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런 작업을, 이런 칠칠맞은 태도를 귀족의 저택에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자기 방을 받은 모양이지만, 작업을 하려면 너무 좁아서 안되고, 사람도 부족할 것이다.


     '후후후, 정말 이상한 아이야.'


     코타츠 앞에서 추욱 늘어진 마이카의 모습에, 수녀 아나벨은 싱긋 미소지었다.

     이렇게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자, 한 사람, 또 한 사람씩 코타츠에서 빠져나왔다.


     "질렸어. 밖에서 놀고 올게!"


     "바깥의 눈으로 놀자!"


     "눈싸움하고 싶어!"


     "눈사람 만들래~!"


     코타츠에서 몸이 덥혀졌는지, 아이들은 코타츠에 금방 질려서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후우, 아이들은 기운도 좋아."


     ".......너도 충분히 아이인데, 마이카?"


     "아니, 저 따윈 마음이 이미 할머니여서요."


     무슨 말하는 걸까 이 아이는? 수녀 아나벨이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마이카는 원래 할머니인 전생자다. 하지만, 그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판정은 약간 미묘한 부분이다.


     "자자, 아이들도 없어졌으니, 저희들도 코타츠에 들어가요."


     "저기, 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야. 수녀 아나벨한테는 항상 신세지고 있으니까."


     세레나가 권유하고, 마이카도 허가를 내었다. 그리고 세레나, 류크, 수녀 아나벨이 코타츠에 다리를 넣었다.


     ".....어머."


     따스하다. 그래, 따스한 것이다. 뜨겁지 않고 미지근하지 않고, 발끝을 덥히기에 딱 좋은 온도. 그냥 침대에서 모포를 덮고 있는 것과는 일선을 달리하는 기분좋음.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겨울 풍경. 악마의 도구라며 두려워하는 난방기구 '코타츠' 인 것이다.


     거기에다ㅡㅡ.


     "이걸, 준비해왔습니다."


     "역시 세레나 씨!"


     "이건, 퓨네?"


     퓨네란 다시 말해, 지구에서 말하는 오렌지다.


     "잘 익었으니까 손으로 벗길 수 있어요. 자, 드세요."


     "코타츠에 귤이라니, 세레나 씨는 풍류를 잘 아시네요.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어요. 어머, 차가워."


     "네, 냉동 퓨네니까요."


     "코타츠에 냉동 귤이라니, 더더욱 최고네요, 세레나 씨!"


     "후후후, 칭찬해주다니 영광이야."


     "왈! 왈!"


     "어라, 그레일? 너 어느 사이에 일어나서......왜 눈을 반짝거리며 날 보고.....아, 응, 퓨네를 보고 있는 거네."


     예쁘게 껍질을 벗긴 마이카의 퓨네에 꽂힌 그레일.

     이 1년 사이 마왕은 대식가 강아지로 클래스 체인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한 개 만이야! 더 주진 않을 거라고!"


     "냠냠, 냠냠."


     "아, 그레일! 한 개는 그런 의미가 아냐! 통채로 전부 먹어버리다니!"


     불만을 말하면서도, 무릎 위에 올라간 그레일의 귀여움 앞에 마이카는 체념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또 하나의 퓨네의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였지만ㅡㅡ.


     "반짝거리는 눈으로 여길 보지 마~!"


     세계는 루프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마이카 이외의 세 명이 흐뭇한 듯이 바라보고 있다는 걸 그녀가 눈치챈 것은, 아마 조금 더 뒤의 일.


     '후후후, 올해도 멋진 한 해가 될 것 같아.'





     이런 느낌으로, 고아원의 신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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