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1(1)2023년 09월 11일 21시 47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모두가 잠든 늦은 밤.
파자마 차림의 아리아드네는, 마도구의 불빛이 비추는 복도를 바삐 걷고 있었다.
"본인이 죽고 싶다고 했으니 죽게 내버려 두면 되잖아."
어머니인 아리아가 죽으면 아리아드네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어머니의 명령으로 황녀궁에 묶여 있는 아리아드네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바라마지 않는 일이었다.
"ㅡㅡ그런데도 왜 나는 어머니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걸까?"
아무리 원해도 사랑을 주지 않았던 모진 어머니. 아리아드네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을 때조차도 미소 한 번 지어주지 않았다.
그런 냉혹한 어머니를 구하는 데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보다, 어머니가 내 말을 들어줄 리가 없어."
어머니가 정말 죽을 생각이라면, 아리아드네가 말려도 방해하지 말라고 할 것이 뻔하다. 자칫 잘못하면 나중에 달려온 하인이 어머니의 살해 혐의를 내게 뒤집어씌울 수도 있다.
"돌아가. 나는 붉은 장미. 권모술수로 얼룩진 사교계를 능수능란하게 헤쳐나갔고, 한 번은 그 정점에 오른 여자야. 그런데 왜 이런 당연한 판단도 못 하는 거야?"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의 내가ㅡㅡ아직 어머니를 믿었던 시절의 이 몸이, 어머니를 버리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 아아 정말, 알았어."
한숨을 내쉬며, 스스로의 의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에게 가정교사를 붙여줄 정도였는걸. 나에 대한 사랑은 없을지라도 나한테 기대하는 것은 있지 않겠어? 그걸 근거로 협상 정도는 할 수 있을 거야).
붉은 장미는 이 정도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한 아리아드네는 어머니의 침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 도착했어."
회귀를 겪은 아리아드네로서는 몇 년 만의 재회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스스로 어머니의 침실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리아드네는 문에 손을 대고서 마른침을 삼켰다.
(아아 정말, 정신 차려! 나는 붉은 장미. 지금은 이런 꼬락서니지만, 한때는 사교계의 정상에 올랐던 여자야. 이 정도에 겁먹을 리가 없잖아!)
잠옷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고, 힘차게 문을 열어젖혔다.
"어머니. 혹시 죽고 싶을만한 고민이 있으신 건 아니세요?"
붉은 장미는 그런 말투를 쓰지 않는다고 스스로 따지면서 방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목격한 광경 앞에서, 아리아드네는 숨을 멈췄다.
달빛이 비치는 침대 위에 얇은 네글리제를 입은 아리아가, 온몸을 검은색으로 뒤덮은 남자와 함께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열어둔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바람이 멍해진 아리아드네의 뺨을 쓰다듬어 준다.
"아~ 그, 이미 상담 상대가 있었네요. 그, 방해했습니다."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했다고 생각한 아리아드네는 한 발짝 물러섰다. 다음 순간, 아리아를 덮고 있던 남자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도망쳐, 아리아드네!"
아리아가 남자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남자는 아리아를 밀어내고서 다음 순간 아리아드네에게 달려들었다. 상황을 이해한 아리아드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
"ㅡㅡ모녀를 함께 먹으려고 하다니, 저속한 남자네."
다가오는 암살자의 손에는 달빛을 받아 둔탁하게 빛나는 단검이 들려 있다. 아리아드네는 중심을 낮추며 카펫 위를 미끄러지듯 옆으로 피했다. 그 자리에 남겨둔 한쪽 발로 암살자의 발을 걸었지만, 상대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휘청거렸다.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 시야에 흐릿한 빛이 비쳤다. 경험상 그을음으로 반사를 억제하는 단검이라 판단하고 몸을 비틀었다. 도망치려다 미처 피하지 못한 머리카락 틈새로 단검이 뚫고 들어왔다.
다시 자세를 무너뜨리는 아리아드네.
다가오는 암살자는 승리를 확신하며 가면 아래에서 비웃었다.
"ㅡㅡ얕보지 마!"
아리아드네가 손가락을 튕겼다. 다음 순간, 그녀의 발밑에서 아이스 블루의 덩굴이 뻗어 나왔다. 암살자는 뛰어내려 피하려 했지만, 그보다 더 빨리 얼음 덩굴이 그의 몸을 붙잡았다.
그는 서 있는 채로 얼음 덩굴에 붙잡혀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훗, 신체 능력은 떨어졌지만 마술은 문제없이 쓸 수 있겠어........ 아니, 마력 면에서도 불안한 것 같네. 조금 어지러워)
회귀 전에 익힌 기술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체력이나 마력은 다시 15살의 나이로 돌아가 버렸다. 이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마술의 행사에 큰 탈력감이 뒤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도.......싶어 아리아에게로 달려갔다.
"어머님, 무사하세요!?"
"...... 하아, 하아. 아리아드네, 왜 여기 있는 거니?"728x90'연애(판타지) > 회귀한 악역황녀는 흑역사를 덧칠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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