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까지만 해도 소리 지를 정도로 건강했던 아리아가, 지금은 의식이 흐릿하다. 곧장 주위를 둘러본 아리아드네는 근처에 떨어진 작은 병을 발견하고 냄새를 확인했다.
(이 냄새는.......펠모어의 독!)
달콤한 향이 나는 속효성 신경독이다. 별다른 고통 없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자해나 독살에 자주 사용된다. 심지어 아리아드네도 제1왕자를 독살할 때 사용했다.
하지만 대중적인 만큼 해독제도 존재한다.
"긴급사태야! 누구, 누구 없어!?"
아리아드네의 새된 목소리에, 대저택이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무슨 일이십니까ㅡㅡ앗!? 뭔가요, 이 남자는!?"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아리아드네의 시녀 시빌라였다. 그녀는 마법에 걸려 바닥에 붙박인 채로 서 있는 암살자를 보고 비명을 지질렀지만, 이 상황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빌라. 암살자가 어머니한테 독을 먹였어! 의사 좀 불러와!"
"어? 황녀 전하? 엥, 아리아 황녀 전하!?"
"그러니까, 의사라구! 그리고 독의 이름은 펠모어야. 빨리 의사에게 해독제를 가져오게 해!"
"아, 알겠습니다!"
아리아드네의 일갈을 들은 시빌라는 전력 질주했다. 그걸 지켜보지도 않고, 침대 옆에 놓인 물병을 빼앗아 어머니에게 물을 마시게 했다.
미약하게나마 의식이 남아 있던 아리아는 약간 기침을 하면서 그 물을 마셨다. 그렇게 독을 희석시킨 아리아드네는 어머니의 목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구토하게 했다.
상대는 단 한 번도 애정을 쏟지 않았던 어머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아리아드네는 어머니가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어가는 어머니를 앞에 두고 필사적인 구명조치를 취하고 있다.
(ㅡㅡ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아리아는 도망치라고 말했다. 암살자에게 포위되어 독약을 먹은 직후인데도 불구하고, 나타난 딸에게 도움을 청하는 대신 도망치라고 한 것이다.
평소 아리아의 모습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언행이다.
지금 생각해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아리아는 분명히 도망치라고 했다. 오히려 아리아드네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암살자에게 매달렸다.
마치, 딸을 사랑했던 것처럼.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이대로 죽는 건 용서할 수 없어요!"
필사적으로 외쳐서 어머니의 의식을 붙잡고, 다시 물을 마시게 한 다음 토해내게 한다. 그 와중에 초로의 집사 하이노가 시녀와 황녀궁을 지키는 기사들을 데리고 방으로 달려왔다.
"황녀 전하,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하이노, 저 남자는 암살자야. 기사에게 구속시키라고 해. 그리고 어머니는 펠모어의 독약을 마셨어. 시빌라가 의사를 부르러 갔으니 뜨거운 물과 보온을 준비를 해!"
평상시 같았으면 아리아드네의 변칙적인 행동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상시라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해, 하이노는 곧바로 그 명령에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빌라가 데리고 온 의사가 뛰어들어왔다.
"아리아 님이 펠모어의 독을 마셨다는 게 사실인가요!?"
"저기 있는 작은 병이야."
"이 냄새, 분명 맞군요. ㅡㅡ아리아 황녀 전하, 해독제입니다."
의사가 아리아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아리아드네는 치료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대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카펫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시빌라가 재빨리 그 몸을 안아주었다.
"황녀 전하,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아, 마력이 고갈된 것뿐이니깐. 그보다 지금은 어머님의 치료를 ...... 우선적으로 해. ...... 하이노, 내 명령을 ...... 들어줄 거지?"
이 무렵의 아리아드네가 집사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하이노는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서 아리아드네의 앞에서 직립 자세를 취했다.
"무엇이든 말씀해 주십시오."
"...... 우선 저 암살자의 얼굴을 보여줘."
"알겠습니다. 거기 당신, 그 남자의 가면을 벗겨서 아리아드네 황후 전하 앞에 보여주시게."
하이노가 기사 중 한 명에게 명령을 내려 가면을 벗기게 했다. 그렇게 드러난 얼굴에 아리아드네는 낯이 익었다. 회귀 전, 지크벨트에게 소개받은 암살자 중 한 명이다.
(...... 그래. 그렇구나. 그 남자, 어머니를 죽인 암살자를 나에게 ......)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남자를 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굴욕이었다.
아리아드네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지크벨트에 대한 복수를 맹세했다.
"어머님의 경비를 강화, 하고 ...... 황녀궁을 봉쇄, 해. 불순분자가 방금 전의 한 사람, 일 거라고 ...... 하, 할 수는 없어."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나는, 조금, 쉴게. 나머지는...... 맡길, 게......"
아리아드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서, 시빌라의 품에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