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2921 연말연시 SS> 12월 31일 토시코시소바 와 제야의 종2021년 01월 08일 00시 09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13/
"아, 정말 오늘로 1년이 끝나네. 정말 빨라."
식당에 온 루시아나는, 조용히 내리는 눈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며 감개무량한 듯 혼자 중얼거렸다. 이미 날은 저물어서 주변은 어두웠지만, 스치는 법을 모르는 눈 탓인지, 창문 저편은 약간 흰색으로도 보인다.
"아가씨, 귀족영애가 테이블에 턱을 괴고 농땡이를 피우다니 상스러워요."
"알았어~ 하지만, 가끔은 괜찮잖아. 지금 여기엔 나와 멜로디만 있으니."
현재, 식당에는 루시아나와 멜로디만 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걸까."
"재상님 주최의 연말 연회니까, 오늘 밤은 늦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오늘은 섣달 그믐날인데도, 루시아나의 부모는 저택에 없다. 왠지 약간 섭섭하게 생각하고 마는 루시아나였다.
"일과 관계된 분들의 모임이었었나.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가보고 싶었는걸."
"맥스 씨와 대화할 수 없으니까요."
"그, 그런 게 아니라니까! 정말!"
오? 지금까지 이야기한 멜로디 일행의 이야기는 1학기까지였는데, 연말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멜로디에게 놀림당한 루시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흥흥 대며 화냈다.
"후후후, 죄송해요. 하지만, 이 저택에서 아가씨와 둘만 남게 되다니, 초봄 이후네요. 저, 왠지 약간 부끄러워졌네요."
멜로디는 얼굴을 약한 분홍색으로 물들이며 싱긋 미소지었다. 처음 만났던 날이라도 떠올렸던 것일지도 모른다. 루시아나도 당시를 떠올렸는지, 조금 전과 약간 달라진 느낌으로 얼굴을 붉혔다.
".....치사해, 멜로디. 그런 말을 들으면 받아칠 수 없잖아."
"후후후, 죄송해요."
현재, 루틀버그 백작가에는 멜로디와 루시아나만 있다. 루틀버그 부부는 물론이고, 세레나와 마이카, 류크도 그렇고, 설마 하던 마왕 그레일까지 저택을 나간 것이다.
"마이카 일행은 고아원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을까?"
"네.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해요."
오늘, 마이카 일행은 그녀가 신세를 진 고아원으로 발걸음을 하였다. 오늘 밤은 고아원에 묵고 내일 다시 저택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분명 그레일은 고아원의 인기를 독차지 하겠지."
"네, 정말 귀여운 아이니까요."
아이들에게 매만져지는 강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두 사람은 미소지었다. 하지만, 멜로디는 곧장 작은 한숨을 쉬고 말았다.
".....세레나도, 조금은 기분전환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세레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
고개를 갸웃하며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는 루시아나. 멜로디는 곤란한 하다는 표정으로 볼에 손을 살짝 대었다.
"그래요. 최근, 연상의 와일드한 미남 신사가 따라다니고 있는 모양이어서요."
"뭐어!? 설마 변태가 쫓아다니는 거야!? 세레나는 괜찮대?"
유감스럽게도 루시아나의 사전에 '스토커' 라는 단어는 실려있지 않은 모양.
"일단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만, 세레나가 거리를 걷고 있으면 우연을 가장해 몇 번이나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네요. 장을 보고 있으면 짐을 들어주거나, 같이 돌아올 때 찻집으로 가자고 꼬신다거나, 때로는 그냥 나란히 걷기만 하는 일도 있는 모양이어서, 빈번하게 만나는 걸 제외하면 꽤 친절한 분 같지만....."
"......뭘까. 어딘가의 쑥맥기사를 떠올리게 하는데."
"쑥맥기사? 뭐, 그런 불쌍한 별명의 기사님도 계셨나요."
멜로디는 연민의 표정을 지었다. 당사자가 여기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루시아나 나름의 상냥함일까. 루시아나도 무심코 연민의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일단, 세레나한테 피해는 없는 거지?"
"예. 빈번하게 만나서 약간 귀찮게는 느끼는 모양이지만, 위험은 없는 모양이에요. 다만 가끔, '과거의 기억은, 서로 미화되는 법이네' 라고 말하며 지친 표정을 띄우고 있길래, 기분 전환이라도 될까 해서 오늘 마이카를 따라가도록 말했어요."
"그 사람 혹시 귀족이야?"
"복장을 보면 그런 모양이에요. 저도 직접 뵌 일은 없어서 뭐라 말씀드릴 순 없지만요."
"그래. 그럼 무시하는 것도 어렵겠네.....하지만, 와일드 미남 신사라니, 미묘하게 평가가 높지 않아?"
"외모만큼은 매우 멋졌다고 하니까요. 깔끔하다기 보다는 남자답고, 듬직하고, 믿음직한 분이라는 모양이에요."
".....외모는 취향이었던 걸까?"
"귀찮아하는 것 뿐이고 싫어하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어떻게 해야 될까요?"
세레나에게 추근대는 와일드 미남 신사란 대체 누구인 걸까!?
아니, 정말로 의문이다. 미스테리한 신 캐릭터의 등장이다!
"아, 슬슬 물이 끓을 무렵이네요. 아가씨, 일단 실례할게요."
"응. 나도 배고파졌어. 저녁 준비, 잘 부탁해."
그렇게 대화를 끊고, 멜로디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그런 이유로, 오늘은 힘 좀 써서 만들었습니다!"
"........이게 오늘의 저녁?"
루시아나는 멜로디가 마련한 저녁을.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건, 파스타잖아? 그것 치고는 수프에 담겨져 있고, 그릇도 깊어."
먹기 꺼려진다. 요리를 본 루시아나가 처음 떠올린 감상은 그것이었다.
하지만, 향은 좋다. 처음 맡는 냄새지만, 식욕을 돋구는 이상한 감각이다.
하지만, 파스타가 아깝다. 평소라면 금색? 으로 빛나는 면이었을 텐데, 오늘의 그건 어째선지 희멀건 회색을 하고 있다. 면의 안에 검은 입자같은 것도 있어서.....솔직히, 그렇게 맛있어 보이지 않는다.
'오늘 최후의 식사가 이거라니.....설마, 괴롭힘? 세상에, 나, 멜로디가 싫어할 만한 짓이라도 해버린걸까.'
루시아나는 멜로디를 보았다. 하지만, 그 멜로디는 방긋 미소지을 뿐이어서, 정말 괴롭힘을 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멜로디, 이건 도대체....."
"예. 모처럼의 섣달 그믐날이라서 토시코시소바를 만들어 봤어요."
"토시코시, 소바......?"
"갈레트에도 쓰이는 메밀가루로 만든 면이에요. 보통의 파스타면보다 자르기 쉬워서, 어떤 나라에선 '올해 일 년 동안의 재앙을 끊어버린다' 라는 의미로 매년 섣달 그믐날에 먹는다고 해요."
"오, 그런 점치는 것 같은 일을 하는 나라도 있네. 몰랐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이세계의 이야기니까.
"하지만, 이렇게 깊은 용기에 들어있으면 포트로 면을 휘감기 불편하지 않을까. 어라? 포크가 아니네. 그 대신에 있는 건....두 자루의 봉?"
"소바는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니까요."
"이런 봉을 써서 먹는 거야? 그런 말을 들어도 쓰는 법을 모르겠는걸."
"안심하세요, 아가씨. 여기선 메이드마법을 써서, 자, 지금 여기에 연주하라 [마리오네트] "
멜로디의 열 손가락 끝에서 은색의 실이 나타나서, 그것들이 루시아나에게 뻗어나갔다.
"꺄악, 어? 뭐야!?"
열 줄의 실이 전신에 휘감기자 놀라고 마는 루시아나였지만, 은색의 실은 그 후 곧장 사라지고 말았고, 멜로디의 손에도 실은 남지 않았다.
"괜찮아요, 아가씨. 자, 이걸로 젓가락을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무슨 말......아니?"
정신을 차리자, 루시아나는 올바르게 쥐는 법으로 젓가락을 손에 들었다. 지금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검지와 중지를 써서 젓가락을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가공할만한 멜로디의 메이드마법 [마리오네트] 인 것이다.
이 마법은 술자의 의지로 타인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마법이다.
"그럼 아가씨, 지금부터 소바를 올바르게 먹는 법을 마법으로 지도하겠어요."
"으, 응. 알았어."
'배도 고프고, 좋은 냄새가 나니, 빨리 먹고 싶네....'
처음으로 후각을 자극하는 맛있어 보이는 냄새 때문에, 어쨌든 기대하고 마는 루시아나.
하지만, 그곳에는 한 곳 크게 빠트린 점이 있었다.
"그럼, 왼손은 그릇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면을 떠먹어 주세요."
마법에 의해 우아하게 그런 동작을 하는 루시아나. 어렵지 않게 젓가락을 써서 면을 들어올린다. 쯔유가 튀어버려서 드레스를 더럽힌다는 실수도 없이, 이젠 입에 넣는 것 뿐.
......그렇다, 입에 넣는 것이다.
힘껏, 면을 먹었다.
후루룩 후루룩!
'~~~~~~~~~!?'
입을 오므리며 면을 먹는 루시아나. 그 행동을 취하면서, 루시아나는 눈을 부릅떴다.
'치, 치, 칠칠맞아아아아아아아아!?'
"아가씨, 맛은 어떠셨나요? 오늘은 처음이었으니, 맛은 옅은 관서풍으로 해봤는데요."
".......으, 응. 맛은 있었어. 맛은......"
소바의 맛에는 루시아나도 대만족이었지만.....
'면을 먹는 감각은 아무래도 따라갈 수 없을지도.'
하지만ㅡㅡ.
"마음에 드신 것 같으니 다행이에요. 자, 좀 더 드세요."
"어, 아, 잠깐 기ㅡㅡ후루룩!"
'싫~어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저녁식사는 끝났다.
"어떠셨나요, 아가씨."
"......그래, 맛은 있었어, 맛은....."
그거 잘됐네요, 하며 멜로디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지었다.
루시아나는 피곤한 듯이 마주 웃었다.
'나쁜 뜻이 없었기 때문에 더 질이 나빠.....'
그로부터 조금 지나서, 멀리에서 댕~댕~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종소리?"
멜로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였다.
"왕도에선 매년 해가 바뀌기 직전이 되면 신년이 될 때까지 교회의 종을 울리는 관습이 있대. 분명 루나가 그런 말을 했었어."
"그런가요. ......재야의 종 같네요."
당분간 말없이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두 사람. 그리고, 멜로디는 루시아나 쪽으로 돌아보았다.
"이제 곧 새로운 1년이 시작되네요. 아가씨, 내년도 잘 부탁드려요."
약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 멜로디는 미소를 띄우며 그리 말했다.
"멜로디......응, 그래! 내년도 즐거운 1년으로 만들자!"
조금 전까지의 불쾌감 따위 잊은 것처럼, 루시아나는 미소를 가득 띄우며 따봉을 날리는 것이었다.
"예, 아가씨!"
멜로디도 더욱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나에게 대답했다.
그리고ㅡㅡ.
"실은, 내년에는 이 저택을 재건축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하 5층, 지상 30층의 고층빌딩을 생각하고 있고, 아가씨를 위해 여러 시설도 마련하려고ㅡㅡ"
"멜로디!?"
"건축재 쪽도 문제없어요. 목재는 항상 가던 숲에서 어느 정도 빌리고, 금속도 땅 안에 있는 걸 마법으로 긁어모으면 충분하고, 일손도 분신이 있다면 족해요. 그리고ㅡㅡ"
"누, 누가 좀~! 아, 나밖에 없었지! 머, 멈춰 멜로디!"
그리고, 종은 계속 울리며, 해가 바뀌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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